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인데 어떤 팀장 밑에서는 유능해지고 다른 팀장 밑에서는 바보가 된 기분이 드는 경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겁니다. 이력서에 적힌 능력치는 똑같은데 왜 누구 밑에서는 스타가 되고 누구 밑에서는 숨이 막힐까요. 리즈 와이즈먼과 그렉 맥커운이 150명이 넘는 리더를 인터뷰해서 쓴 『멀티플라이어』는 바로 이 차이를 파고듭니다.

같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책은 이스라엘 전차부대 신병 가브리엘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는 실전 경험까지 쌓고 돌아온 유능한 병사였지만 새 지휘관 밑에서 훈련을 받으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가브리엘은 한 가지 훈련에서만 성과가 나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훈련에서 실패했다. 그는 교실에서는 촉망받는 별이었지만 전차를 몰 때 유발이 머리 위에 앉아 있기만 하면 엉망이 되었다.
퇴소 직전 다른 지휘관 밑으로 옮기자 가브리엘은 다시 상위 10%의 전차장으로 돌아갑니다. 능력이 변한 게 아니라, 그 능력을 꺼낼 수 있게 해주는 사람과 억지로 가둬버리는 사람이 따로 있었던 거죠.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
저자들은 이 두 유형의 리더에게 이름을 붙입니다.
세상에는 사람을 더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만드는 리더들이 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서 지성과 능력을 부활시키고 끌어낸다. 우리는 그들을 멀티플라이어라 부른다.
반대쪽에는 디미니셔가 있습니다. 지적인 사람은 드물고 자신만이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독단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이죠. 생각해보면 회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다들 입을 다무는 그 사람, 조직에 한 명쯤은 꼭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천재보다 천재를 만드는 사람
스탠퍼드대학에서 IQ 140 이상 아동 1,470명을 평생 추적한 터먼의 연구에서는 뜻밖의 결과가 나옵니다.
루이스 터먼이 천재로 선발했던 터마이트들 중에서는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루이스 터먼의 연구진이 지능검사를 실시한 후 IQ가 140에 못 미치기 때문에 천재가 아닌 것으로 판정했던 아동들 중에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2명이나 나왔다.
타고난 재능보다 그 재능을 끌어내 줄 사람을 만났는지가 더 중요했다는 뜻입니다. 나를 천재로 만들어줄 사람을 기다리라는 말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말로 읽혔습니다.
미다스의 손과 마이너스의 손
인텔 엔지니어 비크람은 똑똑한 상사 두 명을 차례로 겪습니다. 첫 번째 상사 조지 밑에서는 이랬습니다.
나는 조지 옆에 있으면 스타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 사람 덕분에 그냥 차분히 회사 일을 했을 뿐인데 성공한 매니저가 되었다. 그가 옆에 있으면 나는 똑똑한 녀석 같았다. 모두들 그런 기분이었다. 그는 내 능력을 100% 끌어냈다.
그런데 다음 상사 밑에서는 전혀 다른 말을 합니다.
그는 아주 아주 똑똑한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옆에 가면 숨이 막혔다. 그는 우리가 내는 아이디어를 죽였다.
두 사람 모두 지능은 뛰어났습니다. 차이는 그 지능을 혼자 쓰느냐, 남에게 나눠주느냐였습니다.
자유를 주고 최선을 요구하다
멀티플라이어는 일할 의욕을 갖게 하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생각할 자유가 있고 최선을 다해 일할 공간이 있다. 멀티플라이어는 해방자처럼 편안하면서도 열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편안함과 긴장을 동시에 요구한다는 게 처음엔 모순처럼 들렸는데, 곱씹어보니 가장 열심히 일했던 시기는 오히려 터놓고 말할 수 있었던 팀에서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실수를 허용하는 공정한 거래
해방자는 또한 실수를 허용한다. 배움을 위해 실수는 허용되지만 동시에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기를 기대한다. 이것 역시 공정한 거래다. 나는 당신의 실수를 허용할 테니, 당신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의무가 있소!
실수를 봐주는 것과 아무 책임도 묻지 않는 것은 다르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멀티플라이어는 너그럽지만 그 너그러움의 대가로 성장을 요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처음으로 팀장이나 매니저를 맡게 된 분
- 유능한 팀원들이 자꾸 입을 닫는 이유가 궁금한 분
- 상사에 따라 내 능력이 달라지는 걸 경험해본 모든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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