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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 빛나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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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역설』, 반도체 전쟁 뒤에는 사실 화폐 전쟁이 있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진 나라다. 정부는 재정 적자를, 가계와 기업은 무역 적자를 해마다 갈아치운다. 그런데 달러는 왜 휘청거리지 않을까. 오히려 위기가 터질 때마다 사람들은 달러를 더 사들인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빚이 많은 나라의 화폐라면 값이 떨어져야 정상이니까. 정필모 기자의 『달러의 역설』이 파고드는 게 바로 이 현상 하나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향해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을 더 강하게 틀어막는다는 뉴스를 보다가 이 책이 떠올랐다. 2015년에 나온 책인데 비슷한 장면이 이미 들어 있다. 무대만 반도체로 바뀌었을 뿐, 각본은 낯설지 않다.빚을 져도 무너지지 않는 나라저자가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이렇다. 세계 경제 위기의 진원지는 늘 미국인데, 정작 그 대가는 다른.. 2026. 9. 21.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귀성 열차표 한 장 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추석은 어떤 날일까 이번 주 금요일이 추석입니다. 표를 잡은 사람과 놓친 사람은 이미 갈렸을 겁니다. 이런 주에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펼쳤는데, 추석 이야기가 생각보다 자주 나옵니다. 저자가 1969년부터 1988년까지 감옥에서 아버님, 어머님, 계수님, 형수님께 보낸 편지를 모은 책이니 명절이 빠질 수 없었겠지요. 1998년 증보판 서문은 이 책을 '우리 시대의 고전'이라 부르고 저자의 옥중 세월을 '20년 20일'이라고 적습니다. 오늘은 이 책의 추석 편지들을 읽어 보려 합니다.고향 가는 길을 저자는 이렇게 봅니다1987년 10월 5일자 「추석」 편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추석이 다른 명절과 다른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다는 데에 있습니다.저자는 6, 70년대의 급속한 산업화로 많은 사람이 고향과 .. 2026. 9. 21.
『1cm 경제학』, 계란 한 판 앞에서 다들 계산기를 두드리는 이유 마트에서 계란 한 판을 집어 들다가 가격표를 보고 잠깐 멈칫한 적, 다들 있다. 별생각 없이 장을 보다가도 그 숫자 하나에 괜히 마음이 복잡해진다.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을 보고 나오면 카트는 가벼운데 지갑만 훌쩍 가벼워진다. 그런 사람이 많다. 연합인포맥스 한컷경제팀이 쓴 『1cm 경제학』에는 2016년 겨울 한국을 덮쳤던 '달걀 파동' 이야기가 실려 있다. 몇 해 지난 이야기인데도 지금 마트 앞 풍경과 겹쳐 읽으면 낯설지가 않다.교과서가 아니라 마트 앞 이야기이 책은 원래 기획재정부와 연합인포맥스가 함께 만든 방송 프로그램 「한 컷 경제」를 바탕으로 나왔다.경제란 교과서 속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일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그래서 이 책의 챕터들은 뭉크의 그.. 2026. 9. 21.
『거꾸로 보는 경제학』, GDP가 47년 만에 최대로 늘었다는데 내 삶은 왜 그대로일까 얼마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를 보고 조금 낯설었다. 실질 GDP는 전분기보다 0.6%, 1년 전보다는 3.7% 늘었고 명목 GDP는 1년 전보다 26.4%나 늘어 47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한다. 총저축률도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반도체 수출이 이 모든 걸 이끌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고 나서 통장을 들여다본 사람 중에 "아, 확실히 살림이 나아졌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 이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뉴스 속 숫자와 자신의 체감 사이에서 고개를 갸웃거렸을 것이다.이진우의 『거꾸로 보는 경제학』은 이런 순간에 필요한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언론과 이른바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미디어매크로'—경제를 깊이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던진 주장이 마치 .. 2026. 9. 20.
