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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 빛나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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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살아남기』, 전쟁터의 진짜 영웅은 총을 들지 않았다 전쟁을 다룬 책이라고 하면 전략과 무기, 영웅적인 전투 장면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메리 로치의 『전쟁에서 살아남기』는 전혀 다른 곳을 들여다봅니다. 저자가 주목한 건 총을 든 사람들이 아니라, 전투가 끝난 뒤 실험복을 입고 달려가는 과학자들이었습니다.이 책은 전투가 벌어진 뒤에 실험복 자락을 휘날리면서 달려가는 과학자들과 외과 의사에게 표하는 경의다.닭이 사람을 살리는 법책은 '닭 대포'라는 기묘한 장비로 시작합니다. 포신 18미터짜리 대포로 죽은 닭을 시속 650킬로미터로 쏘는 장비인데, 목적은 살상이 아니라 항공기 조종실 창이 새와 충돌했을 때 얼마나 버티는지 검사하는 것입니다. 닭은 날지 못하는 데다 밀도가 높아서 진짜 새 충돌과 비슷한 충격을 표준화해서 재현하기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사소.. 2026. 11. 4.
『아들러 심리학 입문』, 같은 불행을 겪고도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 어릴 때 겪은 상처를 지금까지 핑계로 쓰는 사람과,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도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 주변을 둘러보면 둘 다 있습니다. 같은 불행인데 왜 이렇게 다른 결과로 이어질까 궁금했던 차에, 알프레드 아들러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을 읽었습니다. 아들러는 과거의 경험 자체보다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했는가에 더 무게를 둡니다.경험이 아니라 해석이 미래를 만든다책의 핵심 문장 중 하나는 이렇습니다.우리의 미래는 과거의 경험이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각자가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달려 있다.아들러는 같은 불행한 유년기를 겪은 사람들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례를 여러 개 듭니다. 한 사람은 "나는 그 고통을 극복했으니 너도 그래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은 "나는 불행했으니 내가 뭘 하든.. 2026. 11. 4.
『말이 무기다』, 회의가 끝나고야 떠오르는 말들 회의가 끝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야 "아,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하고 혼자 중얼거린 적 있으신가요. 머릿속에서는 할 말이 그렇게 많았는데 입을 열면 늘 그만큼이 안 나옵니다. 저도 그런 순간이 쌓이다 보니 한동안 말하는 기술을 다룬 책들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카피라이터 우메다 사토시가 쓴 『말이 무기다』를 읽으면서 제가 찾던 답이 애초에 잘못된 자리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전달에도 단계가 있다책은 '전달됐다'는 말을 네 단계로 쪼갭니다. 이야기가 애초에 어긋나면 오해, 내용은 맞게 들었지만 마음은 안 따라가면 이해, 그 내용을 내 일처럼 받아들이면 납득, 감동해서 "나도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어지면 공감·공명의 단계입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회의에서 겪은 답답함은 상대가.. 2026. 11. 4.
『나는 나, 엄마는 엄마』 — 엄마 전화를 받기 전에 숨을 고르게 된다면 명절 연휴가 끝나고 나면 친구들 사이에서 꼭 한 번씩 돌아오는 화제가 있습니다. “이번엔 엄마가 또 이런 말을 했다”는 이야기. 저도 명절이나 생일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 숨을 한 번 고르는 버릇이 있습니다. 반갑고 그리운 마음과, 또 무슨 말을 듣게 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동시에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끊고 나면 이상하게 기운이 빠지는데,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최근 읽은 『나는 나, 엄마는 엄마』는 이 애매한 감정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준 책이었습니다. 저자 가토 이쓰코는 1993년부터 오사카시립대학교에서 ‘엄마와 딸’ 워크숍을 열어온 페미니스트 상담가로, 오랫동안 모녀 관계로 상담실을 찾는 여성들을 만나왔습니다. 이 책은 여섯 쌍의 모녀 사례를 통해 딸들이 왜 유독 엄.. 2026. 11. 3.
『다르게 보는 힘』, 창의성도 훈련이 된다는 트리즈 창시자의 믿음 "창의성은 훈련으로 길러질 수 있다"는 말 한마디로 KGB에 끌려가 25년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소련의 발명가 겐리히 알츠슐러 이야기입니다. 그는 14세에 발명을 시작해 16세에 첫 특허를 땄고 이후 50년 가까이 200만 건의 특허를 뒤져가며 '트리즈(TRIZ)'라는 문제 해결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창의성이 길러질 수 있다는 믿음이 누군가에게는 체제를 흔드는 위협으로 보였고 그 믿음을 지킨 사람이 결국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이 배우러 다니는 문제 해결법을 남겼다는 것 말입니다.저는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때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나" 하고 억울해했습니다. 직장 갈등, 가족 사이의 해묵은 감정, 돈 문제까지요. 『다르게 보는 힘』을 읽고 나서는.. 2026. 11. 3.
『포스트 코로나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그때 던진 질문,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보면 가끔 마스크 한 장이 툭 떨어집니다. 몇 년 전까지는 그게 없으면 집 밖에 나갈 수 없었는데, 이제는 언제 사 둔 건지도 기억나지 않는 물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코로나19는 그렇게 우리 일상에서 조용히 빠져나갔습니다. 그런데 정말 다 지나간 걸까요. 저는 최근에 2020년 5월에 나온 책 한 권을 다시 펼쳐 보면서 그때 던졌던 질문들이 지금도 그대로 유효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포스트 코로나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는 국제경제 기자 임승규, 경제학자 장두석, 부동산 전문가 양석재, 일본연구자 조관자, 의사 김재헌,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유필립, 교육학자 박남기, 이렇게 일곱 명의 전문가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봄에 각자의 분야에서 써 내려간 글을 모은 책입니다. 책의.. 2026. 11. 3.
