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도 그랬습니다. 출근길 신호 대기 줄에 서 있는데, 옆 차선에서 차 한 대가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제 앞으로 훅 끼어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경적을 눌렀고 그 뒤로 몇 분 동안은 운전대를 잡은 손에 계속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그 차 생각이 한참 떠나지 않았어요. "아니, 그렇게까지 급했나" 하면서요.
돌이켜보면 좀 우스운 일입니다. 그 차가 끼어든 지 5초도 안 돼서 저는 다시 제 갈 길을 갔고 그 운전자가 누구인지 알 길도 없는데, 그 뒤로도 한참 화가 나 있었으니까요. 리처드 칼슨의 『100년 뒤 우리는 이 세상에 없어요』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이 바로 이거였습니다.
리처드 칼슨은 전 세계에서 수백만 부가 팔린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Don't Sweat the Small Stuff)』의 저자입니다. 이 책은 그 원서 출간 20주년을 맞아 나온 기념판이고요. 제목이 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사실은 책 속 100가지 전략 가운데 하나인 '100년 후 우리는 세상에 없음을 기억하세요'에서 따온 문장입니다. 저자는 스트레스 상담가로 오래 일했습니다. 고객들에게 실제로 건넸던 구체적이고 짧은 조언 100가지가 한 권에 담겨 있습니다.

끼어든 차 한 대가 뭐라고
저자는 책 첫 장에서부터 딱 이 장면을 꺼냅니다. 교통 체증 속에서 누군가 끼어들 때 우리가 얼마나 쉽게 화를 내는지, 그리고 그 화를 얼마나 오래 붙들고 있는지에 대해서요.
심한 교통 체증 때문에 짜증이 난 상황에서, 마침 내 앞으로 끼어들기를 하는 차가 있다고 칩시다. 그런 경우 대개 그 일을 그냥 흘려보내지 못하고 화를 내게 되지요.
제가 어제 그랬던 것처럼요. 저자는 이럴 때 차라리 저 사람도 급한 사정이 있겠지 하고 넘기는 편이 낫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인데, 막상 그 순간에는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지금 사소한 일에 에너지를 쓰고 있구나"를 알아차리는 시간만큼은 조금 짧아진 것 같습니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아요"가 시작된 사연
이 책의 부제, '그러니까,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마세요'는 저자 본인의 실수담에서 나왔습니다. 한 외국 출판사가 저자의 허락 없이 예전 책의 추천사를 새 책에 그대로 실어버린 겁니다. 추천사를 써 준 웨인 다이어 박사에게 사과 편지를 보냈더니, 돌아온 답은 짧고 단순했습니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아요.
저라면 아마 그 출판사에 몇 번이고 다시 연락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려 했을 겁니다. 그런데 다이어 박사는 화를 낼 만한 명백한 상황에서도 그냥 그렇게 정리해 버렸어요. 저자는 이 편지 한 장에서 평생 써먹을 원칙을 얻었다고 합니다. 저도 요즘은 뭔가에 화가 치밀 때 "이게 정말 다이어 박사 말처럼 사소한 일 아닐까" 하고 한 번 더 물어보게 됐습니다.
1년 후에도 이게 중요할까
저자가 소개하는 방법 중 제가 가장 자주 써먹게 된 건 '시간 이동 게임'입니다. 지금 겪고 있는 일이 1년 뒤에 일어나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스스로에게 묻는 겁니다.
“이 상황이 정말로 내 생각처럼 중요한 일일까?”
실제로 해보면 의외로 답이 빨리 나옵니다. 대부분 아니요, 별로예요. 어젯밤에 보낸 메시지에 답장이 늦게 온다고 신경 쓰였던 일도, 회의에서 제 의견이 묵살당했다고 느꼈던 순간도, 1년 뒤로 옮겨 놓고 보면 기억조차 안 날 일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책 제목이 된 바로 그 문장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저자가 100가지 전략 중 여든두 번째로 소개하는 내용에서 왔습니다.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100년은 그다지 긴 세월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에 우리는 모두 세상을 떠나 있을 거란 점이죠.
처음 이 제목을 봤을 때는 좀 서늘하다고 생각했는데, 본문을 읽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자는 이 문장을 허무주의로 쓰지 않습니다. 지금 붙들고 있는 걱정거리의 무게를 가늠하는 잣대로 씁니다. 타이어 펑크, 잠긴 문, 망가진 컴퓨터 같은 것들을 100년 뒤의 시점에서 보면 그 무게가 확 줄어든다는 거죠. 저도 요즘 화가 날 때 이 문장을 한 번씩 떠올립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
저자는 완벽주의에 대해서도 꽤 단호하게 말합니다.
저는 아직까지 ‘온전히 내적 평화를 이룬 완벽주의자’를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뜨끔했습니다. 저도 뭔가 끝내고 나면 늘 부족한 부분부터 눈에 들어오거든요. 집 정리를 하고도 "여기는 아직 안 됐네" 싶고, 보고서를 끝내고도 "이 부분은 더 다듬을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남습니다. 저자는 그런 태도가 결국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할 기회를 스스로 없애 버린다고 말합니다.
기분 탓입니다, 그리고 지나갑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전략 중에는 '기분'을 다루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분이 안 좋을 때 우리는 삶 전체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겁니다.
“이 또한 지나갈 거야.”
저도 가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별것 아닌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런 날은 어김없이 "나 요즘 왜 이러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저자 말대로, 그냥 기분이 나쁜 날일 뿐이었던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책은 마지막 전략에서 이렇게 제안하며 끝을 맺습니다.
바로 오늘이 이 세상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는 겁니다.
무모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라, 삶이 진정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 주고 싶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저는 이 문장을 어제 제 앞에 끼어들었던 그 차 한 대와 나란히 놓고 생각해 봤습니다. 둘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깝더군요.
『100년 뒤 우리는 이 세상에 없어요』는 거창한 인생론을 펼치는 책은 아닙니다. 대신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를 흔드는 작은 일들 앞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아주 구체적인 연습법들을 건네줍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출퇴근길 작은 일에도 쉽게 화가 나고 그 화가 오래 가는 분
- 완벽하게 끝내지 못한 일 때문에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분
- 하루하루가 비상사태처럼 느껴지는 분
오늘 하루, 화가 날 만한 일이 생긴다면 한번 물어보세요. 이게 1년 후에도, 아니 100년 후에도 중요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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