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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역사

《이기적 유인원》 — 우리는 생각보다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by summaries 2026.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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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루에 셀카를 몇 장이나 찍으시나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만지는 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릴 사진을 고르는 시간까지 다 더하면 생각보다 꽤 길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아침마다 욕실 거울 앞에서 피부 상태를 살피고 어제보다 나이 들어 보이진 않는지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거든요. 그런데 이런 자기 관찰이 사실은 인류 전체의 아주 오래된 습성이라고 말하는 책을 만났습니다. 생물학자 니컬러스 머니가 쓴 《이기적 유인원》입니다.

이기적 유인원 표지

당신의 학명은 사실 "호모 나르키소스"일지도 모릅니다

1758년 칼 린네는 우리 종에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저자는 그 이름이 얼마나 과분한지를 그리스 신화 나르키소스 이야기로 되짚습니다. 물에 비친 자기 모습에 빠져 죽은 그 청년처럼, 인류도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자는 짐짓 장난스럽게 새 학명을 하나 제안합니다.

호모 나르키소스: 지구 생물권을 완전히 파괴하여 자신을 멸종의 길로 몰아넣은 아프리카 출신 유인원의 한 종.

처음엔 웃음이 나왔는데, 읽다 보니 찔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도 제가 똑똑하고 이성적인 존재라고 당연하게 믿고 살았거든요. 그 믿음 자체가 이미 나르시시즘의 일부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목욕탕 스펀지와 친척입니다

책의 앞부분은 인류가 얼마나 겸손해져야 할 존재인지를 생물학적으로 보여줍니다. 선캄브리아기 바다를 헤엄치던 단세포 생물에서 해면동물, 균류, 영장류를 거쳐 우리가 나왔다는 계통수 이야기인데, 저자는 그 관계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그렇다. 우리는 목욕용 스펀지와 친척 관계다.

버섯과도, 목욕탕 스펀지와도 먼 친척이라는 이야기를 읽고 나니 욕실 선반에 놓인 스펀지가 좀 다르게 보였습니다. 우리는 생물학적 세계의 맨 위에 특별하게 앉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수많은 가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을 편하게 해줬습니다.

"자녀를 낳는 것은 명예가 아니라 환경 테러 행위다"

책의 중반을 넘어가면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인류가 숫자를 늘리고 화석연료를 태우며 지구를 얼마나 빠르게 바꿔놓았는지, 그리고 그 피해를 누가 가장 늦게 체감하는지를 가감 없이 다룹니다. 저자는 인구 증가와 기후위기를 연결하면서 이런 문장을 씁니다.

21세기에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은 명예의 상징이 아니라 환경 테러 행위다.

굳이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문장입니다. 저자 본인도 자신이 자동차를 타고 비행기로 여행하며 플라스틱 용기에 든 과일을 사 먹는 "문명 종말의 공헌자"라고 인정하면서 이 말을 꺼냅니다. 남 탓이 아니라 자기 탓부터 시작하는 솔직함 덕분에 이 책을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래도 "우아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그런데 책은 이 암울한 전망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우아함'이라는 말을 꺼냅니다. 거창한 해법이 아니라,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의식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잠시나마 자연에 머물렀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지니는 것, 한마디로 '우아함'이라고 내가 이름 붙인 이 개념을 통해 인간은 정신적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우주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오히려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동물, 식물을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할 여유가 생긴다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거울 앞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옆에 있는 존재를 돌보는 데 써보는 것. 이 책이 저에게 남긴 숙제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인간이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에 가끔 의심이 드는 분
· 기후위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막막함을 느끼는 분
·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교양 과학책을 찾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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