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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역사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 우리 동네 축제비는 다 어디서 나올까

by summaries 2026.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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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갑자기 축제 현수막이 걸리거나, 멀쩡하던 보도블록이 다시 깔리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그때마다 '저 돈은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 궁금했다가도 금세 잊어버리게 됩니다.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하는 책입니다. 좋은예산센터 소장인 저자 김태일은 지방정부가 쓰는 돈, 그러니까 지방재정이 국방이나 외교보다 훨씬 더 우리 일상과 가깝다고 말합니다. 읽으면서 제가 사는 동네 구청이 하는 일을 얼마나 알고 있었나 돌아보게 됐습니다.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 표지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 우리 동네 축제비는 다 어디서 나올까 표지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우리 삶에 더 가깝다

저자는 국방이나 외교처럼 전국 단위 정책은 중앙정부가, 보육료 전달이나 쓰레기 수거처럼 생활 밀착형 업무는 지방정부가 맡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신문 기사로 보면 늘 지방정부 사업이 먼저 논란이 됩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 생활과 밀접하고, 개선의 여지가 좀 더 많다.’ 이것이 지방재정에 관한 책을 쓰게 된 첫 번째 이유다.

국방예산은 낭비가 있어도 일반인이 판단하기 어렵지만 동네 보도블록 교체가 꼭 필요했는지는 누구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감시하는 눈이 많을수록 나아진다는 저자의 말은, 결국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만큼 바뀐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모자라면 중앙정부가 채워주는 구조의 함정

지방정부는 자체수입만으로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중앙정부 지원을 받습니다. 저자는 이 구조 자체가 방만한 재정 운용을 낳는다고 지적합니다.

모자라면 보태주는 중앙정부가 있기에 지방재정에는 예산 제약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부모에게 용돈을 받는 자식이 알뜰하게 쓰기 어렵다는 비유가 와닿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한도가 정해진 카드와, 모자라면 또 채워지는 카드를 쓸 때 소비 습관이 완전히 달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세금으로 열리는 축제, 적자가 나도 멈추지 않는다

책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지역축제 이야기입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지역축제가 700개가 넘고,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이 매년 25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안전행정부가 2012년에 열린 지역축제 중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367개의 원가를 분석했더니 대략 총비용 4000억 원에 총수입 1000억 원으로 3000억 원 적자였다.

저도 여행 가서 지역축제를 몇 번 구경한 적이 있는데, 그게 대부분 적자 사업이라는 생각은 못 해봤습니다. 다만 저자는 주민들이 즐기는 동네잔치형 축제와, 관광객을 끌어모으려는 사업형 축제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선을 긋습니다. 전자는 수지타산을 따지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겁니다.

호화 청사는 짓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이유

이벤트는 그만두면 되지만 건물은 다릅니다. 저자는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신축한 13개 지자체 청사 중 12개가 적정 면적 기준을 넘겼다고 밝힙니다.

면적이 늘어난 만큼 유지관리비도 늘었다. 구청사 때는 평균 80억 원이었던 유지관리비가 신청사 입주 후 260억 원으로 뛰었다.

그중 사업비 3200억 원이 들어간 어느 시청사는 스텔스 전투기 모양으로 짓느라 겨울엔 고드름이 떨어지고 여름엔 찜통이 되어 직원들에게 얼음주머니를 나눠줬다는 일화까지 소개됩니다. 멋있게 짓는 것과 잘 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복지는 지방정부가 떠안고 생색은 못 낸다

무상보육이나 기초연금처럼 중앙정부가 만든 복지정책도 실제 전달은 지방정부가 맡습니다. 저자는 이 구조에서 지방정부가 겪는 이중의 어려움을 짚습니다.

특히 최근에 급속히 확대된 무상보육과 기초연금으로 분담금 액수가 늘어 더욱 힘들다.

뉴스에서 "지방재정이 복지 때문에 흔들린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복지 확대 자체를 탓하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재원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복지 서비스를 받는 쪽도, 전달하는 지방정부도 뭔가 불만인 구조라는 게 아이러니했습니다.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바꾼 것들

저자가 몸담은 좋은예산센터는 '밑 빠진 독 상'을 통해 예산 낭비 사업을 공개해왔습니다. 저자는 이런 감시 활동으로 실제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밑 빠진 독 상’을 수여하고 나서 유형이 같은 다른 사업을 폐지하는 쪽으로 이어져서 예산 낭비를 막은 경우가 제법 된다.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아도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적어도 "이게 왜 필요하지"라고 한 번쯤 물어보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내가 사는 지역의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했던 분
  • 지역축제나 청사 신축 뉴스를 볼 때마다 뭔가 찜찜했던 분
  • 복지 재정 논란의 진짜 구조를 알고 싶은 분
  • 지방자치가 실제로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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