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169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부캐가 유행어가 되기 전 이미 여러 이름으로 살아온 사람 요즘 자기소개서나 SNS 프로필에 직함 하나만 적어놓는 사람은 드물다. 회사원이면서 밤에는 그림을 그린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낮에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본업 하나로는 어딘가 불안하다는 감각이 시대의 공기처럼 퍼져 있다. 2026년 한국의 노동시장은 여기에 아예 이름까지 붙였다. N잡, 부캐 이코노미. 그런데 이 말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방송 작가였다가 번역가가 되었다가 또 어느 날 글 쓰는 사람이 되어가던 사람이 있었다. 노지양의 에세이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는 그렇게 여러 개의 이름을 오가며 살아온 기록이다.번역가는 그림자다저자는 14년 넘게 번역가로 일하며 8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런데도 이 직업을 조금도 화려하게 그리지 않는다.사실 번역으로는 자리를 잡.. 2026. 9. 23.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지하철에서 가슴을 맞고도 아무 말 못 하는 이유 출근길 지하철에서 문이 열리자마자 뒤에서 어깨를 세게 밀고 나가는 사람을 만난 적,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그 순간엔 화가 나다가도 "요즘 다들 그렇지 뭐" 하고 넘어가곤 합니다. 독일 저널리스트 악셀 하케의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쌤앤파커스)을 읽으면서 저는 그 "다들 그렇지 뭐"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걸 덮어버리는지 생각했습니다."먼저 내리면 타라고!" —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것이 책의 한국어판에는 변호사 김예원 씨가 쓴 발문이 실려 있는데, 거기 나온 장면 하나가 오래 남았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플랫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이건 명백히 폭행이다. 주변을 살피니 CCTV가 보인다. 빨리 증거를 확보하면 형사 고소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 안은 고요했고 내 앞에 섰던 .. 2026. 9. 23. 『지적 생활 습관』, 알고리즘이 대신 생각해주는 시대에 다시 읽는 노(老) 지성의 습관론 요즘 온라인에서 "에코챔버"라는 말이 자주 눈에 띈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여 서로의 의견을 되풀이해 듣다 보니, 어느새 그게 세상 전체의 생각인 줄 착각하게 되는 현상이다. 알고리즘이 내 취향에 맞는 글과 영상만 골라다 주니, 굳이 다른 의견을 찾아 나설 필요도 없어졌다. 편하긴 한데,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 정리해준 생각을 그냥 받아 삼키고 있는 걸까.이 질문에 대한 답을 뜻밖에도 1923년생 일본 노학자의 책에서 발견했다. 도야마 시게히코의 『지적 생활 습관』이다. 95세 넘도록 글을 쓴 이 사람은 SNS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평생 붙들고 있던 질문 —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걸러내고,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 2026. 9. 23. 『에니어그램의 영적인 지혜』, "너 완전 극T야"로 끝내기엔 아까운 이야기 요즘 SNS에서는 다들 자기를 몇 글자로 요약한다. 테토남, 테토녀, 극T. 처음 만난 사람의 성격을 궁금해하기 전에 "너 T야 F야"부터 묻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편하긴 하다. 몇 마디로 서로를 파악한 기분이 드니까. 그런데 가끔 이상한 순간이 온다. "너 완전 극T네"라는 말을 듣고 괜히 억울해지는 순간. 나는 그 네 글자보다는 복잡한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는 알고 있으니까. 산드라 마이트리가 쓴 『에니어그램의 영적인 지혜』도 비슷한 물음에서 출발한 책이다. 다만 마이트리가 다루는 유형론은 MBTI보다 훨씬 오래됐고 목적도 다르다. 성격에 이름표를 붙이자는 게 아니라, 왜 지금의 성격을 갖게 됐는지, 그 아래 무엇이 숨어 있는지를 보자는 쪽이다.성격은 사실 감옥이다저자는 서문에서 탈옥한 금속공 이야기로.. 2026. 9. 22. 『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엄마들은 왜 늘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할까 이번 주 금요일이 추석입니다. 부모님 댁에 가는 분도, 가족을 맞이하는 분도 계실 텐데, 저는 연휴 전에 이현미 기자의 『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부키)을 읽었습니다. 《세계일보》에 연재한 「엄마도 처음이야」를 일부 토대로 한 육아 에세이인데, 읽다 보니 엄마와 딸, 아내와 며느리라는 자리의 기록에 가까웠습니다.엄마라면 그래야 하는데, 이상하네저자는 출산 직후 미혼인 지인에게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아이가 예뻐 보여?"라는 질문을 받고 고개를 갸웃했다고 씁니다. 그때는 '엄마라면 그래야 하는데 이상하네' 싶었고 애정이 쌓인 뒤에야 같은 질문에 곧바로 그렇다고 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모성을 이렇게 나눠 봅니다.내가 생각하는 모성은 시간과 함께 깊어지는 애정이지만 사회에서는 모.. 2026. 9. 22. 『가짜감정』, "럭키비키"를 외칠수록 헛헛해지는 이유 오늘도 인스타그램 어딘가엔 "럭키비키!"가 넘쳐난다. 지하철을 놓쳐도, 상사에게 혼나도, 심지어 계획이 다 어긋나도 "이것도 결국 나를 위한 일"이라며 웃는 문장들. 원영적사고라 불리는 이 태도는 얼핏 건강한 자기긍정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긍정을 외치고 돌아선 자리에서 마음이 더 헛헛해진다는 사람들이 있다. 30여 년간 부부와 개인을 상담해온 김용태 저자의 『가짜감정』을 읽다 보면, 이 헛헛함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은 SNS 트렌드를 다루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자기 감정을 어떻게 속이고 그 속임이 어떻게 되돌아오는지를 정밀하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요즘의 "보여주기식 긍정" 문화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안전한 감정으로 위장하는 마음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 중 상당수가.. 2026. 9. 22.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2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