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172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호주제가 사라진 걸 당연하게만 여겼다면 등본을 뗄 때마다 제 이름이 가장 위에, 제가 세대주로 적혀 있는 걸 당연하게 봅니다. 그런데 이게 당연해진 지 사실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결혼한 여성이 무조건 남편의 호적에 들어가고 자녀는 아버지의 호적에 올라가던 호주제가 폐지된 게 2005년입니다. 저보다 몇 살 많은 분들은 그 제도 안에서 몇 년을 살았다는 뜻입니다. 최근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를 읽으면서 제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 중에 처음부터 당연했던 게 거의 없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사회는 흐른다"는 말이 왜 이렇게 허전하게 느껴질까저자는 대학 강의에서 "우리 여성들에게도 계보가" 있다는 말을 듣고 당황합니다. 뒤에 이어질 말이 당연히 '없다'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2026. 10. 31.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번아웃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습니다 요즘 '번아웃'이라는 말을 듣지 않는 날이 별로 없습니다. 퇴근길에 괜히 눈물이 핑 돌거나 주말 내내 아무것도 안 했는데 월요일 아침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분이라면 아마 공감하실 겁니다. 저도 그런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를 읽으면서 이게 제가 유독 약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30년 넘게 트라우마 치유를 연구한 저자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는 이 상태를 '과부하(Overwhelm)'라고 부릅니다.과부하는 땅거미처럼 조용히 번집니다저자는 과부하가 어느 한순간 터지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저널리스트 에번 오스노스가 독재의 등장 과정을 설명한 문장을 가져와 과부하도 똑같은 방식으로 온다고 짚습니다.독재가 한 국가를 지배하는 시점은 정확히 언제일까? 어느 한.. 2026. 10. 31. 『지금까지 없던 세상』,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사실 100년짜리 발명품이었다 요즘 주변을 보면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저도 회사 선배들이 "우리 때는 한 회사에서 뼈를 묻는 게 당연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속으로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게 그렇게 당연한 거였나 싶어서요. 그런데 『지금까지 없던 세상』을 읽다 보니, 사실 그 당연함은 인류 역사에서 아주 짧은 한 시절에만 통했던 이야기였습니다. 저자는 버핏연구소를 세우기 전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로 17년을 일했는데, 이 책에서 특유의 꼼꼼한 취재력으로 고용 사회의 탄생과 종말을 추적합니다. 읽을수록 제 직장관이 흔들렸습니다."평생직장"은 겨우 100년 전에 발명됐다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회사에 다닌다"는 삶의 방식이 사실 헨리 포드가 만든 발명품이라고 말합니다. 포드 이전까지는 전 세계 어디서.. 2026. 10. 31. 『아보카도 심리학』, 아보카도는 살 수 있지만 집은 못 사는 세대에게 "아보카도 좋아하세요?" 이 질문을 받으면 저는 망설임 없이 "네"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특별히 강한 맛은 없지만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과일이니까요. 그런데 『아보카도 심리학』을 읽어보니 이 평범한 질문 뒤에 세대 갈등이 숨어 있었습니다. 저자 정철상은 커리어코칭 전문가로 일하며 만난 20대들의 불안을 아보카도라는 작은 과일에서 시작해 풀어냅니다.아보카도 브런치 논쟁책은 몇 년 전 호주에서 벌어졌던 실제 논쟁을 소개합니다.몇 년 전 호주에서 한 유명 칼럼니스트가 신문에 “청년들이 아보카도 브런치를 매일 먹는 돈만 아껴도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을 써서 논란이 된 적 있다.저도 이런 말, 어디선가 꼭 들어본 것 같습니다. "커피값만 아끼면", "배달음식만 끊으면" 같은 조언들 말입니다. .. 2026. 10. 30. 『열한 계단』, 불편한 책을 읽으라는 채사장의 조언 요즘은 알고리즘이 제가 좋아할 만한 책만 골라서 추천해줍니다. 비슷한 취향의 책을 계속 읽다 보면 마음은 편한데, 가끔은 '나는 늘 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열한 계단』을 펼친 것도 그런 기분이 들던 때였습니다. 채사장이 이 책에서 던지는 조언은 뜻밖에 단순했습니다. 편한 책 대신 불편한 책을 읽으라는 것이었습니다.불편한 책을 읽을 것저자는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눕니다. 익숙한 세계를 깊이 파고드는 사람과, 불편한 세계로 계속 건너가는 사람입니다.두 번째는 불편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세계에 동감하면, 다음에는 그 세계를 무너뜨리는 전혀 다른 세계관의 책을 선택한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자기 세계의 지평을 점차 넓혀가는 사람이 있다.저도 제.. 2026. 10. 30. 『넥스트 소사이어티』, 저출산 쇼크를 드러커는 20년 전에 이미 봤다 요즘 뉴스를 보면 "초고령사회", "인구절벽" 같은 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옵니다. 저도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회사에서는 정년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한편에서는 신입사원 뽑을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런데 최근에 『넥스트 소사이어티』를 읽다가 조금 놀랐습니다. 이 책이 쓰인 게 2002년인데, 피터 드러커는 그때 벌써 지금 우리가 호들갑을 떨고 있는 이야기를 거의 다 적어놓았습니다.노인은 늘고 청년은 준다, 드러커는 숫자로 말했다드러커는 추상적인 경고를 늘어놓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독일을 예로 들어 아주 구체적인 숫자를 들이댑니다.2030년이 되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인 독일은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성인 인구의 거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이다. 