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다들 뭔가를 배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저도 유튜브 강의를 몇 개 찜해두고,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뭔가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막상 "뭐가 달라졌냐"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답이 안 나오더군요. 일본의 철학자 지바 마사야가 쓴 『공부의 철학』을 읽으면서 제가 해온 공부가 정말 저를 바꿔놓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공부는 더하는 게 아니라 버리는 것이다
저자는 공부를 흔히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설명합니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자격증을 따는 식으로 지식과 스킬이 쌓이는 것이 공부라고 여기기 쉬운데, 저자는 이 생각부터 버리라고 말합니다.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공부란 획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부란 상실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하나라도 더 알게 됐다"는 뿌듯함으로 공부를 해왔으니까요. 그런데 책을 따라가다 보니, 깊이 있는 공부란 결국 예전의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믿고 따르던 방식을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뭔가를 제대로 배운다는 건 그만큼 예전의 나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동조'에 많이 길들어 있다
저자가 쓰는 '동조'라는 말은 회사, 학교, 가족, 친구 관계 같은 환경에 나를 맞추며 사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동조란 환경의 코드에 자신을 온전히 맞춘 상태다.
저도 회식 자리에서, 가족 모임에서, 각기 다른 "그 환경에 맞는 나"로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평소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지만요. 책은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주변에 맞춰 살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사실을 모른 채로는 지금과 다른 삶의 가능성을 떠올리기조차 어렵다는 겁니다.
낯선 말이 '겉도는' 느낌, 그게 바로 공부하고 있다는 증거
새로운 분야를 배우기 시작하면 낯선 용어를 써야 하는데, 처음에는 꼭 억지로 말하는 느낌이 듭니다. 저자는 이 어색함을 피하지 말고 오히려 주목하라고 말합니다. 언어가 우리를 특정한 사고방식으로 이끄는 동시에, 그 언어를 의식적으로 다루게 되는 순간 우리는 기존의 틀에서 거리를 둘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언어를 통해, 우리는 타자에게 점령당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낯선 분야의 책을 읽을 때 느껴지는 그 어색함을 저는 그냥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로 넘겨왔습니다. 그런데 그 어색함 자체가 내가 기존의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하니, 공부가 괴로울 때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공부의 목적은 '다른 바보'가 되는 것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은 뜻밖에도 가볍습니다.
공부를 하는 목적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바보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깊이 공부하기 전의 우리도, 깊이 공부한 후의 우리도 결국 어떤 식으로든 주변 환경에 다시 동조하며 살게 된다고 말합니다. 다만 그 동조의 모양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는 사람이 되는 것. 거창한 자기계발의 언어가 아니라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스펙을 쌓는 공부와는 결이 다른,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전에 다룬 『내가 공부하는 이유』가 "성과를 위한 공부와 삶을 위한 공부"를 구분했다면, 이 책은 그보다 한발 더 들어가 공부라는 행위 자체가 나를 어떻게 바꿔놓는지를 묻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뭔가 달라지는 느낌이 없는 분
-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였다가 낯선 말투에 겉도는 느낌을 받아본 분
- 지금 사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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