있어야 할 게 없고, 없어야 할 게 있을 때 — 마크 피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요즘 밤늦게 동네를 걷다가 무인매장이나 키오스크만 켜져 있는 가게 앞을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분명 조명도 켜져 있고 물건도 가득 진열돼 있는데,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 순간 묘하게 서늘해지는 기분, 저만 느끼는 건 아닐 겁니다. 반대로 어떤 날은, 아무도 없어야 할 자리에 뭔가가 '있다'는 느낌에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있어야 할 게 없는 느낌과, 없어야 할 게 있는 느낌은 사실 전혀 다른 종류의 섬뜩함입니다. 영국의 문화이론가 마크 피셔는 이 두 가지를 각각 '으스스한 것(the eerie)'과 '기이한 것(the weird)'이라 부르고 그 둘을 실마리로 우리 삶을 실제로 움직이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묻습니다.뭔가 잘못됐다는 느낌, 기이한 것피셔는 기이한 것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2026. 11. 2.
운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것 — 『운을 기획하라』를 읽고 작년 연말정산 환급금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을 때, 저는 속으로 "올해는 운이 좀 따라줬네"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지하철을 놓치고 중요한 약속에 늦었던 날엔 "오늘 왜 이렇게 운이 없지"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면 그 환급금은 제가 미리 챙겨둔 공제 서류 덕분이었고, 지하철을 놓친 건 평소보다 십 분 늦게 집을 나선 제 탓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운이라는 말을 꽤 편리하게 써먹고 있었던 셈입니다.피터 홀린스의 『운을 기획하라』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운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준비와 태도로 어느 정도 우리가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읽는 내내 제 지난 몇 년의 변명들이 하나씩 떠올라 조금 민망하기도 했습니다.운이라는 말, 우리는 왜 이.. 2026. 11. 2.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그 말, 누구에게 유리했을까 —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 "능력만 있으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 저도 꽤 오랫동안 이 말을 별 의심 없이 믿었습니다. 노력한 사람이 보상받는 게 당연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노력이 부족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토머스 프랭크의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을 읽으면서 제가 믿어 온 그 "공정함"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편리한 핑계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 책은 미국 민주당 이야기입니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겠다던 정당이 어떻게 변호사와 금융인, 명문대 졸업생들의 정당으로 바뀌어 갔는지를 추적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며 굳이 한국의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떠올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책이 정말로 묻고 있는 질문에 머물러 보았습니다.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왜 가난한 사람을 구하지 못했.. 2026. 11. 2.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호주제가 사라진 걸 당연하게만 여겼다면 등본을 뗄 때마다 제 이름이 가장 위에, 제가 세대주로 적혀 있는 걸 당연하게 봅니다. 그런데 이게 당연해진 지 사실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결혼한 여성이 무조건 남편의 호적에 들어가고 자녀는 아버지의 호적에 올라가던 호주제가 폐지된 게 2005년입니다. 저보다 몇 살 많은 분들은 그 제도 안에서 몇 년을 살았다는 뜻입니다. 최근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를 읽으면서 제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 중에 처음부터 당연했던 게 거의 없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사회는 흐른다"는 말이 왜 이렇게 허전하게 느껴질까저자는 대학 강의에서 "우리 여성들에게도 계보가" 있다는 말을 듣고 당황합니다. 뒤에 이어질 말이 당연히 '없다'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2026. 10. 31.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번아웃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습니다 요즘 '번아웃'이라는 말을 듣지 않는 날이 별로 없습니다. 퇴근길에 괜히 눈물이 핑 돌거나 주말 내내 아무것도 안 했는데 월요일 아침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분이라면 아마 공감하실 겁니다. 저도 그런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를 읽으면서 이게 제가 유독 약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30년 넘게 트라우마 치유를 연구한 저자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는 이 상태를 '과부하(Overwhelm)'라고 부릅니다.과부하는 땅거미처럼 조용히 번집니다저자는 과부하가 어느 한순간 터지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저널리스트 에번 오스노스가 독재의 등장 과정을 설명한 문장을 가져와 과부하도 똑같은 방식으로 온다고 짚습니다.독재가 한 국가를 지배하는 시점은 정확히 언제일까? 어느 한.. 2026. 10. 31.
『지금까지 없던 세상』,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사실 100년짜리 발명품이었다 요즘 주변을 보면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저도 회사 선배들이 "우리 때는 한 회사에서 뼈를 묻는 게 당연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속으로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게 그렇게 당연한 거였나 싶어서요. 그런데 『지금까지 없던 세상』을 읽다 보니, 사실 그 당연함은 인류 역사에서 아주 짧은 한 시절에만 통했던 이야기였습니다. 저자는 버핏연구소를 세우기 전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로 17년을 일했는데, 이 책에서 특유의 꼼꼼한 취재력으로 고용 사회의 탄생과 종말을 추적합니다. 읽을수록 제 직장관이 흔들렸습니다."평생직장"은 겨우 100년 전에 발명됐다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회사에 다닌다"는 삶의 방식이 사실 헨리 포드가 만든 발명품이라고 말합니다. 포드 이전까지는 전 세계 어디서.. 2026.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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