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도 배달 앱을 켜서 야식을 시키셨나요? 아니면 당근마켓에 안 쓰는 물건을 올려두고 누가 채팅을 걸어주기를 기다리셨나요? 저도 비슷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서비스들을 열어보면서 정작 이 회사들이 뭘 팔아서 돈을 버는지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물건을 만들지도 않고 재고를 쌓아두지도 않는데,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들 중 상당수가 이런 형태일까요. 『매치메이커스』는 이 질문 하나로 책 한 권을 채웁니다.

물건이 아니라 '만날 기회'를 파는 사업
저자인 데이비드 에반스와 리처드 슈말렌지는 우버, 에어비앤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알리바바 같은 기업들을 한데 묶어 '매치메이커'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제조업체처럼 원자재를 사서 물건을 만들어 파는 대신,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법니다.
메치메이커가 각 집단의 멤버에게 파는 것은 다른 집단의 멤버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제가 당근마켓에 물건을 올릴 때 돈을 내지 않는 이유가 이해됐습니다. 플랫폼이 저에게 파는 건 중고 물건을 등록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 동네에서 그 물건을 찾는 사람과 마주칠 기회였던 겁니다.
한쪽이 있어야 다른 쪽도 생기는 역설
책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예로 들어 이 사업이 왜 전통적인 경제학 수업과 다르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합니다.
소비자의 카드 수요는 얼마나 많은 상인들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받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상인들의 카드 수요 또한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카드를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손님이 없으면 가게가 카드를 받을 이유가 없고 가게가 받지 않으면 손님이 카드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둘 중 어느 쪽도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배달 앱 초창기가 떠올랐습니다. 라이더가 없으면 주문이 안 밀리고 주문이 없으면 라이더가 들어올 이유가 없었겠죠. 결국 어느 한쪽을 먼저 설득해야 하는 싸움입니다.
식당 예약 전화 한 통에 네 시간을 쓰던 시절
책 1장은 1998년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부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줄리 템플턴은 주말에 부모님을 모실 식당을 예약하려고 여러 곳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근 4시간 동안 전화 문의를 한 끝에 가까스로 주말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지금은 손가락 몇 번으로 끝나는 일에 네 시간이 걸리던 시절이 있었다니 새삼스러웠습니다. 책에 따르면 당시에는 손님과 식당을 연결해주는 시장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양쪽 모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고도 식탁은 비고 손님은 집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이 틈을 메운 것이 줄리의 남편 척 템플턴이 세운 오픈테이블이었습니다.
전국이 아니라 한 동네부터 장악하는 이유
오픈테이블은 초반에 여러 도시로 넓게 퍼지려다가 매달 110만 달러씩 손실을 내며 휘청거렸습니다. 한 도시 안에서 식당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이곳저곳에 조금씩 발을 걸쳤기 때문입니다. 방향을 바꿔 네 개 도시에만 집중한 뒤에야 성장이 시작됐습니다.
오픈테이블은 어느 도시에서든 처음에는 가장 인기 있는 식당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
넓게 펼치는 대신 한 곳에서 먼저 확실한 밀도를 만든 뒤에야 옆 동네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신생 서비스가 전국 단위 광고부터 하지 않고 특정 지역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먼저 쌓으려 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중매쟁이는 생각보다 오래된 직업이다
책은 이 사업 모델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짚습니다. 공자가 편찬한 《시경》에도 이미 비슷한 구절이 등장합니다.
매인들은 신랑감과 신붓감으로 좋은 사람을 찾아 연결해주고 돈을 받는다. 오픈테이블 같은 다면 플랫폼은 곧 중매쟁이다.
결혼 상대를 찾아주던 매인이든, 식당 자리를 찾아주는 앱이든, 서로를 필요로 하는 두 집단을 연결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본질이 다르지 않습니다. 기술이 바뀌었을 뿐 사업의 뼈대는 수천 년 전부터 있었다는 사실이 묘하게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기술 자체보다, 서로 다른 두 집단을 어떻게 한 자리에 모으느냐가 늘 핵심이었던 셈이니까요.
이 책은 경제학 이론서라기보다 우리가 매일 쓰는 서비스들의 작동 원리를 뜯어보는 안내서에 가깝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플랫폼,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요즘 자주 들리지만 정확히 어떤 사업인지 궁금하셨던 분
- 내가 쓰는 앱이 왜 가끔 공급자에게는 공짜이고 소비자에게만 비용을 받는지(혹은 그 반대인지) 궁금하셨던 분
-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어느 쪽을 먼저 모아야 할지' 고민 중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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