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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 빛나는 오늘
심리·마음

『아까 화냈어야 했는데』, 화를 못 내는 건 성격이 아니라 자존감의 문제였습니다

by summaries 2026.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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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시간에 부당한 지적을 받았을 때는 "네, 알겠습니다"로 넘겼는데, 집에 와서 씻다가 갑자기 분이 치밀어 올라 이불킥을 했던 적 있으신가요? 아까 그 자리에서 할 수 있었던 말들이 뒤늦게 머릿속에 완벽한 문장으로 떠오르는 경험, 저도 참 자주 합니다. 조명국의 『아까 화냈어야 했는데』는 이 익숙한 밤의 이불킥에서 출발하는 책입니다. 책은 이렇게 묻습니다.

화를 붙들고 있는 것은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고 누군가에게 던지려고 하는 것과 같다. 석탄에 손을 데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화를 참으라는 말은 늘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평생 화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해 끙끙 앓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이 책은 그 반대쪽, "화내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쓰였습니다.

『아까 화냈어야 했는데』, 화를 못 내는 건 성격이 아니라 자존감의 문제였습니다 표지

나는 다이아몬드일까, 돌멩이일까

책은 돌멩이와 다이아몬드를 선물로 받았다고 상상해보라고 말합니다. 누가 다이아몬드에 낙서를 하면 당장 항의하지만 돌멩이라면 "그럴 수도 있죠"로 넘어갑니다. 저자는 이 반응의 차이가 바로 화를 내는 사람과 못 내는 사람을 가르는 지점이라고 짚습니다.

내가 나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화를 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부당한 대우에 화를 못 내는 건 성격이 유독 둥글둥글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멩이 취급해왔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저도 제가 화를 참았던 순간들을 되짚어보니, 그 바닥에는 늘 "이 정도로 화낼 일인가" 하는 자기 검열이 있었습니다.

체면과 삐침 사이에서

한국 사람들이 유독 감정 표현에 인색한 이유를 책은 '체면' 문화에서 찾습니다. 직접 부딪히는 대신 눈치를 보고 그러다 생겨난 독특한 표현 방식이 바로 '삐침'입니다.

상대와의 직면은 피하되 나의 감정 상태는 알리고 그 감정을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는 한국인 특유의 의사소통 양식을 포함하는 정서를 삐침이라고 합니다.

화를 내는 대신 삐치는 쪽을 택해온 건 저만의 습관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생각해보면 "아니, 됐어" 하면서 정작 마음은 전혀 괜찮지 않았던 순간이 꽤 많았습니다.

화도 결국 감정이고, 감정은 이유가 있다

책은 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감정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윈은 감정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봤고 윌리엄 제임스는 신체 반응이 먼저고 감정이 그 뒤를 따른다고 설명합니다. 흔들다리를 건넌 사람이 심장이 뛰는 걸 호감으로 착각한다는 그 유명한 실험처럼요. 에픽테토스는 생각이 감정을 만든다고 봤고 마거릿 미드는 감정도 문화적으로 학습된다고 주장합니다. 네 관점 중 무엇이 정답이라기보다, 화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화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3·1운동과 5·18민주화운동, 2017년의 촛불까지, 역사를 움직인 감정은 다름 아닌 화였다고 책은 말합니다. 인도의 아동권리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도 노예로 팔려가는 아이들을 보며 느낀 화를 수천 통의 편지와 국제 캠페인으로 바꿔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화는 현재의 부당한 상황을 인식하는 지표임과 동시에 현 상황을 변화시킬 에너지를 담고 있습니다.

화를 무조건 억눌러야 할 감정으로만 여겼던 저로서는, 그 화가 세상을 바꾸는 쪽으로도 흐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습니다.

화를 내는 방법도 배워야 합니다

책은 분노 성향을 수동적, 수동-공격적, 투영-공격적, 공격적, 그리고 적극적·반성적 성향으로 나눕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회사에서는 수동적이고 집에서는 공격적일 수 있다고요. 중요한 건 감정과 욕구를 솔직하게, 상대도 고려하며 전달하는 '적극적 분노'와, 일단 진정하고 배울 점을 찾는 '반성적 분노' 쪽으로 옮겨가는 일입니다.

화는 꼭 부정적인 결과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가 바꾼 건 크지 않습니다. 화가 날 때 "내가 또 참고 넘기려 하는구나"를 한 번 더 알아차리는 것 정도입니다. 그래도 그 알아차림 하나로 꽤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화낼 타이밍을 매번 놓치고 뒤늦게 이불킥을 하는 분
  • 가족이나 친구 관계에서 늘 참는 역할을 맡아온 분
  • 화라는 감정 자체를 나쁜 것으로만 여겨온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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