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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이프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마흔다섯에 안정된 삶을 내려놓은 이유

by summaries 2026.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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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누구나 뭔가를 씁니다. SNS에 일상을 올리고 블로그에 생각을 정리하고 메모 앱에 하루를 기록합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종종 궁금해집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정말 누군가에게 닿는 글일까, 아니면 그냥 제 속을 풀어내는 혼잣말에 그치는 걸까. 그런 고민을 안고 소설가 이윤기의 산문집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펼쳤습니다. 번역가이자 소설가로 평생을 글과 씨름한 사람의 솔직한 고백이, 생각보다 깊은 위로와 자극을 함께 주었습니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표지

쓰지 않고는 못 배겨서 쓴 글은 울림이 없다

작가는 자신이 써온 글을 돌아보며 뜻밖의 고백을 합니다. 감정이 차올라서 어쩔 수 없이 토해내듯 쓴 글이 오히려 독자에게 아무 감동을 주지 못했다는 겁니다.

쓰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아서 쓴 것들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글들은 아무 울림도 지어내지 못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제가 써온 일기와 SNS 글을 떠올렸습니다. 감정이 격할 때 썼던 글일수록, 다시 읽으면 유독 민망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글이 되려면 감정을 쏟아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면 초단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요. 작가는 뜻밖에도 아주 단순한 답을 내놓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기만 하면 초단은 된다.

유식해 보이려고 어려운 단어를 고르거나, 멋있게 보이려고 생각을 비틀다가 오히려 글의 생명인 '진짜 생각'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몇 번이나 문장을 거창하게 고치려다 다시 지웠습니다. 쉬운 말로 정직하게 쓰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마흔다섯에 안정된 삶을 내려놓은 이유

가장 마음에 남은 장은 작가가 번역가로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마흔다섯 살에, 모든 걸 내려놓고 미국 유학을 떠난 이야기였습니다. 역서가 백 권이 넘고 수입도 안정적이던 시절이었습니다.

1991년, 내 나이 마흔다섯 살 되던 해였다. 문득,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싶었다.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싶었다.

그가 떠난 이유는 돈이나 번역 일 자체가 싫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번역도 내게는 중요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안정된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을 가로막고 있다면, 그 안정을 놓을 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 마흔을 앞둔 많은 분들에게 묵직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실패를 축하하는 이유

작가는 남의 실패에 유독 반응하는 독특한 버릇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불발됐을 때, 혹은 운동선수들이 넘어졌을 때, 작가는 오히려 안도하거나 응원합니다.

박찬호의 성공은, 박찬호의 실패와 좌절의 산물이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연의 비유가 인상적입니다.

겨울을 경험하지 않으면 다음 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식물도 있다.

자신에게 상을 안겨준 글들도 돌아보면 전부 '날려먹고 다시 쓰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글이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술술 풀린 글로는 좋은 평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거절당할 수 있는 부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작가가 지키는 원칙 중 하나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유학을 가기 위해 추천서가 필요했지만 자신을 추천해 줄 스승이 없었던 상황에서도 그는 이 원칙을 깨면서까지 부탁을 해야 했다고 고백합니다.

거절당한다는 것은 관계의 끝을 뜻한다. 하지만 거절당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청탁이라면 절대로 발화하지 말아야 한다.

부탁을 할 때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는 이 말은, 관계에서 무리한 요구를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 요즘에 더 곱씹어볼 만합니다.

문학동네 바깥사람들의 글에 끌리는 이유

작가는 정작 전문적으로 글을 쓰지 않는 가수나 배우의 책에 관심이 많다고 밝힙니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는 입말 글이야말로 진짜 생명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문법이 조금 어긋나도, 그 말에 묻어 있는 사람의 느낌까지 읽어야 한다는 그의 태도는, 완벽한 문장보다 진짜 목소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뭔가를 쓰고 있지만 글이 늘지 않아 답답한 분, 안정된 자리를 지킬지 새로운 길로 나설지 고민하는 분, 그리고 최근의 실패 때문에 자신을 탓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에서 생각보다 단단한 위로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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