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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역사

『아마추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어디서 왔을까요

by summaries 2026.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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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에 자격증 한 줄을 더 채워야 할 것 같고 블로그나 SNS에도 "이 분야 전문가"처럼 보여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다들 한 번쯤 느껴보셨을 겁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뭔가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마르크스주의 도시이론가 앤디 메리필드는 『아마추어』에서 이 압박감의 반대편, '아마추어'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 듭니다.

『아마추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어디서 왔을까요 표지

다섯 살에 만난 '전문가'

저자는 다섯 살이던 1965년, 자신의 할머니가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결정에 따라 살던 동네에서 강제로 이주당한 이야기로 책을 엽니다. 전문가들의 데이터와 계획대로 지어진 새 주거지는 완성되기도 전에 벽이 갈라지고 병원도 상점도 없는 황무지가 되었고 할머니는 몇 년 뒤 그곳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전문가들이 여기에 붙인 단어는 ‘소외감’ 혹은 ‘소외된 삶’이었다.

전문가의 판단이 늘 틀린 건 아니지만 그 판단 뒤에 있는 사람의 삶은 종종 통계 뒤로 사라져버립니다. 저도 뉴스에서 "전문가에 따르면"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볼 때마다 그 숫자 뒤에 누가 있는지 잘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

1970년대 뉴욕시는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를 고용해 소방서 예산을 어디서 줄일지 분석하게 했습니다. 반응 시간이라는 숫자 하나로 '비효율적인' 소방서를 골라내 폐쇄했지만 그 모델은 교통체증도, 한 소방차가 동시에 여러 화재에 출동하는 현실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사우스브롱크스 전체가 불탔습니다.

사우스브롱크스를 불태워버린 장본인은 폭도가 아니라 전문가들이었다.

정량화하기 쉬운 숫자가 꼭 현실을 가장 잘 설명하는 숫자는 아니라는 걸, 이 사례는 꽤 섬뜩하게 보여줍니다.

전문가는 모든 걸 알아야 한다는 착각

책은 전문화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호기심과 탐구심이 사라진다고 지적합니다.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는 순간, 그 영역 밖으로는 좀처럼 나가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도 "전문 분야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제 영역 바깥의 질문에는 선을 긋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모른다고 말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아마추어는 사랑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대안, 아마추어는 무엇일까요. 돈벌이나 승진과 상관없이, 좋아서 하는 사람입니다.

아마추어란 ‘사랑’을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으며, 어떤 일을 즐기기 위해 참여하는 사람을 뜻한다. 아마추어가 전문가보다 더 능력이 뛰어난 경우도 많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심리적으로 더 큰 애착을 갖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는 행동은 바로 그들 자신이 된다.

퇴근 후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기어이 끝까지 해내는 취미나 공부가 있다면, 그게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아마추어 정신일 겁니다.

편안함에 대한 저항

책은 지식인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을 빌려 아마추어 정신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편안하고 돈벌이가 되는 순응적인 태도에 대한 저항입니다. 이윤이나 보상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그보다 더 큰 차원에서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흥미와 열정에 따라 움직이려는 열망입니다.

전문가 타이틀 하나 없이도, 어떤 일에 그냥 끌려서 계속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것 아닐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자격증이나 전문성에 대한 압박감에 지친 분
  • 좋아서 하는 일에 자꾸 "이게 쓸모가 있나" 묻게 되는 분
  • 전문가의 말이라고 무조건 믿었던 걸 한번 의심해보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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