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소파를 고르다가 딱히 이유는 알 수 없는데 유난히 '편안함'이라는 단어에 눈이 가서 결국 가격이 더 비싼 쪽을 고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원래 가격을 꼼꼼히 따지는 사람인데 말입니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초전 설득》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소파 자체가 아니라 그 소파를 보기 직전 제 눈에 들어온 배경 화면이 문제였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무언가에 마음을 여는 순간이 사실은 그 순간이 오기 훨씬 전부터 조용히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설득은 말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갈린다
치알디니는 3년 동안 자동차 영업사원, 다이렉트 마케터, 자선기금 모금원들의 훈련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면서 최고 실적을 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그가 만난 화재경보기 판매왕 짐은 상담을 시작하기 직전, 매번 이마를 탁 치며 중요한 서류를 차에 두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짐에게 집 열쇠를 건네줬습니다. 짐은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고객의 머릿속에 심어놓은 뒤에야 본론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최초로 보여주는 정말로 설득력 있는 말과 행동이 앞으로 이어질 우리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도 상대방의 연상을 바꿈으로써 초전 설득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짐은 제품 설명을 더 잘한 게 아닙니다. 상대방이 그 설명을 듣기 전에 이미 마음을 열어두게 했을 뿐입니다. 회의든 소개팅이든, 본론에 들어가기 전 몇 마디가 결과를 상당 부분 정해둡니다.
시선이 머무는 곳이 저절로 중요해진다
제가 소파를 고를 때 겪은 일은 마케팅학자 나오미 맨델과 에릭 존슨의 실험과 거의 똑같았습니다. 두 사람은 가상의 가구 쇼핑몰 배경을 구름 사진과 동전 사진으로 나눠 보여줬습니다.
그들은 논문에서 웹사이트의 랜딩 페이지landing page 배경을 푹신해 보이는 구름 사진으로 설정한 것만으로 방문자의 주의를 '편안함'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구름을 본 사람은 편안한(더 비싼) 소파를, 동전을 본 사람은 저렴한 소파를 골랐습니다. 정작 본인들에게 물어보면 배경 화면이 영향을 줬다고 인정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비슷한 실험이 또 있습니다. 카메라 브랜드 하나만 놓고 설명을 들은 사람이 여러 브랜드를 비교한 사람보다 그 브랜드를 더 사고 싶어했습니다. 시선이 머문 곳이 곧 중요한 곳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쓰는 말이 바뀌면 생각과 행동도 바뀐다
미국의 헬스케어 기업 SSM 헬스는 사내에서 '불릿 포인트' 대신 '정보 포인트'를, '경쟁사를 무찌른다' 대신 '앞서 나간다'는 말을 쓰도록 정해뒀습니다. 처음엔 유별난 규칙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에 나온 실험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폭력적인 단어로 문장을 완성한 사람들은 이후 다른 사람에게 48퍼센트나 더 강한 전기 충격을 가하려 했습니다.
설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올바른 주장이 아니라 올바른 언어를 신뢰해야 한다.
회사에서 "이 문제를 공략하자", "경쟁사를 눌러버리자"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써온 걸 떠올리니 조금 찔렸습니다. 말 하나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다음 행동까지 은근히 밀고 간다는 걸 이 책을 읽고서야 제대로 알았습니다.
은유 하나가 해결책의 방향을 정한다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같은 범죄 통계를 두고 한쪽 독자에게는 범죄를 '짐승'으로, 다른 쪽에게는 '바이러스'로 표현한 기사를 보여줬습니다. 짐승이라는 표현을 본 사람들은 범죄자를 잡아 가두는 해결책을,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본 사람들은 범죄가 자라는 환경을 없애는 해결책을 더 선호했습니다. 단어 하나의 차이가 응답자의 성별이나 정치 성향에 따른 차이보다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보험왕 벤 펠드먼은 이 원리를 일찍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퇴장할 때 당신의 생명보험금이 입장합니다.
펠드먼은 '죽음'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도 고객이 스스로 가족에 대한 책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어떤 사회 문제를 '위기'라고 부르는지, '구조적 문제'라고 부르는지에 따라 우리가 떠올리는 해결책도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 편"이라는 느낌이 가장 강력한 설득이다
치알디니의 제자 한 명은 10년 전 낯선 '해리슨' 가족에게서 잘못 배달된 크리스마스카드를 받고 예의상 답장을 보냈습니다. 두 집안은 그렇게 10년째 카드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대학 기숙사 문제로 머물 곳이 필요해지자 제자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해리슨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해리슨 가족은 선뜻 아들을 재워줬습니다.
우리는 공유된 나의 형태다.
치알디니는 이걸 '연대감'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저 사람은 나와 비슷하다"가 아니라 "저 사람은 내 사람이다"라고 느끼게 하는 쪽이 훨씬 강력하다는 겁니다. 곧 다가올 명절에 친척들이 서로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논리보다는 이 오래된 연결감 때문일지 모릅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은 화려한 설득 기술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본론을 말하기 전 몇 초와 몇 마디가 이미 얼마나 많은 것을 정해두는지를 보여줍니다.
- 회의나 협상 자리에서 준비한 논리가 매번 잘 안 먹힌다고 느끼는 분
- 광고나 뉴스 문구 하나에 마음이 왜 자꾸 흔들리는지 궁금한 분
- 팀에서 평소 쓰는 말투를 한번 점검해보고 싶은 분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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