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오면 소파에 눕는 순간부터 의지력이 바닥납니다. 뭔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부터"라는 말을 몇 년째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기룡, 김동선 두 저자가 쓴 『퇴근 후 2시간』을 읽으면서 가장 뜨끔했던 건, 이 책의 주인공 김장수 씨도 저와 똑같이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는 점입니다. 경찰서장으로 정년퇴직한 그가 퇴직 후 강사로 자리 잡기까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퇴근 후의 시간을 다르게 쓴 습관이 있었습니다.

퇴근 후 2시간이 10년 쌓이면 1만 시간이 된다
책은 거창한 결심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하루 2시간, 주말 몇 시간을 꾸준히 모으면 숫자가 얼마나 커지는지를 구체적으로 계산해서 보여줄 뿐입니다.
퇴근 후 2시간이면 일주일에 10시간이 되고, 주말에 잠자고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5시간씩, 10시간이 됩니다. 주중과 주말 합쳐서 일주일에 20시간을 자신을 위해 쓸 수 있습니다. 그러면 1년에 1,000시간, 5년이면 5,000시간이 되고 10년이면 1만 시간이 됩니다.
저는 이 계산을 보고 괜히 뒷목이 뜨끈해졌습니다. 하루 2시간이라고 하면 별것 아닌 것 같은데, 10년이라는 시간 단위로 바꿔놓으니 그게 그대로 전문가 한 명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지금 흘려보내고 있는 저녁 시간이 그만큼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퇴직이 아니라 "졸업"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명예퇴직을 앞둔 최 부장이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고 털어놓자, 김장수 씨는 단어 하나를 바꿔보라고 권합니다.
회사를 그만 다니게 됐다고 생각지 말고 ‘회사를 졸업했다’고 생각하세요.
졸업이라는 말에는 쫓겨났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다닐 만큼 다녔고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가 됐다는 뜻이니까요. 퇴직을 입에 담기만 해도 불안해지는 분들이 많은데, 이 한 문장이 생각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는 걸 보고 말이 가진 힘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인생은 마일리지처럼 쌓인다
김장수 씨는 자신이 겪어온 어려운 시절을 돌아보며 그 시간들이 그냥 사라진 게 아니라 어딘가에 쌓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습니다.
인생도 마일리지처럼 하나씩 쌓이는 것 같다. 나중에는 쌓인 것을 알지만 지금은 모른다.
지금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 노력을 계속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쌓이고 있다는 걸 지금은 모를 뿐, 나중에 꼭 보너스처럼 돌아온다는 이 비유를 읽고 나니, 요즘 배우고 있는 것들을 조급하게 평가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이 들어서 겪는 네 가지 고통, 그리고 네 가지 행복
책은 노년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가난, 질병, 고독, 무위라는 네 가지 고통을 먼저 꼽은 다음, 거꾸로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네 가지 행복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노인이 돼서 겪는 네 가지 고통으로 가난, 질병, 고독, 무위를 꼽습니다.
나이가 들면 네 가지 행복이 있습니다. 우선 몸이 불편하니 다른 사람의 도움에 감사하게 됩니다. 따뜻한 손길과 마음씨가 더 잘 보이게 되지요. 돈이 없으니 돈 걱정에서 벗어납니다. 없으면 쓰지 않으면 되지요. 또 고독이 있습니다. 고독하면 모든 것과 친구가 됩니다. 바람과 햇살과 수다를 떠는 경지에 오릅니다.
고통과 행복을 같은 단어로 설명하는 이 대목이 묘하게 위로가 됐습니다. 괜찮은 척하는 낙관이 아니라, 불편한 현실을 인정한 다음 그 안에서 뭘 발견할 수 있는지를 끝까지 찾아보는 태도였습니다.
노인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연습, 내려놓기
책은 나이 드는 것도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그 준비의 첫 단계로 내려놓는 연습을 꼽습니다.
첫째는 ‘내려놓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뿐 아니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젊음에 대한 보상 욕구, 실패한 사업에 대한 집착, 잘못된 결혼 생활에 대한 후회를 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저는 아직 젊음에 대한 보상 욕구나 결혼 생활의 후회를 이야기할 나이는 아니지만 미리 쌓아둔 것에 대한 집착이 나이가 들수록 더 떼어내기 어려워진다는 말은 지금부터 새겨둘 만했습니다. 의존하지 않는 연습과 자기만의 믿음을 갖는 연습까지, 책이 말하는 세 가지 연습은 결국 지금부터 조금씩 시작해도 늦지 않는 것들이었습니다.
퇴근하고 나면 뭘 해야 할지 몰라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분들, 퇴직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분들, 그리고 지금의 작은 노력이 정말 쌓이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운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거창한 계획보다 오늘 저녁 두 시간을 먼저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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