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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 빛나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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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이프30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부캐가 유행어가 되기 전 이미 여러 이름으로 살아온 사람 요즘 자기소개서나 SNS 프로필에 직함 하나만 적어놓는 사람은 드물다. 회사원이면서 밤에는 그림을 그린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낮에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본업 하나로는 어딘가 불안하다는 감각이 시대의 공기처럼 퍼져 있다. 2026년 한국의 노동시장은 여기에 아예 이름까지 붙였다. N잡, 부캐 이코노미. 그런데 이 말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방송 작가였다가 번역가가 되었다가 또 어느 날 글 쓰는 사람이 되어가던 사람이 있었다. 노지양의 에세이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는 그렇게 여러 개의 이름을 오가며 살아온 기록이다.번역가는 그림자다저자는 14년 넘게 번역가로 일하며 8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런데도 이 직업을 조금도 화려하게 그리지 않는다.사실 번역으로는 자리를 잡.. 2026. 9. 23.
『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엄마들은 왜 늘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할까 이번 주 금요일이 추석입니다. 부모님 댁에 가는 분도, 가족을 맞이하는 분도 계실 텐데, 저는 연휴 전에 이현미 기자의 『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부키)을 읽었습니다. 《세계일보》에 연재한 「엄마도 처음이야」를 일부 토대로 한 육아 에세이인데, 읽다 보니 엄마와 딸, 아내와 며느리라는 자리의 기록에 가까웠습니다.엄마라면 그래야 하는데, 이상하네저자는 출산 직후 미혼인 지인에게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아이가 예뻐 보여?"라는 질문을 받고 고개를 갸웃했다고 씁니다. 그때는 '엄마라면 그래야 하는데 이상하네' 싶었고 애정이 쌓인 뒤에야 같은 질문에 곧바로 그렇다고 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모성을 이렇게 나눠 봅니다.내가 생각하는 모성은 시간과 함께 깊어지는 애정이지만 사회에서는 모.. 2026. 9. 22.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귀성 열차표 한 장 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추석은 어떤 날일까 이번 주 금요일이 추석입니다. 표를 잡은 사람과 놓친 사람은 이미 갈렸을 겁니다. 이런 주에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펼쳤는데, 추석 이야기가 생각보다 자주 나옵니다. 저자가 1969년부터 1988년까지 감옥에서 아버님, 어머님, 계수님, 형수님께 보낸 편지를 모은 책이니 명절이 빠질 수 없었겠지요. 1998년 증보판 서문은 이 책을 '우리 시대의 고전'이라 부르고 저자의 옥중 세월을 '20년 20일'이라고 적습니다. 오늘은 이 책의 추석 편지들을 읽어 보려 합니다.고향 가는 길을 저자는 이렇게 봅니다1987년 10월 5일자 「추석」 편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추석이 다른 명절과 다른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다는 데에 있습니다.저자는 6, 70년대의 급속한 산업화로 많은 사람이 고향과 .. 2026. 9. 21.
『식물학자의 식탁』, 추석 상의 고사리와 감, "자연 그대로"라서 안심해도 될까 추석 장을 보다 보면 나물 코너 앞에서 손이 멈춥니다. 삼색나물로 흔히 올리는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중에서 둘이 오늘 소개할 책에 나옵니다. 명절 무렵에는 "자연 그대로라 몸에 좋다"는 말도 유난히 자주 들립니다. 식물학 박사 스쥔의 『식물학자의 식탁』은 그 말을 조금 다르게 읽게 만드는 책입니다. 1부 제목부터 '식물학자의 경고'입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먹는 식물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하나씩 짚어 줍니다. 사례는 중국 이야기지만 식재료는 우리 밥상과 겹치는 것이 많습니다.식물은 사람 먹으라고 자라지 않았습니다책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은 이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야생 식물들은 인류의 수요를 위해 생겨난 게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고 번식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그래서 식물은 어린잎이.. 2026. 9. 20.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 노후 준비는 계좌부터가 아니다 얼마 전 한 신중년 대상 노후준비 특강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돈만 준비해서는 부족하다." 요즘 2030세대 여덟 명 중 한 명은 벌써 주식과 채권으로 노후자금을 굴린다고 하니, 준비성 하나는 다들 빠릅니다. 그런데 정작 은퇴 이후의 하루하루를 채우는 건 계좌 잔고만이 아닙니다. 그 시간을 무엇으로, 어떤 몸과 마음으로 살아낼 것인가. 이 질문이 그만큼 무겁습니다. 황안나 작가의 에세이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를 다시 꺼내 읽은 것도 그래서였습니다.예순여덟, 피레네 산맥 앞에 서다저자는 예순여덟 살이던 2007년 9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킬로미터를 걷기로 결심합니다. 노년의 몸으로 감당하기엔 무리해 보이는 결심이었지만 망설임은 짧았습니다."내 나이 예순여덟 살이던 2007년 9월 3일. .. 2026. 9. 18.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 치매 환자들이 서빙하는 식당 치매 환자들이 서빙하는 식당이라니.이 한 문장만으로도 뭔가 엇박자가 나는 것 같았다.실수투성이가 될 것 같고, 불편한 상황이 반복될 것 같고, 누군가는 민망해할 것 같았다.그런데 반응은 정반대였다.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괜찮아요”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치매 환자들은 오랜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다.우리가 잊고 있었던 ‘포용의 정의’를 되묻는 사회 실험이자, 공감과 존중으로 완성된 ‘치매 친화 사회’의 청사진이다. ‘틀림’을 받아들이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책 제목처럼, 주문을 틀리는 식당이다.오므라이스를 시켰는데 라멘이 나올 수 있다. 맥주를 주문했는데 사이다가 올 수도 있다.그런데 아무도 화내지 않는다.“아, 이게 나왔어요? 그냥 이.. 2025.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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