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에 적어두고 몇 년째 그대로 있는 일이 있습니까? "언젠가 하겠다"는 말로 미뤄둔 일이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샘 혼의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는 그 "언젠가"라는 말 자체를 의심해보자고 말하는 책입니다.

은퇴 일주일 만에 쓰러진 아버지
저자는 머리말을 자기 아버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아버지의 오랜 꿈은 은퇴 후 미국의 모든 국립공원을 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평생 주 5~6일을 운전하며 다른 사람들의 농사를 돕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은퇴한 지 딱 일주일 만에, 호텔 화장실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집니다. 그랜드티턴도,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도 끝내 가보지 못했습니다. 책의 머리말에는 이런 문장이 붙어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처의 말이라고 저자는 밝힙니다. 시간이 많다고 믿는 순간, '언젠가'는 점점 더 먼 미래로 밀려납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건 이 믿음에 금이 가는 사건을 겪고 나서였습니다.
4분 4영역 행복 퀴즈
책은 독자에게 간단한 질문지를 내밉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네 칸으로 나눠보라는 겁니다. 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데 못 하고 있는 일,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고 있는 일, 하기 싫어서 이미 그만둔 일. 이렇게 네 칸을 채우고 나면 신기하게도 삶에서 뭐가 잘 돌아가고 뭐가 막혀 있는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저자는 2영역과 3영역, 즉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일"과 "하기 싫은데 하고 있는 일"에 쓴 내용이 당신이 '언젠가'로 미뤄둔 삶의 목록이라고 말합니다.
단 하나의 변화로도 충분하다
3영역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답이 뭘까요. 책에 따르면 압도적으로 1위는 SNS입니다. 짬만 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한 여성의 고민에 저자는 이렇게 답합니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외로움과 우울함, 불행감이 더 커진다는 연구를 보셨나요? SNS는 행복의 가장 큰 장애물 같아요.
거창한 결심은 필요 없습니다. 식사 중에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 자기 전에는 들여다보지 않는다 정도의 작은 규칙 하나면 충분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모든 걸 뜯어고치는 대신 단 하나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이야기입니다.
망원경을 다시 꺼낸 치과의사
저자의 워크숍에 참석했던 한 치과의사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열 살 때 망원경을 선물 받고 밤마다 은하수를 보던 아이였는데, 부모님의 권유로 천문학 대신 치과대학을 갔습니다. 지금은 병원도 있고 직원도 열 명이고 돈도 잘 법니다. 그런데 정작 '시간의 우선순위'를 적어보니 일주일 60시간이 전부 치아 교정 업무였고, 어릴 적부터 품었던 천문학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저자와 대화를 나눈 뒤 이 치과의사는 주말마다 버클리 천문대에 가서 연구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다시 제 눈에 별을 담고 삽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고 난 뒤 저자가 남긴 말도 비슷한 울림이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과거 어느 황금시대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결국 깨닫습니다.
지금 이곳이 바로 황금시대인 겁니다.
황금시대는 다른 시절, 다른 장소에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겁니다. 진정한 우선순위와 실제로 시간을 쓰는 우선순위, 이 두 목록을 나란히 적어보면 둘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다는 걸 알게 됩니다.
저자 본인도 못 지켰던 원칙
흥미롭게도 저자 자신도 이 원칙을 자꾸 어겼습니다. 이틀간의 컨설팅을 마치고 지쳐서 공항으로 가려던 날,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한테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원하는 대로 뭐든지 할 수 있는 인생을 사시면서 그걸 누리지 못하네요.
저자는 그 말을 듣고 호텔에 하루 더 머물며 늘어지게 쉬었습니다. 그리고 서점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몇 년째 미뤄뒀던 '작가로서의 나'를 다시 떠올립니다. 전문가로 불리는 저자조차 자기 조언을 실천하는 데 아들의 전화 한 통이 필요했다는 사실이, 이 책을 조금 더 믿게 만듭니다.
작년에도 있었던 그 문제
책 중간에 인용된 전 미국 국무장관의 말이 묘하게 뼈아픕니다.
성공적인 조직의 지표는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같은 문제가 1년 전에도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개인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언젠가 운동해야지", "언젠가 그 사람한테 연락해야지" 하고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면, 그건 이미 답이 나온 질문입니다. 저자는 "시간이 가면 모든 게 바뀐다고들 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은 능동적으로 바꿔가야만 한다"는 앤디 워홀의 말을 빌려 이 장을 마무리합니다.
이 책은 당장 직장을 그만두라거나 떠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미뤄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적어보라고 권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하고 싶은 일을 자꾸 "언젠가"로 미루고 있는 분
- 바쁘게는 사는데 뭔가 허전하다고 느끼는 분
- 올해도 작년과 똑같은 다짐을 반복하고 있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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