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좋아하세요?" 이 질문을 받으면 저는 망설임 없이 "네"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특별히 강한 맛은 없지만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과일이니까요. 그런데 『아보카도 심리학』을 읽어보니 이 평범한 질문 뒤에 세대 갈등이 숨어 있었습니다. 저자 정철상은 커리어코칭 전문가로 일하며 만난 20대들의 불안을 아보카도라는 작은 과일에서 시작해 풀어냅니다.

아보카도 브런치 논쟁
책은 몇 년 전 호주에서 벌어졌던 실제 논쟁을 소개합니다.
몇 년 전 호주에서 한 유명 칼럼니스트가 신문에 “청년들이 아보카도 브런치를 매일 먹는 돈만 아껴도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을 써서 논란이 된 적 있다.
저도 이런 말, 어디선가 꼭 들어본 것 같습니다. "커피값만 아끼면", "배달음식만 끊으면" 같은 조언들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계산해보면 그 돈을 몇십 년 모아야 집값 계약금에 겨우 닿는다는 게 현실입니다. 저자는 이 논쟁을 한 개인의 절약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코끼리를 묶어둔 작은 사슬
취업 실패를 반복한 청년들이 왜 점점 더 무기력해지는지 설명할 때, 저자는 서커스단 코끼리 이야기를 꺼냅니다.
서커스단에서는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어릴 때부터 단단한 말뚝에 옴짝달싹 못하게 매어둔다. 그러면 어린 코끼리가 자라 몸집이 집채만 해지고 몸무게가 1톤에 이를 만큼 성장해도 여전히 그 작은 사슬을 끊으려 들지 않는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저도 뭔가 뜨끔했습니다. 예전에 한 번 실패했다는 이유로,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아예 시도조차 안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봤습니다. 몸집은 이미 다 자랐는데, 어릴 때 묶였던 그 사슬을 아직도 믿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할 일이 있는 사람은 좌절하지 않는다
책에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는 인간이 극한 상황에 놓이면 짐승처럼 변할 거라던 프로이트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그는 “인간도 추위와 굶주림에 놓이면 누구나 개와 돼지같이 될 것”이라고 한 프로이트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프로이트는 나치 강제 수용소에 있어보지 않았기에 인간 내면의 깊이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프랭클이 발견한 생존자들의 공통점은 단순했습니다. 살아남아 해야 할 일, 이뤄야 할 사명이 있다는 확신이었다고 합니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어도,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하나라도 있는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 앞에서 저는 한참 멈춰 있었습니다.
작지만 반복되는 성취의 힘
그렇다면 무기력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저자는 거창한 결심 대신 작은 성취를 쌓으라고 말합니다.
밀레니얼세대는 집은 살 수는 없었지만 아보카도를 살 수 있었다. 소소해도 지금 당장 확실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찾은 것이다.
큰 집을 못 사는 대신 작은 성취를 찾는 게 도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이걸 오히려 '유능감'을 되찾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한 달에 책 세 권 읽기, 일주일에 운동 세 번 하기처럼 소소한 목표라도 꾸준히 채워가다 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감각이 조금씩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속 멋진 나와 현실의 나
저자는 블로그와 SNS에서 만들어진 '아바타'와 현실의 자기 사이에서 느끼는 간극도 짚습니다.
사람들은 영화처럼 한순간에 눈부시게 변신하는 환상을 꿈꾼다. 마치 신데렐라처럼. 하지만 인생은 영화나 온라인 속의 자아처럼 한순간에 변하지 않는다.
저도 SNS에 올리는 모습과 평소의 제 모습 사이에 꽤 거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멋진 캐릭터로 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그 캐릭터만큼 현실에서도 힘을 기르려는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담백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취업 준비나 이직을 앞두고 자꾸 작아지는 기분이 드는 분, 혹은 SNS 속 자신과 현실의 자신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분이라면 이 책이 조용한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화려한 성공담 대신 작은 성취 하나를 오늘 당장 시작해보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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