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환절기에 몸도 마음도 지칠 때면, 저는 거창한 자기계발서보다 짧은 이야기 한 토막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가 신문에 1년간 연재했던 짧은 글들을 모은 《마크툽》이 딱 그런 책입니다. 한 편 한 편이 짧은 우화나 일화인데, 묶어놓고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유리 조각으로 지은 집
책의 첫 이야기부터 마음을 붙잡습니다. 1899년 꿈에서 천사를 본 한 남자가 깨진 유리와 타일 조각들을 모아 40년에 걸쳐 집을 짓습니다. 이웃들은 그를 제정신이 아니라고 여겼지만 그는 담담하게 이렇게 말합니다.
조각들 하나하나가 모여 아름다움을 이룬다오.
코엘료는 이 이야기를 자신의 삶에 포개어 봅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인생 역시 그에게 일어난 모든 일의 파편들로 이루어졌다.
저는 이 대목에서 제 한 해를 떠올렸습니다. 돌이켜보면 올해도 성공보다는 실수와 우왕좌왕이 더 많았는데, 그 깨진 조각들도 어떻게든 모여서 지금의 저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개의 비디오테이프
책 속 '스승'은 변화의 순간마다 우리가 지난 실패들을 자동으로 재생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성공의 기억만 틀어도 안 된다고 덧붙입니다.
실패들로 이루어진 비디오테이프만 본다면, 우리는 계속 무력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성공한 경험들로 이루어진 비디오테이프만 본다면, 자신이 실제보다 더 지혜롭다고 믿게 될 것이다.
그러고는 이렇게 결론 짓습니다.
우리에겐 성공과 실패에 대한 두 가지 비디오테이프가 다 필요하다.
이직이나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과거의 실패만 떠올리며 위축되거나, 반대로 예전의 성공만 믿고 자만하는 일, 저도 둘 다 해본 적이 있습니다. 둘 중 하나만 틀지 말고 둘 다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고치를 짜야 했던 애벌레
변화 앞에서는 누구나 두렵습니다. 책에는 날 수 있다는 걸 모른 채 고치를 짜라는 명을 받은 애벌레 이야기가 나옵니다.
애벌레는 고치 짜는 것이 자기 무덤을 만드는 거라 생각하고 죽을 준비를 했다.
그러나 결말은 다릅니다.
애벌레는 멋진 나비로 변신해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녔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쳐다보며 감탄했다.
퇴사든 이사든 관계의 정리든, 변화의 길목에서 우리는 종종 그게 끝이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이 짧은 우화는 그 순간이 사실은 무덤이 아니라 고치였을 수도 있다고 일러줍니다.
바람을 가둘 수 없듯이
죄책감에 시달리는 한 나그네에게 수도원장은 창밖의 거센 바람을 가리키며 묻습니다. 바람을 붙잡아 방 안으로 들여올 수 있겠냐고요. 나그네가 불가능하다고 답하자, 수도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면, 당신은 그런 생각들로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 겁니다.
나쁜 생각이 떠오르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생각에 끌려다니지 않는 것, 거기까지가 우리 몫이라는 말이 꽤 실용적인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마크툽, 이미 기록되어 있다는 것
책 제목이기도 한 '마크툽'은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는 뜻의 아랍어입니다. 코엘료는 이 말의 진짜 의미를 이렇게 풀어줍니다.
모든 것이 이미 기록되어 있다 하더라도, 신은 자비롭고 우리를 돕기 위해서만 펜과 잉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 체념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코엘료는 그 기록이 우리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다르게 읽습니다. 그 해석 하나로 '어차피 정해진 일'이라는 말이 꽤 다정하게 들리더군요.
짧은 이야기 한 편씩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 분, 요즘 들어 자꾸 과거의 실패나 성공에만 마음이 쏠린다고 느끼는 분, 그리고 변화를 앞두고 있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 다른 시작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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