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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어른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였습니다

by summaries 2026.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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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자취를 시작한 후배가 저한테 전화를 걸어와 "언니, 저 완전 망한 것 같아요"라고 하소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들어보니 다름이 아니라 화장실 휴지가 똑 떨어졌는데, 그걸 미리 사다 놔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해봤다는 거였습니다. 본가에 있을 때는 그냥 '늘 있던 것'이었으니까요. 저도 혼자 살기 시작한 첫 달,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가 되는 걸 보고서야 수도세도 매달 나간다는 사실을 실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이는 서른이 훌쩍 넘었는데, 정작 '어른답게' 사는 법은 누구도 제대로 가르쳐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어른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였습니다 표지

어른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였습니다

미국의 기자 켈리 브라운이 쓴 《어덜팅》은 이 막막함을 아주 솔직하게 다룹니다. 저자는 어른이 되는 일을 거창한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그날그날의 작은 선택으로 풀어냅니다.

‘어른’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어른은 일상의 작은 결정들을 올바르게 내리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실제로 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어른답게 행동해보자. 실수로 아침 식사를 다이어트 콜라로 때웠다고 해서 누군가 들이닥쳐 어른 증명서를 뺏어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괜히 뜨끔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나는 아직 진짜 어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무슨 자격시험처럼 여기고 있었더라고요. 어제 라면으로 저녁을 때웠다고 오늘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오늘 한 끼 제대로 챙겨 먹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겉모습이라도 챙기면 됩니다

저자는 속으로 아무리 불안해도 남들은 그걸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나는 바로 지금 드러나 있는 겉모습뿐이다. 그러니 본 모습과 다르더라도 교양 있게 보이는 건 생각보다 쉽다.

회사에서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속으로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겉으로는 침착한 척 연기해본 적, 다들 있으실 겁니다. 저자는 이 '척'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즐거운 척, 능숙한 척하다 보면 실제로 조금씩 그렇게 된다는 것이지요.

돈 이야기를 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책에서 가장 뜨끔했던 부분은 역시 돈 문제였습니다. 요즘처럼 물가도 오르고 월세도 오르는 시기에, 통장 잔고를 외면하고 싶은 마음은 저만의 것은 아닐 겁니다.

돈 문제를 못 본 체한다고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사실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매일 쓸 수 있는 용돈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만 쓰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합니다.

5천 원이든 만 원이든 매일 아무렇게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정한 뒤 반드시 지킨다. 어제 안 쓴 돈은 오늘 용돈과 합칠 수 있지만 미래의 용돈을 당겨쓰지 않도록 한다.

저축은 큰 금액이 아니어도 된다고, 다만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형편이 아무리 안 좋다고 해도 매월 3만 원 정도는 저금할 수 있다. 확신한다.

신용카드 때문에 괴로운 분들을 위한 처방도 재미있습니다. 카드를 물그릇에 넣어 냉동실에 얼려버리라는 겁니다.

물을 가득 채운 그릇에 카드를 담그고 냉동실에 넣는다. 사용하고 싶다면 해동한다. 신용카드를 쓰겠다고 결심한 뒤 실제로 실행하기까지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 화장품 전문점에 가서 화장품을 쓸어 오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 같지만 저는 이 대목에서 충동적인 소비를 막는 건 결국 '시간을 버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초대에 "글쎄요"라고 답하지 않기

사람 사이의 일에서도 저자는 비슷한 원칙을 말합니다. 애매하게 답을 미루는 게 가장 무례하다고요.

초대를 거절한다면 상대방이 약간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내가 가거나 가지 않는다고 해서 누군가의 기분이 엄청 좋아지거나 기분을 엄청 망치게 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아무 답도 하지 않는다면 나의 부재로 인한 약간의 실망에 무례함과 불신이 더해질 것이다.

저도 약속에 애매하게 답하고 나중에 둘러댄 적이 떠올라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거절이 불편한 건 맞지만 침묵보다는 솔직한 거절이 상대를 덜 지치게 한다는 걸 이 책을 보고야 알았습니다.

무례한 사람은 해파리라고 생각하기

마지막으로 마음에 오래 남은 비유 하나를 소개합니다.

무례한 사람은 내 쪽으로 아무 생각 없이 헤엄쳐 와 촉수를 뻗쳐 불쾌하게 만들면서 하루를 망치고 가버리는 해파리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끔찍한 사람을 마주칠 때 해파리가 다가오는 것 같은 무언가 물컹대는 느낌을 상상하며 그냥 지나가길 기다리면 된다.

무례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일일이 분노하고 곱씹다 보면 정작 지치는 건 나 자신입니다. 해파리처럼 스쳐 지나가게 두는 연습, 저도 이제부터 해보려고 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독립한 지 얼마 안 돼서 매일이 좌충우돌인 분, 월급은 들어오는데 통장은 늘 텅 비어 있는 게 이상한 분, 그리고 나이는 먹었는데 아직도 '진짜 어른'이 된 느낌이 안 든다고 혼자 불안해하는 분이라면 이 책에서 생각보다 큰 위로를 받으실 겁니다. 어른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또 한 번 제대로 살아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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