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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이프

『아무튼, 양말』, 서랍 속 양말 한 짝이 하루를 바꾸는 방식

by summaries 2026.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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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정리를 하다가 똑같은 양말이 세 켤레나 있는 걸 발견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걸 보고 "또 샀구나" 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별것도 아닌 물건인데 왜 자꾸 손이 가는 걸까요. 프리랜서 작가 구달이 쓴 에세이 『아무튼, 양말』을 읽으면서 작은 물건 하나에 마음을 쓰는 일이 생각보다 삶을 꽤 많이 지탱해준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아무튼, 양말』, 서랍 속 양말 한 짝이 하루를 바꾸는 방식 표지

발끝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

작가는 소설가 카뮈의 일화로 책을 엽니다. 결혼을 앞둔 카뮈가 어머니에게 선물로 받고 싶은 걸 말해달라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 뜻밖입니다.

어머니가 결혼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으냐고 묻자 카뮈는 하얀 양말 한 다스라고 대답했다. 당시 카뮈는 흰 양말만 신고 다녔다.

가난한 형편에도 늘 깨끗한 흰 양말을 갖춰 신었던 카뮈를 두고 작가는 이렇게 적습니다.

양말이 매너를 만든다.

저도 옷차림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날에도, 양말이나 신발만큼은 깨끗한 걸 신고 싶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남들 눈에는 잘 안 보이는 부분인데도 거기서부터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양말 169켤레를 보고 깨달은 것

작가는 자신이 가진 양말 88켤레가 많다고 믿었다가, 한 이벤트에서 169켤레를 인증한 사람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이 돈으로 경차를 샀겠다"는 식의 합리적인 계산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소비였던 거죠. 그 혼란 끝에 작가가 도달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것을 칭찬해야 한다면, 2×2=5도 때때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문장을 빌려온 이 대목이 재미있었던 건, 작가가 소비를 정당화하려는 게 아니라 산수로는 설명 안 되는 즐거움이 분명 있다는 걸 솔직하게 인정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가끔 "이 돈이면 더 쓸모 있는 걸 살 수 있었는데"라는 계산을 하다가, 정작 그 작은 물건이 주는 기쁨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곤 합니다.

양말 서랍을 정리하다 알게 된 생활의 질서

작가는 사라진 양말을 찾느라 서랍을 뒤집은 끝에 자기만의 정리 원칙을 세웁니다.

1. 양말을 구기지 않는다. 2. 양말을 사각지대에 두지 않는다. 3. 양말 패턴과 색깔이 잘 보이도록 한다.

별것 아닌 원칙인데도, 작은 물건 하나를 제대로 간수하는 일이 생활 전체의 질서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서랍 속까지 정돈해두면 아침마다 양말을 고르는 그 짧은 순간도 덜 피곤해질 것 같습니다.

벌이가 줄어도 포기하지 못한 작은 사치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수입이 줄어든 작가는 한동안 양말 쇼핑을 끊었다가, 다시 사들이면서도 떳떳하려고 지침서 하나를 펼쳐봅니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첫 번째 비결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신발이나 옷은 줄이고 양말에만 힘을 싣기로 한 작가의 선택이 흥미로웠습니다. 다 줄이고 다 포기하는 대신 나에게 가장 기쁨을 주는 것 하나만큼은 남겨두는 겁니다. 돈이 넉넉하지 않을 때일수록 오히려 그 하나가 더 중요해지는 듯합니다. 예전에 다룬 『아무튼, 메모』도 결국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창한 물건이 아니라 일상에서 반복해서 손이 가는 작은 습관 하나가 그 사람을 지탱해준다는 것 말이죠.

대단한 물건이 아니어도, 매일 손에 쥐는 작은 것 하나에 마음을 쓰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소소한 소비를 즐기면서도 괜히 눈치가 보였던 분
  • 작은 물건 하나로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는 걸 느껴본 분
  • 가벼운 에세이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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