지금은 5.. 2026. 10. 30. 장사는 컨셉이다 동네를 걷다 보면 비슷한 자리에서 몇 달 간격으로 가게 주인이 바뀌는 곳이 있습니다. 인테리어도 멀쩡하고 위치도 나쁘지 않은데 왜 유독 그 자리만 그런지 궁금했던 적이 있으실 겁니다. 외식 컨설턴트로 360곳 넘는 업장을 돌아본 저자는 《장사는 컨셉이다》에서 그 답을 꽤 단호하게 내놓습니다. 비싼 인테리어나 좋은 위치가 아니라 손님에게 설명할 수 있는 '컨셉'이 있는지 없는지가 갈림길이라는 겁니다.1억을 투자했는데 일 매출 8만 원책은 실제 상담 사례로 시작합니다. 모던한 분위기의 W카페는 도로변에 있었지만 하루 매출이 8만 원에 그쳤습니다. 사장님에게 매장의 컨셉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카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매장을 살펴보니 조명은 어둡고 메.. 2026. 10. 29. 이나모리 가즈오의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 회사에서 "저 사람은 능력은 있는데 왜 저렇게 안 풀리지" 싶은 동료를 본 적 있으실 겁니다. 반대로 특출나게 뛰어난 것도 없는데 꾸준히 신뢰를 쌓아 올라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교세라와 KDDI를 일으키고 파산한 일본항공을 되살린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 차이를 하나의 방정식으로 정리합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을 읽으며 저도 제 일하는 태도를 하나씩 되짚어 봤습니다.능력과 열의보다 중요한 것이나모리가 평생 붙잡고 있던 방정식은 이렇습니다.인생과 일의 결과 = 사고법 × 열의 × 능력셈만 보면 세 변수가 똑같이 중요해 보이지만, 그는 바로 다음 문장에서 저울을 한쪽으로 기울입니다.‘능력’이나 ‘열의’는 물론 높을수록 좋다. 그러나 그보다 ‘사고법’이 마이너스인지 플러스인지가 더 중요하다.. 2026. 10. 29.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요즘 주변에서 "모닝 저널링" 한다는 사람이 꽤 늘었습니다. 아침에 눈뜨면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노트에 몇 줄 적는 습관인데, 저도 처음엔 '그게 뭐라고 저렇게들 챙겨서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를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셰퍼드 코미나스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에 시달리다 의사에게서 황당한 처방을 받습니다. "규칙적으로 일기를 써보세요." 약도 수술도 아니고 그냥 쓰라니, 저라도 좀 허탈했을 것 같습니다.약보다 일기가 먼저인 이유처음엔 저자도 이 처방을 못마땅해 했습니다. 그런데 의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당신이 쓸 일기는 책으로 출판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의 인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하나.. 2026. 10. 29. 『나도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좋다』, 대화의 80퍼센트는 사실 침묵이어야 한다 회식 자리에서 누군가 한참 얘기를 하고 있는데, 듣는 사람들이 휴대폰을 만지거나 다음에 자기가 할 말을 속으로 준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저도 돌아보면 그런 쪽이었습니다. 상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아, 그거 나도 겪어봤는데" 하면서 제 얘기로 넘어가 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나도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좋다』의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강연에서 참가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여러분의 말을 귀담아들어주며 이해하려고 애쓴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까?" 그런데 그 질문에 손을 드는 사람은 언제나 극소수라고 합니다. 저도 질문을 받았다면 쉽게 손을 들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우리는 소통을 배운 게 아니라 '소통의 단절'을 배웠다저자는 이 지점에서 .. 2026. 10. 28. 『죽음의 격차』, 부검대 위에서 20년간 만난 건 '혼자'였다 요즘 뉴스에서 '고독사'라는 말을 꽤 자주 봅니다. 혼자 살다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떠나는 일, 이제는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지만 그 뒤에 있는 구체적인 삶까지 들여다볼 일은 많지 않습니다. 『죽음의 격차』는 일본의 법의학자 니시오 하지메가 20년 가까이 부검대 앞에 서서 써낸 책입니다. 그가 밝혀내는 것은 사건의 진상이 아니라 '죽음의 진상'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를 밝히는 일인데, 그 과정에서 매번 마주하게 되는 건 뜻밖에도 가난과 고립이었습니다.부검대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건 '혼자'였다저자가 몸담은 효고의과대학 법의학 교실에서 부검한 사람들의 통계를 보면 숫자가 분명하게 말해줍니다.우리 법의학 교실에서 부검한 전체 주검의 약 50%가 독거자이며, 약 20%가 생활보호 수급자, 약 1.. 2026. 10. 28. 『신기루의 법칙』, 열심히 해도 안 될 때는 방향이 틀렸기 때문이다 이력서를 수십 통 넣었는데 면접 한 번을 못 봤을 때, 똑같이 열심히 일했는데 나만 승진에서 밀렸을 때, 저는 늘 같은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내가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 그런데 『신기루의 법칙』을 쓴 심길후 작가는 조금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명문대를 휴학하고 노점상부터 시작해 생리대 방문판매로 월 1억대 매출을 올리고 지금은 영업 멘토로 10년 넘게 수많은 사람을 지켜본 그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열심히 해도 안 풀릴 때, 문제는 노력이 아니다책은 보험회사에 막 입사한 신입사원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지점장이 건네준 고객 명단으로 하루 종일 전화를 돌려도 돌아오는 건 "안 사요"라는 한마디뿐입니다. 어렵게 잡은 대학 동기와의 만남에.. 2026. 10. 28. 이전 1 2 3 4 ··· 1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