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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내가 공부하는 이유』, 스펙을 쌓아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에 대하여

by summaries 2026.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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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기계발 콘텐츠에는 "리스킬링", "AI 시대에 살아남는 법" 같은 말이 유난히 자주 보입니다. 회사에서는 평생학습 플랫폼 구독권을 나눠주고 유튜브에는 "지금 당장 배워야 할 스킬" 영상이 넘쳐납니다. 저도 그런 영상을 보다가 괜히 불안해져서 온라인 강의를 몇 개 장바구니에 담아 둔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이걸 배워서 뭐가 달라지는 거지?"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하는 책입니다. 그는 "당장 써먹기 위한 공부"와 "삶의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구분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AI가 어제까지 유용했던 지식과 기술을 순식간에 대체해버리는 지금, 이 구분이 더 또렷해집니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 스펙을 쌓아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에 대하여 표지

시험이 사라진 순간, 공부도 함께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공부를 놓아버립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시험이 있는 공부'에만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짚습니다. 시험은 범위와 날짜가 정해져 있어 계획을 세우기 쉽고 점수라는 명확한 피드백도 줍니다. 하지만 어른의 공부에는 그런 틀이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공부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공부는 시작된다.

저도 몇 년 전 전혀 다른 분야의 강의를 결제해놓고 범위를 정하지 못해서 몇 주 만에 흥미를 잃은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누가 짜준 커리큘럼을 그냥 따라가고 싶었을 뿐, 내가 왜 그걸 배우려 했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겁니다. 지금 '뭔가 배워야 할 것 같다'는 불안에 쫓겨 강의를 고르고 있다면, 먼저 내가 정말 궁금한 게 무엇인지부터 적어보는 게 순서일지도 모릅니다.

공부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저자는 몇 년을 매달렸던 논문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자료를 다 치워버린 경험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2년 뒤 전혀 다른 주제의 논문을 쓸 때, 그 시절 쌓았던 공부가 고스란히 되살아났다고 합니다.

공부는 자신의 내면에 나무를 한 그루 심는 것과 같다.

당장 성과가 없다고 공부를 그만둔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예전에 꾸역꾸역 읽었던 책이 최근 전혀 다른 글을 쓸 때 불쑥 튀어나오는 걸 경험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그 시절의 독서가 헛되지 않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공부의 결과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사라지지 않습니다.

'전문가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책은 한 분야에만 깊이 파고든 사람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저자가 붙인 이름은 '전문가바보'입니다.

여기서 전문가바보라는 말은 자기의 전문 영역에만 빠져 보편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한 우물만 파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듣고 살아왔지만 책은 정반대를 이야기합니다. 내 전공이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책을 읽는 시간이 쓸모없어 보여도, 그게 결국 다른 분야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가 되어줍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이라면 AI가 순식간에 따라잡습니다. 오히려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연결하는 감각이 사람에게 남은 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펙을 쌓아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

저자는 '샐러던트'라는 말을 꺼냅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취업하고 2~3년이 지나면 알 수 없는 허무함에 시달리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다시 공부를 시작하지만 여전히 토익 점수나 자격증처럼 성과가 보이는 공부에 매달립니다.

‘인생의 호흡을 얕게 하는 공부’는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끝이 나는, 호흡이 짧은 공부다.

평생학습이니 재교육이니 하는 말이 유행이지만 그 안에 담긴 공부가 또 다른 스펙 쌓기에 그친다면 허전함은 똑같이 반복될 것입니다. 책이 권하는 건 목표를 달성하면 끝나는 공부가 아니라 공부 자체가 목적인 공부입니다. 당장 승진이나 이직에 도움이 안 되더라도 궁금해서 펼친 책 한 권이, 사실은 더 오래 남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촛불처럼 배울 수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일흔이 넘은 진평공이 배우기엔 너무 늦었다고 한탄하자 악사 사광이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날이 저물었으면 촛불을 켜면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듣건대 소년이 배우는 것은 해 뜰 때의 별빛과 같고, 장년에 배우는 것은 한낮의 햇빛과 같으며, 노년에 배움은 촛불의 밝음과 같다고 했습니다. 촛불이 밝은데 어두움이 어찌 함께 하겠습니까?

은퇴 이후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 곳곳에 나옵니다. 평생교육원에서 뒤늦게 배움의 즐거움에 빠진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늦게 시작한 공부가 삶의 경험과 만나 오히려 더 깊어진다는 걸 알게 됩니다.

도구가 하나뿐이면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저자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며 한 가지 사고방식에만 익숙해지면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당신이 가진 도구가 망치 하나뿐이라면 당신은 모든 문제를 못으로 보게 될 것이다.

저는 평소 숫자와 논리로 문제를 풀려는 습관이 강한데, 가끔은 그 방식이 안 맞는 문제도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곤 합니다. 철학, 음악, 역사처럼 전혀 다른 사고의 틀을 하나씩 늘려두면, 막힌 문제 앞에서 꺼내 쓸 수 있는 도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입니다.

세상에 쉬운 공부는 없지만, 안 되는 공부도 없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탁구 선수에서 경제학 박사가 된 덩야핑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알파벳도 몰랐던 그녀가 케임브리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았습니다. 무엇이 가장 쉽고 어려웠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안 되는 일도 없다.

이 책을 덮고 나서도 저는 당장 무언가를 거창하게 시작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걸 배워서 뭐가 달라지지'라는 질문 대신, '이게 정말 궁금한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보게 됐습니다. 혼자서 꾸준히 배우는 법이 궁금하다면 전에 소개했던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도 함께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께 이 책을 권해봅니다.

- 리스킬링이니 평생학습이니 하는 말에 쫓기듯 강의를 결제했다가 금방 흥미를 잃는 분
- 자격증과 스펙은 쌓았는데 뭔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느끼는 분
- 은퇴나 인생 후반을 앞두고 무엇으로 시간을 채워야 할지 막막한 분
- 한 분야에만 깊어진 것 같아 세상을 보는 눈이 좁아진 건 아닌지 걱정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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