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휴대폰을 확인합니다. 밀린 메시지에 답장을 하다 보면 이미 30분이 지나 있습니다. 허둥지둥 씻고 나가면서 오늘 하루도 남한테 끌려다니겠구나 싶은 기분이 듭니다. 저도 그런 아침을 수없이 보냈습니다. 그런데 팀 페리스가 200명이 넘는 세계적인 성과자들을 인터뷰하며 던졌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뭘 합니까?" 그가 '타이탄'이라 부르는 이 사람들의 답을 모아 엮은 책이 《타이탄의 도구들》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제 아침이 얼마나 남의 속도에 맞춰져 있었는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잠자리부터 정리하는 이유
팀 페리스가 소개하는 첫 번째 의식은 우습게 들릴 만큼 단순합니다. 잠자리를 정리하는 것, 그것도 딱 3분입니다. 오사마 빈 라덴 체포작전을 지휘한 해군 제독 윌리엄 맥레이븐은 텍사스 대학교 졸업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일 아침 잠자리를 정돈한다는 건 그날의 첫 번째 과업을 달성했다는 뜻입니다. 작지만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자존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일을 해내야겠다는 용기로 발전합니다. 하루를 마무리할 무렵이 되면 아침에 끝마친 간단한 일 하나가 수많은 과업 완료로 바뀌게 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고 나서야 왜 침구 정리 같은 사소한 습관이 자기계발서마다 등장하는지 이해했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풀릴지는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잠자리 하나는 확실히 내 힘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그 작은 확실함이 나머지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됩니다.
명상은 정신을 위한 따뜻한 목욕
타이탄들 중 80퍼센트 이상이 매일 아침 어떤 형태로든 마음 챙김 수련을 한다고 합니다. 거창한 수행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 10분, 7일이면 충분하다는 게 이 책의 조언입니다. 명상의 목표를 정의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명상을 할 때는, 스트레스는 덜 받으면서 결과는 더 좋게 나와야 한다. '아,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등과 같은 생각이 계속 되풀이되는 걸 피해야 한다. 명상은 정신을 위한 따뜻한 목욕이다."
명상의 핵심이 '집중'이 아니라 '정신이 흩어졌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설명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20분 중 19분을 딴생각으로 보내도 실패가 아닙니다. 나머지 1분, 정신이 방황했다는 걸 눈치채고 다시 돌아오는 그 순간이 진짜 훈련이라는 뜻이니까요.
첫 번째 버전은 언제나 실패작이다
픽사의 공동창업자 에드 캣멀은 〈토이스토리 2〉와 〈라따뚜이〉를 만들 때마다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흔히들 최종 완성된 작품은 '초안草案'을 잘 다듬어 내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는 완전한 착각이었다. 물론 모든 작품은 초안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가 처음의 초안과는 전혀 상관없는 결과물이었다. 마침내 나와 픽사의 직원들은 깨달았다. 첫 번째 버전은 언제나 실패작이라는 것을."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제가 뭔가를 시작할 때마다 왜 그렇게 첫 시도에서 완벽을 바랐는지 돌이켜봤습니다. 보고서든 취미로 쓰는 글이든, 처음 만든 것을 다듬어서 완성작으로 만들겠다는 생각 자체가 틀렸습니다. 지우고 다시 그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진부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는 캣멀의 말은 완벽주의 때문에 시작조차 못 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위로가 됩니다.
완전히 실패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은 실패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실패하는 이유가 총 10가지라면, 그중 어느 한 가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해 실패하는 게 아니다. 1번부터 10번까지의 이유 '전부' 때문에 실패한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동업자를 잘못 만났기 때문이 아니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파트너도 잘못 만났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그래서 타이탄들은 "실패란, '완전히'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패의 결정적 원인 한 가지에만 집착하면 다음번에도 같은 이유로 넘어집니다. 스타트업 트레데시의 창업자 트레이시 디눈지오는 투자자를 만나기 전에 일부러 자금을 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먼저 미팅을 잡아 열 번 정도 실패를 겪어보라고 조언합니다. 실패를 연습해두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실패의 이유를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태로 들어가게 됩니다.
100만 명이 아니라 1,000명이면 충분하다
〈와이어드〉 창간자 케빈 켈리가 쓴 '1,000명의 진정한 팬'은 팀 페리스가 가장 많이 추천하는 글이라고 합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성공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 그냥 1,000명의 사람을 지극히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진정한 팬이란 당신이 만드는 건 뭐든지 사주는 사람들입니다. 100만 명의 팔로어를 모으는 건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지만 1,000명이라면 해볼 만합니다. 팬 한 명당 연간 100달러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1,000명만 있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유튜브든 작은 온라인 스토어든, 요즘 부업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몇 명에게 얼마나 사랑받을 것인가'로 질문을 바꿔보는 게 훨씬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건 타이탄들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그저 잠자리를 정리하고, 초안을 지우고 다시 그리고, 완전히 실패할 때까지 시도하고, 1,000명에게 집중하는 사소한 습관들을 쌓아온 사람들입니다. 아침 시간을 남에게 뺏기고 있다고 느끼는 분, 완벽한 첫 시도에 대한 압박으로 시작조차 못 하는 분, 100만 명이라는 숫자에 눌려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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