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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마음

"저 사람은 원래 그래"라는 말, 『사람일까 상황일까』를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by summaries 2026.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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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 단체 채팅방에서 한 동료가 "그 팀장님은 원래 좀 예민한 사람이에요"라고 말했을 때,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뉴스에 누군가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 오르내릴 때마다 댓글창에는 "원래 저런 인간이었네" 같은 단정이 줄줄이 달립니다. 최근 사회심리학 고전 『사람일까 상황일까』를 읽고 나서는 제가 사람을 판단해온 방식 자체를 의심하게 됐습니다.

"저 사람은 원래 그래"라는 말, 『사람일까 상황일까』를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표지

존이라는 인물에게 먼저 묻는 것

책은 도입부에서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회의에 가던 존이 건물 출입구에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받는 장면입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학 교정을 가로질러 힘차게 걷고 있던 존이 한 건물 출입구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우연히 발견하는데 그 남자가 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존은 그 남자를 도와줄까, 아니면 가던 길을 그대로 갈까?

이 질문을 받으면 저도 제일 먼저 존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저자들은 그렇게 알아낸 성격 정보가 존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별로 쓸모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 순간 존이 처한 상황이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겁니다.

기본적 귀인 오류, 제 안에도 있었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개념이 바로 '기본적 귀인 오류'입니다. 공동저자인 리 로스 교수가 만든 용어로, 우리가 타인의 행동을 해석할 때 성격 탓을 지나치게 하고 상황 탓은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성격 특성과 성향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믿는다. 그러다 보니 상황요인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데 이를 '기본적 귀인 오류'라고 한다.

책을 덮고 나서야 제가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오류를 반복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각한 동료를 보면 "시간관념이 없다"고 생각하지, 그 사람이 아침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떠올리지 않았습니다.

68퍼센트가 450볼트까지 누른 이유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 대목을 가장 오래 곱씹었습니다. 실험 참가자는 '선생' 역할을 맡아, 틀린 답을 말하는 '학습자'(실은 연기자)에게 점점 강한 전기충격을 주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대다수(밀그램이 행한 실험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실험에서는 68퍼센트)는 막판까지 '위험: 심각한 충격' 수준을 넘어 마지막 '450볼트, XXX' 수준까지 복종했다.

이 결과를 예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게 더 놀랍습니다. 밀그램이 자문을 구했던 일반인도 사회심리학자도 하나같이 참가자들이 중간에 멈출 거라 확신했습니다. 명령을 내린 사람이 특별히 무섭거나 참가자가 유독 잔인해서가 아니라, 조금씩 단계를 높여가는 상황 설계 자체가 사람을 거기까지 끌고 간 겁니다.

연기가 차오르는 방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은 까닭

주변인 효과를 다룬 대목도 뜨끔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방에 앉혀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 뒤, 환기구로 연기를 흘려보냈습니다.

혼자 있던 실험 참가자는 75퍼센트가 방을 나와 연기를 신고했지만 무표정한 두 명의 실험 협조자와 함께 있던 실험 참가자는 10퍼센트 그리고 세 명이 함께 있던 집단에서는 38퍼센트만 이 상황에 개입했다.

혼자였다면 재빨리 움직였을 사람도, 옆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의 누군가가 있으면 '별일 아닌가 보다'며 가만히 있게 됩니다. SNS에서 명백히 잘못된 일이 벌어지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저 역시 스크롤을 내린 적이 적지 않습니다. 무관심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침묵이 제 판단을 바꿔놓았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을 설교하러 가던 신학생들

가장 아이러니한 실험은 프린스턴대학교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입니다. 실험은 이 신학생들이 '선한 사마리아인' 우화로 설교를 하러 가는 길에 쓰러져 신음하는 사람을 만나도록 설계됐습니다.

예상대로 약속에 늦은 신학생들은 거의 도와주지 않았다. 실은 10퍼센트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었다. 반면 시간이 넉넉했던 '이른' 조건의 신학생들은 63퍼센트가 도움을 주었다.

남을 도우라는 설교를 준비하던 사람들조차, 그저 "시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아홉이 쓰러진 사람을 지나쳤습니다. 신앙심이나 인격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바쁘다고 느꼈는지' 여부가 결과를 갈랐습니다. 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후배의 질문을 대충 흘려보낸 날이 있었는데, 성격 탓이라기보다 그날 일정 탓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이 책의 실용적인 쓸모는 번역자 김호 씨가 후기에 남긴 경험담에 잘 나와 있습니다.

살다 보면 더러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사람을 접할 때가 있다. 그럴 경우 대개는 속으로 그 사람의 못된 성격을 탓하며 속상해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상대의 성격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과, 내가 상대에게 만들어주는 상황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상황을 바꾸는 쪽은 적어도 제 손으로 시도해볼 수 있어서 훨씬 덜 무기력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저 사람은 원래 그래"라는 말을 하루에 한 번쯤은 입에 담는 분
- 팀원이나 가족의 행동이 이해가 안 돼 답답했던 적이 있는 분
- 뉴스나 SNS 속 사건을 보며 성급하게 누군가를 단정 지은 경험이 있는 분

다음에 누군가의 행동이 유난히 거슬릴 때, 그 사람의 성격보다 먼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한 번쯤 물어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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