반응형 인문·사회·역사42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 말 없는 손자와 글로 대화하는 법 명절에 모이면 손자나 조카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어색하게 앉아 있다가 헤어진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요즘 애들은 말이 없다고 서운해하면서도 정작 제가 먼저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할지는 떠올리지 못합니다. 소설가 조정래와 그의 손자 조재면이 함께 쓴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는 이 막막함에 구체적인 방법을 하나 던져 줍니다. 말로는 안 되니 글로 대화를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아들의 상처, 그리고 손자와의 거리책은 조정래 작가가 군대에서 구타를 당해 목 디스크를 얻은 아들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아들은 그 사실을 한참 뒤에야 어머니에게만 털어놓았습니다.보초를 서면서 밤마다 맞았는데, 안 맞으면 잠이 오지 않았다.아버지로서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다는 자책 속에서 그는 복학하는 아들에게 뭐라도 .. 2026. 10. 17.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 우리 동네 축제비는 다 어디서 나올까 동네에 갑자기 축제 현수막이 걸리거나, 멀쩡하던 보도블록이 다시 깔리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그때마다 '저 돈은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 궁금했다가도 금세 잊어버리게 됩니다.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하는 책입니다. 좋은예산센터 소장인 저자 김태일은 지방정부가 쓰는 돈, 그러니까 지방재정이 국방이나 외교보다 훨씬 더 우리 일상과 가깝다고 말합니다. 읽으면서 제가 사는 동네 구청이 하는 일을 얼마나 알고 있었나 돌아보게 됐습니다.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우리 삶에 더 가깝다저자는 국방이나 외교처럼 전국 단위 정책은 중앙정부가, 보육료 전달이나 쓰레기 수거처럼 생활 밀착형 업무는 지방정부가 맡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신문 기사로 보면 늘 지방정부 사업이 먼저 논란이 됩니다.. 2026. 10. 16. 『아마추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어디서 왔을까요 이력서에 자격증 한 줄을 더 채워야 할 것 같고 블로그나 SNS에도 "이 분야 전문가"처럼 보여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다들 한 번쯤 느껴보셨을 겁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뭔가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마르크스주의 도시이론가 앤디 메리필드는 『아마추어』에서 이 압박감의 반대편, '아마추어'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 듭니다.다섯 살에 만난 '전문가'저자는 다섯 살이던 1965년, 자신의 할머니가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결정에 따라 살던 동네에서 강제로 이주당한 이야기로 책을 엽니다. 전문가들의 데이터와 계획대로 지어진 새 주거지는 완성되기도 전에 벽이 갈라지고 병원도 상점도 없는 황무지가 되었고 할머니는 몇 년 뒤 그곳에서 숨을 거뒀습니다.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전문가들이 여기에 붙인 단어는 ‘소외감’ .. 2026. 10. 15. 『삶이란 무엇인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왜 자꾸 허전할까요 "네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열정을 따르면 답이 나온다"는 말을 요즘 어디서든 듣습니다. 그런데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몰입하고 있는데도, 문득 뭔가 허전하다고 느껴본 적 없으신가요? 저는 퇴근 후 좋아하는 취미에 푹 빠져 있다가도 가끔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지" 싶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철학 교수 수전 울프의 『삶이란 무엇인가』는 바로 이 어긋남을 파고드는 책입니다.좋아하는 일을 하면 다 되는 걸까요울프 교수는 먼저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고 추구하라"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듣는 조언을 '성취 관점'이라 부르고 분석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몰입할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성취감이라 정의합니다.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할 때, 완전히 몰입해 있을 때, 가슴을 뛰게 만드.. 2026. 10. 15. 『음식이 상식이다』, 랍스터가 한때 "빵보다 못한" 가난의 상징이었다는 사실 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랍스터를 보면 다들 한 번쯤 가격표에 눈이 가게 됩니다. 고급 요리의 대표주자니까요. 그런데 한때 미국에서는 이 랍스터가 가난한 사람이나 죄수에게 억지로 먹이던 음식이었다면 믿어지시나요. 음식문화 칼럼니스트 윤덕노의 『음식이 상식이다』를 읽다 보면,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음식들의 과거가 실은 꽤 달랐다는 걸 알게 됩니다.랍스터는 원래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음식이었습니다1620년 미국에 도착한 청교도들에게 한 농장주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식사는 따뜻한 빵 대신에 물 한 잔과 랍스터밖에 없습니다." 빵이 모자라니 랍스터로 때우라는 뜻이었습니다.미국에서 랍스터는 '가난의 상징'이었다. 주로 가난한 집 어린이나 하인들이 먹는 음식이었고, 죄수들에게.. 2026. 10. 11. 『공부의 철학』, 공부는 더하는 게 아니라 버리는 것이라는 말 요즘은 다들 뭔가를 배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저도 유튜브 강의를 몇 개 찜해두고,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뭔가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막상 "뭐가 달라졌냐"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답이 안 나오더군요. 일본의 철학자 지바 마사야가 쓴 『공부의 철학』을 읽으면서 제가 해온 공부가 정말 저를 바꿔놓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공부는 더하는 게 아니라 버리는 것이다저자는 공부를 흔히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설명합니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자격증을 따는 식으로 지식과 스킬이 쌓이는 것이 공부라고 여기기 쉬운데, 저자는 이 생각부터 버리라고 말합니다.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공부란 획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부란 상실이다.처음 읽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하나라도 더.. 2026. 10. 9.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