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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 빛나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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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역사42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 가난은 게으름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라고 말하는 책 뉴스에서 복지 예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댓글창에는 비슷한 문장이 달립니다. "본인이 열심히 안 사니까 가난한 거다." 저도 한때는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에드워드 로이스의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를 읽으면서 이 질문을 제가 너무 쉽게 넘겨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미국의 빈곤 문제를 다루는 책이지만 "가난은 왜 생기고 왜 사라지지 않는가"라는 질문 자체는 국경을 가리지 않더군요.가난은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저자는 책을 쓴 이유를 서문에서 분명히 밝힙니다. 가난한 사람 개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자원과 기회가 처음부터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구조 자체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겁니다.가난이 생기고, 지속되고, 악화되는 이유는 가난한 사람 개개인의.. 2026. 10. 26.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알고리즘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영상만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 모든 사람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댓글창에서 전혀 다른 의견을 마주치면 "저 사람들은 대체 어느 세상에 사는 거지" 싶어지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스 서평가 미치코 가쿠타니가 쓴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2018년, 트럼프 집권 1년 차의 미국을 들여다보며 이 분열의 뿌리를 추적한 책입니다. 미국의 특정 정치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가짜 뉴스와 확증편향, 필터버블을 설명하는 대목은 지금 여기의 소셜미디어 환경과도 묘하게 겹쳐 보입니다.이건 사과인데, 자꾸 바나나라고 외치면책의 서두에는 CNN이 만든 짧은 광고 문구가 나옵니다.이것은 사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게 바나나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들은.. 2026. 10. 25.
자만심이 무너뜨린 영웅들 — 《사기 인문학》이 들려주는 사람 보는 눈 잘나가던 사람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뉴스에서 종종 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저 사람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잘나서 그렇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역사평론가 한정주가 쓴 《사기 인문학》을 읽으면서 2천 년 전 사마천이 《사기》에 남긴 사람 보는 눈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목숨보다 중요한 일이 있던 사람《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황제에게 미움을 사 궁형이라는 치욕적인 형벌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벌금, 사형, 궁형 세 가지였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법한 그 형벌을 받아들인 이유는 단 하나,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역사서 집필이라는 사명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사람은 단 한 번 죽을 뿐이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 2026. 10. 24.
『남산의 부장들』, 대통령을 지키던 정보기관이 결국 대통령을 쏜 그날 요즘도 가끔 "그 사람 뒷조사 좀 해봐"라는 말이 농담처럼 돌아다닙니다. 저도 웃어넘기긴 하지만 실제로 한 나라의 권력기관이 그런 일을 국가 운영의 기본 수단으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떠올리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동아일보 기자로 30년을 뛰면서 중앙정보부를 추적해온 김충식 저자가 쓴 《남산의 부장들》을 읽으면서 저는 권력이 정보를 독점했을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처음 구체적으로 알게 됐습니다.내각도 국회도 다 껍데기였다저자는 박정희 정권 18년 동안 중앙정보부가 가졌던 힘을 이렇게 정리합니다.안보파수꾼·외교주역에서부터 정치공작, 선거조작, 이권배분, 정치자금징수, 미행, 도청(盜聽), 고문 납치, 문학·예술의 사상평가, 심지어 여색(女色)관리, 밀수, 암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올마이.. 2026. 10. 21.
조선업 호황 뉴스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목소리 요즘 뉴스를 보면 한국 조선업이 다시 호황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수주량이 역대급이라느니, 몇 년 치 일감을 이미 확보했다느니 하는 소식들이요.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저는 몇 년 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오릅니다. 화려한 수주 실적 뒤에서 실제로 배를 만드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하청의 하청, 또 그 밑의 하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 조선소 노동자》입니다.2017년 5월 1일, 멈추지 않은 조선소이 책은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벌어진 크레인 충돌 사고를 증언한 아홉 사람의 구술 기록입니다. 그날은 노동절, 법정 유급휴일이었지만 거제조선소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출근 기록에는 1623명이 평소처럼 나와 일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오후 2시 52분, 800톤급 .. 2026. 10. 20.
『컬러의 말』, 색 이름 하나에 숨어 있던 욕망과 편견의 역사 혹시 립스틱이나 페인트 색상표에서 본 색깔 이름 하나를 떠올려 보시겠어요? '누드', '베이지', '사프란' 같은 이름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적이 많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컬러의 말』을 읽고 나니 그 평범한 이름 하나하나에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역사가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는 10년 가까이 패션 잡지에 매달 색을 하나씩 연재하면서 색이 그저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정치, 과학, 욕망, 차별이 뒤섞인 역사의 산물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특히 마음에 남았던 몇 가지 색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리드 화이트 — 아름다움을 위해 목숨을 건 색저자는 몇 세기 동안 화가와 여성 모두가 가장 많이 썼던 흰색 안료, 리드 화이트(.. 2026.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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