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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역사

『죽음의 격차』, 부검대 위에서 20년간 만난 건 '혼자'였다

by summaries 2026.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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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에서 '고독사'라는 말을 꽤 자주 봅니다. 혼자 살다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떠나는 일, 이제는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지만 그 뒤에 있는 구체적인 삶까지 들여다볼 일은 많지 않습니다. 『죽음의 격차』는 일본의 법의학자 니시오 하지메가 20년 가까이 부검대 앞에 서서 써낸 책입니다. 그가 밝혀내는 것은 사건의 진상이 아니라 '죽음의 진상'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를 밝히는 일인데, 그 과정에서 매번 마주하게 되는 건 뜻밖에도 가난과 고립이었습니다.

『죽음의 격차』, 부검대 위에서 20년간 만난 건 '혼자'였다 표지

부검대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건 '혼자'였다

저자가 몸담은 효고의과대학 법의학 교실에서 부검한 사람들의 통계를 보면 숫자가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우리 법의학 교실에서 부검한 전체 주검의 약 50%가 독거자이며, 약 20%가 생활보호 수급자, 약 10% 조금 안 되는 사람이 자살자이다.

법의학자로 20년을 일하면서 '격차'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었다는 저자는, 이 통계를 다시 들여다보고서야 자신이 매일 만나던 사람들이 대부분 사회적 약자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합니다. 한국도 1인 가구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데, 혼자 지내는 친구나 가족을 떠올리면 이 통계가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병원비가 없어서 병을 키우는 사람들

책에는 대장암이 대장을 거의 다 막을 정도로 커질 때까지 병원에 가지 않은 50대 남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통증이 상당했을 텐데도 그는 끝내 진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 아픔을 참아가며 사망에 이르는 사람이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에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건강보험이 있다고 해서 치료가 저절로 되는 건 아닙니다. 검사를 받고 수술 날짜를 잡고 일을 쉬는 모든 과정에는 결국 돈과 시간이 듭니다. 몸이 좀 안 좋을 때 '일단 좀 더 참아보자'고 미룬 경험은 저에게도 있는데 이 남성의 경우는 그 '조금 더'가 끝내 되돌릴 수 없는 지점까지 가버린 셈입니다.

따뜻한 방 안에서도 사람은 얼어 죽는다

동사라고 하면 흔히 눈 쌓인 산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가스와 전기, 수도가 모두 끊긴 집 안에서 동사한 중년 남성의 부검 사례를 소개합니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고 혼자 살던 그의 위와 장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주택가에 있는 집 안에서 굶주린 배를 끌어안고 홀로 사람이 얼어 죽는다. 이것이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현실이다.

이불을 덮고 있어도, 옷을 다 껴입어도, 먹을 것이 없으면 몸은 스스로 열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날씨보다 가난이 더 추운 계절을 만든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곁에 누군가 있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았던 60대 남성이 자기 집 마루에서 동사한 채 발견된 사례도 나옵니다. 부검해보니 사인은 뇌출혈이었습니다. 출혈 자체는 가벼워서 치료만 받았다면 죽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혼자 살면 자신의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높은 삶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저자는 혼자 사는 삶 자체를 나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몸에 문제가 생긴 순간 구급차를 불러줄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걸 분명히 짚습니다. 가난과는 무관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 더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디서 죽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

책 후반부에는 지역별 부검 실시율 차이가 나옵니다. 가나가와현은 변사체의 약 39%를 부검하지만 히로시마현은 1.5%에 그친다는 수치입니다.

같은 ‘변사체’라도 주거지, 또는 시신이 발견된 지역에 따라 처우가 달라진다.

살아 있을 때의 격차만 생각했는데 죽은 뒤에도 '어디서 발견됐는가'에 따라 사인을 밝힐 기회조차 달라진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습니다. 저자는 이것을 두고 법의 부검도 지역 주민이 받아야 할 서비스 중 하나라고 표현합니다.

그래도 이 책이 하려는 말은 염세가 아니다

책 전체에 가난과 고독, 외로운 죽음이 가득한데도 저자가 마지막에 남긴 말은 뜻밖에 단순합니다.

‘죽음’이 있어서 ‘삶’이 있다.

그는 죽음을 다루는 일을 20년 넘게 했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죽음보다 삶에 집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불행한 죽음을 아무리 많이 봐도 그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지금의 삶을 성실히 사는 일뿐이라는 결론이,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 남았습니다.

혼자 사는 삶이 많아진 요즘, 이 책은 누군가를 동정하거나 불안해하라고 말하는 대신 내 곁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알아챌 사람이 있는지, 지금 참고 있는 통증은 없는지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혼자 사는 삶에 대해 한 번쯤 솔직하게 생각해보고 싶은 분
  • 가난과 건강, 복지 제도의 관계에 관심이 있는 분
  •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책도 피하지 않고 읽어보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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