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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역사

『열한 계단』, 불편한 책을 읽으라는 채사장의 조언

by summaries 2026.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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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알고리즘이 제가 좋아할 만한 책만 골라서 추천해줍니다. 비슷한 취향의 책을 계속 읽다 보면 마음은 편한데, 가끔은 '나는 늘 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열한 계단』을 펼친 것도 그런 기분이 들던 때였습니다. 채사장이 이 책에서 던지는 조언은 뜻밖에 단순했습니다. 편한 책 대신 불편한 책을 읽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열한 계단』, 불편한 책을 읽으라는 채사장의 조언 표지

불편한 책을 읽을 것

저자는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눕니다. 익숙한 세계를 깊이 파고드는 사람과, 불편한 세계로 계속 건너가는 사람입니다.

두 번째는 불편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세계에 동감하면, 다음에는 그 세계를 무너뜨리는 전혀 다른 세계관의 책을 선택한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자기 세계의 지평을 점차 넓혀가는 사람이 있다.

저도 제 책장을 둘러보니 비슷한 책들이 줄줄이 꽂혀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다음 책, 비슷한 장르의 다음 책. 틀린 선택은 아니지만 저자의 말처럼 그게 전부라면 제 세계는 조금씩만 깊어질 뿐 넓어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편함은 성장의 신호다

저자는 이 불편함이 왜 중요한지를 헤겔의 변증법을 빌려 설명합니다.

불편한 지식을 접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기존의 세계를 해체하고 한 계단을 더 올라가는 과정은 변증법적 원리의 현실적 적용이다.

정, 반, 합이라는 말을 학교에서 배울 때는 그냥 외우는 공식 같았는데, 이 책을 읽으니 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믿던 생각이 흔들리는 순간은 불편하지만 그 흔들림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저도 최근 제 생각과 완전히 다른 의견을 마주했을 때 반사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그 거부감이야말로 제가 한 계단 오를 수 있는 신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궁궐 밖으로 나온 왕자가 본 것

책의 세 번째 계단은 불교, 그중에서도 붓다의 생애를 다룹니다. 호화로운 궁궐에서 자란 싯다르타는 어느 날 몰래 궁 밖으로 나가 늙고 병들고 죽은 사람을 처음으로 목격합니다. 그리고 6년의 고행 끝에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자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아냅니다. 붓다가 세상을 떠나기 전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특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자신이 자신의 등불이 되어라. 자신이 자신의 의지처가 되어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처로 삼아라.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답을 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등불이 되라는 말, 저는 이 말을 읽으면서 요즘 저도 모르게 남의 말과 유행에 쉽게 흔들렸던 순간들을 떠올렸습니다.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깨달음

붓다가 깨달은 핵심은 '무상'과 '무아'라는 두 단어로 요약됩니다.

세상은 고정되지 않고 ‘무상(無常)’하다. 그리고 불변하는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붓다는 ‘무아(無我)’를 말한다.

세상도 변하고 나도 변합니다. 그런데 저는 종종 지금의 상태가 영원할 것처럼 믿고 살아갑니다. 지금의 직장, 지금의 관계, 지금의 성격까지도요.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믿음에 집착할수록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졌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하나의 길만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는 기독교와 불교, 서로 다른 두 종교적 길을 모두 거쳐온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나는 두 가지 길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두 방법 모두를 간직하기로 했다.

하나의 입장을 선택해야만 떳떳한 것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 문장은 오히려 용기를 줬습니다. 꼭 한쪽을 버려야만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요즘 저에게는 꽤 위로가 됐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최근 비슷한 책만 골라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분, 혹은 하나의 신념 체계 안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분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문학, 종교, 철학, 과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지금 어느 계단에 서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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