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에세이·라이프30 『아무튼, 양말』, 서랍 속 양말 한 짝이 하루를 바꾸는 방식 서랍 정리를 하다가 똑같은 양말이 세 켤레나 있는 걸 발견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걸 보고 "또 샀구나" 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별것도 아닌 물건인데 왜 자꾸 손이 가는 걸까요. 프리랜서 작가 구달이 쓴 에세이 『아무튼, 양말』을 읽으면서 작은 물건 하나에 마음을 쓰는 일이 생각보다 삶을 꽤 많이 지탱해준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발끝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작가는 소설가 카뮈의 일화로 책을 엽니다. 결혼을 앞둔 카뮈가 어머니에게 선물로 받고 싶은 걸 말해달라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 뜻밖입니다.어머니가 결혼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으냐고 묻자 카뮈는 하얀 양말 한 다스라고 대답했다. 당시 카뮈는 흰 양말만 신고 다녔다.가난한 형편에도 늘 깨끗한 흰 양말을 갖춰 신었던 카뮈를 두고 작가는 이렇게 적습니.. 2026. 10. 9. 『라틴어 수업』, '있어 보이려고' 시작해도 괜찮은 이유 혹시 '있어 보이려고' 뭔가를 시작했다가 괜히 부끄러워진 적 있으신가요? 저는 대학 시절 교양 수업을 고를 때 솔직히 그랬습니다. 어려워 보이는 과목을 들으면 좀 달라 보일 것 같아서요. 『라틴어 수업』을 읽으면서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한동일 교수는 서강대에서 10년 가까이 라틴어를 가르쳤습니다. 이 책은 그 수업에서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는데, 라틴어 문법보다는 공부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많이 나옵니다.'위대한 유치함'에서 시작해도 된다저자는 매 학기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왜 라틴어를 들으러 왔는지 묻습니다. 돌아오는 답 중에는 "있어 보이려고요"라는 대답도 섞여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대답을 부끄러운 게 아니라 솔직한 시작점으로 받아들입니다.있어 보이려고, 젠체하려고 시작하면 좀 .. 2026. 10. 7.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늙지 않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나이 드는 법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을 보다가 흠칫 놀랄 때가 있습니다. 분명 마음은 몇 년 전 그대로인데 눈가 주름이나 표정은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요. 미레유 길리아노의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를 집어 든 것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저자는 예순을 훌쩍 넘긴 프랑스 여성이자 전직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임원입니다. 제목만 보면 동안 비법서 같지만 책이 내내 다루는 주제는 나이 드는 것을 대하는 태도입니다.거울부터 제대로 보기노화 대처법의 첫 단계에 저자는 뜻밖에도 '마음가짐'을 놓습니다. 건강, 운동, 성형 같은 항목보다 먼저요.우리는 거울 속에서 현재의 자신을 보지 못하고 흔히 과거의 자신을 본다. 때로는 우리가 되고 싶은 모습이나 생각하는 모습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저도 이 문장에서 뜨끔했습니다.. 2026. 9. 29. 다시 열어보지 않는 메모장에 대하여 — 《아무튼, 메모》 스마트폰 메모장을 열어보면 며칠 전, 몇 달 전에 써놓고 다시 들여다보지 않은 메모가 몇 개나 있으신가요? 저는 한번 세어보다가 그만뒀습니다. 회의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 친구가 툭 던진 좋은 말 한마디, 나중에 찾아보려고 링크만 걸어둔 기사까지, 저장은 해놓고 다시 열어보지 않은 메모가 훨씬 많았습니다. 정혜윤 작가의 《아무튼, 메모》를 읽으면서 저는 이 책이 메모를 잘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았습니다. 오히려 메모를 잘 못해서 괴로운 사람의 고백이었고 그 메모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이야기였습니다.메모를 못하는 사람의 고백작가는 첫 장에서부터 자신이 메모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라고 털어놓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그 순간에 완전히 빠져버려서 펜을 꺼낼 틈이 없다고 .. 2026. 9. 28. 쉰 살에 경차로 바꾸고 알게 된 것들 -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왜 고개를 숙이느냐."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에서 진 베트남 선수들에게 박항서 감독이 건넨 말입니다. 경제학자 우석훈은 이 말을 듣고 울었다고 합니다.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고개를 숙이지 말라는 말은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쉰을 앞둔 나이에 저자는 아이의 투병과 함께 인생의 밑바닥을 지나왔습니다.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는 그 시기를 통과하며 쓴 글을 모은 책입니다.아무것도 안 되던 시절, 아홉수둘째 아이가 폐렴으로 반복해 입원하던 시기, 저자는 외부 활동을 모두 접고 아이 곁에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해에는 정말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합니다."그해에는 정말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크게 생각한 일은.. 2026. 9. 27.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 밤, 저는 낯선 방 하나를 떠올립니다 분명 나쁘지 않은 하루였는데 설거지를 마치고 소파에 앉으면 괜히 마음이 내려앉는 밤이 있습니다. 딱히 슬픈 일도, 화날 일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런 밤마다 저는 『아무튼, 게스트하우스』를 꺼내 듭니다. 약사이자 두 아이 아빠인 저자 장성민이 지난 20여 년간 세계 곳곳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순간들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근사한 여행 자랑 대신 낯선 침대에 누워서야 비로소 보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서 자꾸 손이 갑니다.이유 없는 우울, 도망칠 곳 하나책은 아무 이유 없이 우울이 찾아오는 밤에서 시작합니다. 아이를 재우고 아내와 맥주 한잔하고 돌아보면 부족할 것 없는 하루였는데도 저자는 이상하게 가라앉습니다. 화가 날 이유도 슬퍼할 이유도 찾지 못해 더 답답한 그 감정을 그는 이렇게 적습니다.. 2026. 9. 25.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