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강을 정주행하고 유명하다는 학습법 영상을 끝도 없이 저장해두면서도,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날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더 좋은 강의, 더 좋은 요약 노트를 찾아다니느라 정작 혼자 앉아서 읽고 외우는 시간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을 쓴 한재우 작가는 이 현상에 아주 단순한 진단을 내립니다. 공부를 못하는 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겁니다.

뒤에서 3등이 진짜 3등이 된 이유
작가가 과외를 맡았던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 과목 3~40점, 반에서 뒤에서 3등이던 이 학생에게 작가는 숙제를 내는 대신 딱 두 가지만 시킵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듣기, 그리고 그날 배운 내용을 수업 직후·그날 저녁·주말, 이렇게 세 번 가볍게 읽어보기. 석 달 뒤 기말고사에서 이 학생은 반에서 3등을 합니다. 이번엔 진짜 앞에서 3등이었습니다. 본인의 말은 이랬습니다.
시험 기간이 되어서 교과서를 폈는데 기억이 났어요. 선생님이 하셨던 설명이.
작가는 이 변화의 핵심을 "나도 할 수 있다"는 느낌, 즉 메타인지라고 설명합니다. 한 번이라도 책을 펼쳤을 때 "이거 알겠다"는 감각을 맛본 사람은 그다음부터 저절로 더 공부하게 됩니다. 반대로 그 감각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좋은 강의를 들어도 "난 역시 머리가 나쁜가 봐"로 끝나버립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의외로 운동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뜻밖이었던 대목은 공부 원칙의 첫 번째가 '운동'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오바마, 조정래 같은 이름들이 전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몸을 움직인 사람들이라는 걸 나열하면서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은 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이 아니라, ‘운동을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 네이퍼빌 203학군에서 아침마다 심박수를 올리는 체육 수업을 도입했더니, 비만율만 줄어든 게 아니라 읽기·수학 성적까지 세계 최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는 사례도 소개됩니다. 운동을 하면 뇌에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고 신경 전달 물질이 늘어나서 책상에 앉았을 때 머릿속에 정보가 훨씬 잘 들어온다는 설명입니다. 저도 야근하고 돌아온 날 책을 펼치면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10분만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앉으면 신기하게 집중이 되던 경험이 있어서 이 부분이 유난히 와닿았습니다. 작가는 이걸 이렇게 정리합니다.
적당한 운동은 방전이 아니라 충전이다.
목표를 종이에 적은 3%가 나머지 97%보다 부자가 됐다
1953년 미국 예일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글로 적어둔 졸업생은 전체의 3%뿐이었는데, 22년 뒤 조사해보니 이 3%가 가진 재산이 나머지 97% 졸업생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책은 이 결과를 두고 동기 부여가 앤서니 라빈스의 말을 인용합니다.
정말 대단한 성공을 거둔 유명 인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의 성공은 똑같은 첫 번째 단계로 시작했다. 바로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게 이 장의 요지입니다. 다만 머릿속에만 두지 말고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두라고 합니다. 그래야 오늘 책상에 앉을 이유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결국 공부는 세 단계의 반복일 뿐이다
책은 복잡한 공부법을 늘어놓는 대신 단순한 틀로 돌아갑니다. 읽는다, 외운다, 외웠는지 확인한다. 이 세 단계를 혼자 힘으로 반복하는 것, 그 이상의 비밀은 없다는 겁니다. 유명한 강사도, 잘 만든 요약본도 이 세 단계를 대신 해줄 수 없습니다. 그저 그 과정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해주는 보조 도구일 뿐입니다. 저도 돌이켜보면 시험 전날 남이 정리한 자료를 읽기만 하고 '확인' 단계를 건너뛴 채 시험장에 들어간 적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그렇게 막막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책과 책상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공부법이라는 점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 특별한 재능이나 많은 돈은 필요 없습니다. 그저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는데 방법을 모르겠는 분
- 인강과 요약 노트만 모으다가 정작 실력은 늘지 않는 분
- 시험 기간마다 불안감에 공부가 손에 안 잡히는 분
- 아이에게 공부 습관을 어떻게 잡아줘야 할지 고민인 부모님
'자기계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언젠가'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0) | 2026.10.23 |
|---|---|
| 어른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였습니다 (0) | 2026.10.20 |
| 『나는 회사를 떠나지 않기로 했다』, 자기계발이 내 미래를 지켜주지 않는 이유 (0) | 2026.10.18 |
| 『보고서의 신』, 야근해서 만든 보고서가 매번 까이는 이유 (0) | 2026.10.18 |
| 『습관의 힘』, 담배를 끊은 게 의지력 때문이 아니었던 이유 (1) | 2026.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