『식물학자의 식탁』, 추석 상의 고사리와 감, "자연 그대로"라서 안심해도 될까 추석 장을 보다 보면 나물 코너 앞에서 손이 멈춥니다. 삼색나물로 흔히 올리는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중에서 둘이 오늘 소개할 책에 나옵니다. 명절 무렵에는 "자연 그대로라 몸에 좋다"는 말도 유난히 자주 들립니다. 식물학 박사 스쥔의 『식물학자의 식탁』은 그 말을 조금 다르게 읽게 만드는 책입니다. 1부 제목부터 '식물학자의 경고'입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먹는 식물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하나씩 짚어 줍니다. 사례는 중국 이야기지만 식재료는 우리 밥상과 겹치는 것이 많습니다.식물은 사람 먹으라고 자라지 않았습니다책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은 이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야생 식물들은 인류의 수요를 위해 생겨난 게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고 번식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그래서 식물은 어린잎이.. 2026. 9. 20.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인사청문회 뉴스가 매번 비슷하게 흘러가는 이유 이 계절이 오면 뉴스는 늘 비슷한 흐름을 탄다. 새로 지명된 장관 후보자의 재산 내역이 공개된다. 가족 관계나 부동산 문제가 하나씩 불거지고 청문회장은 해명과 추궁으로 채워진다. 9월 중순 시작된 이번 개각 인사청문회도 다르지 않았다. 후보자 여러 명을 둘러싼 논란이 동시에 터지면서 인사검증 시스템이 부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런데 이 장면,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가. 그 답을 강원택 교수의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라는 네 갈래로 한국 정치사를 훑는다. 정치에 대한 불만이 반복되는 이유를 저자는 제도와 구조 안에서 찾는다. 특정 인물이나 정권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저자를 따라가보면 인사청문회 파문도 마찬가지다. 어느.. 2026. 9. 20.
『왜 학교는 불행한가』, 초등학생 폭력 피해 2.5배 급증, 정말 아이들 문제일까 초등학생 열 명 중 한 명 이상이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2년 전만 해도 스무 명 중 한 명 수준이었다. 이 통계를 처음 접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은 "요즘 아이들이 왜 이렇게 됐을까"였다. 그런데 전성은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이 2011년에 쓴 『왜 학교는 불행한가』를 다시 펼쳐보니 질문의 방향이 애초에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둘러싼 교육이 무엇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지가 처음부터 잘못 설정돼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졌다.아이들은 원래 싸움을 말리라고 배운다어떤 부모도 자식들이 싸우면 더 세게 싸워서 이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떤 교사도 학생들이 다투면 경쟁 연습이라며 부추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학교교육 전체의 목표를 "싸움을 말리는 일"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잘 이어지.. 2026. 9. 19.
『뮤지코필리아』, 하루 종일 같은 후렴이 머릿속에서 도는 이유 출근길에 스친 15초짜리 영상의 후렴이 점심을 먹고 나서도, 퇴근길에도, 샤워하다가도 머릿속에서 돕니다. 제목도 가수도 모르고 좋아하는 노래도 아닌데 그 여덟 마디만 끝없이 재생됩니다. 저도 그런 날이 꽤 있습니다. 이럴 때 펴볼 만한 책이 올리버 색스의 『뮤지코필리아』입니다. 색스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쓴 신경과 전문의이고 이 책에는 음악 때문에 뇌가 이상하게 굴거나 오히려 놀랍게 버텨내는 사람들의 진료 기록과 독자 편지가 가득합니다.뇌벌레라는 불청객색스는 이 현상을 귀벌레, 요즘 말로는 뇌벌레(brainworm)라고 부릅니다. 시작은 대개 광고 음악이나 드라마 주제곡입니다. 듣는 사람을 사로잡도록 만들어진 노래니까요.음악의 특정 부분이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계속 미칠 듯이 울려댄다.색스의.. 2026. 9. 19.
『가족의 심리학』, 명절마다 똑같은 싸움이 반복되는 진짜 이유 추석을 앞두고 벌써 마음이 무겁다는 사람들이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어김없이 도는 통계가 있다. 명절 연휴 동안 가정폭력과 교제폭력으로 인한 112 신고가 평소보다 60% 가까이 늘어난다는 경찰청 자료다. 잔소리 한마디, 비교 한마디에서 시작된 말다툼이 왜 유독 이 며칠 사이에 폭발점까지 치닫는 걸까. 임상심리학자 토니 험프리스는 『가족의 심리학』에서 그 답을 명절이 아니라 우리가 나고 자란 가족, 그 오래된 습관 속에서 찾는다.시댁과 처가라는 이름의 국경선험프리스는 건강한 가족에게는 반드시 울타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울타리를 가장 자주 무너뜨리는 사람으로 다름 아닌 시부모와 장인장모를 지목한다.시부모든 장인장모든 아무리 마음씨 좋고 포용력이 있다 해도 기존에 존재하는 가족의 울타리.. 2026. 9. 19.
『80년생 김 팀장과 90년생 이 대리가 웃으며 일하는 법』, 오래된 대화 습관이 만드는 조직 갈등 대졸 신입사원 열 명 중 세 명 가까이가 입사 첫해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27퍼센트입니다. 최근 한 칼럼은 이런 이탈을 세대 차이로 설명하는 관행에 의문을 던졌습니다. 나이 차이가 아니라 조직이 쓰는 대화의 문법이 문제라고 봤습니다. 김범준의 『80년생 김 팀장과 90년생 이 대리가 웃으며 일하는 법』을 다시 펼치면서 그 칼럼이 짚은 지점과 이 책이 오래전부터 말해온 내용이 겹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칼퇴"라는 말 한마디가 갈라놓는 것저자는 김 팀장과 이 대리의 짧은 퇴근 장면을 보여줍니다. "칼퇴하실 분들은 책상 정리하고 얼른 가세요"라는 팀장의 말에 이 대리는 기뻐하기는커녕 말을 잃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걸 왜 굳이 칼로 자르듯 퇴근한다고 표.. 2026. 9. 18.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 AI가 다 해주는데 왜 다시 "생고생"을 하라는 걸까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 AI가 다 해주는데 왜 다시 "생고생"을 하라는 걸까글빛나는 하루 · 2026.09.18요즘 회사에서 보고서 초안을 챗봇에게 맡기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몇 초 만에 그럴듯한 문장이 쏟아지는 걸 보고 있으면 편하다가도, 문득 "이러다 내가 하는 일이 뭐가 남지" 싶은 순간이 온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AI 도입을 이유로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인다는 뉴스가 이어지면서 이 불안이 혼자만의 기분은 아니라는 게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마침 이런 흐름 한가운데서 나온 책이 있다. 트렌드 분석가 송길영 저자가 어제(9월 16일) 내놓은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이다. 『핵개인의 시대』, 『호명사회』, 『경량문명의 탄생』으로 이어져 온 '시대예보' 시리즈 네 번째 책인데, 출간.. 2026. 9. 18.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 노후 준비는 계좌부터가 아니다 얼마 전 한 신중년 대상 노후준비 특강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돈만 준비해서는 부족하다." 요즘 2030세대 여덟 명 중 한 명은 벌써 주식과 채권으로 노후자금을 굴린다고 하니, 준비성 하나는 다들 빠릅니다. 그런데 정작 은퇴 이후의 하루하루를 채우는 건 계좌 잔고만이 아닙니다. 그 시간을 무엇으로, 어떤 몸과 마음으로 살아낼 것인가. 이 질문이 그만큼 무겁습니다. 황안나 작가의 에세이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를 다시 꺼내 읽은 것도 그래서였습니다.예순여덟, 피레네 산맥 앞에 서다저자는 예순여덟 살이던 2007년 9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킬로미터를 걷기로 결심합니다. 노년의 몸으로 감당하기엔 무리해 보이는 결심이었지만 망설임은 짧았습니다."내 나이 예순여덟 살이던 2007년 9월 3일. .. 2026.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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