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가 새로 산 옷을 입어 보이며 어떠냐고 물었을 때 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잘 어울려"라고 말했습니다. 마음에 들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심리학자 벨라 드폴로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 평균 1.5번씩 거짓말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제 자신을 정직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이언 레슬리의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은 이 모순에서 시작하는 책입니다. 영국의 저술가인 그는 거짓말을 인간이 고쳐야 할 결함이라 여기며 책을 쓰기 시작했지만, 거짓말과 자기기만이 오히려 우리 종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온 핵심 장치였다는 걸 하나씩 발견합니다.

거짓말이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었다
책의 1장은 인류의 뇌가 왜 이렇게 커졌는지를 묻습니다. 흔히 도구를 만들고 자연에 적응하며 뇌가 커졌다고 설명하지만, 심리학자 니콜라스 험프리는 크루소를 정말 긴장시킨 건 무인도의 자연보다 15년 만에 나타난 프라이데이였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던졌습니다. 이후 리처드 번과 앤드루 화이튼은 침팬지와 비비의 속임수 행동을 추적해 이 가설에 살을 붙였습니다. 속임수에 능숙한 개체일수록 먹이와 짝짓기 경쟁에서 우위에 섰다고 합니다.
거짓말쟁이들의 세계에서는 거짓말탐지기를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하다.
이 문장을 읽고 저는 지능과 정직을 슬쩍 동일시해 온 생각을 다시 봤습니다. 회의 중 가장 빨리 상황을 파악하는 동료를 떠올려보면, 그 능력이 꼭 선의에서만 나오지는 않는다는 걸 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첫 거짓말은 걱정이 아니라 성장의 신호다
조카가 세 살 때 쿠키를 먹고도 "안 먹었어"라고 당당히 말해서 다들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이 귀여운 거짓말은 '마음의 이론'이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것을 믿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거짓말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다윈도 아들 도디가 설탕을 몰래 먹고 거짓말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 아이는 오직 그의 좋은 감정에 영향을 주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곧 누구나 좋아할 만한 진실하고 개방적이며 다정한 아이가 됐다.
다윈은 아들의 거짓말을 도덕적으로 심판하는 대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지능과 상상력을 지켜봤습니다. 저도 제 아이가 서툰 거짓말로 저를 속이려 든다면, 화내기 전에 먼저 속으로 조금 감탄할 것 같습니다.
벌할수록 거짓말은 더 능숙해진다
심리학자 빅토리아 탈와는 아프리카의 두 학교를 비교했습니다. 한 학교는 온건하게, 다른 학교는 매로 거짓말을 벌했습니다. 엄격한 학교 아이들이 더 솔직할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하찮은 일로 곤란에 빠지게 된다면 차라리 끝장을 볼 때까지 하는 게 낫다.
매 맞는 학교 아이들은 더 오래 망설이고 더 그럴듯하게 둘러댈 뿐, 거짓말을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저는 작은 실수에도 질책이 날아오던 예전 회사의 한 팀을 떠올렸습니다. 다들 보고를 올리기 전에 먼저 "어떻게 포장할까"를 고민했습니다. 정직을 요구하는 것과 정직해도 안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우리의 직감은 거짓말을 거의 알아채지 못한다
찰스 본드와 벨라 드폴로가 100건 넘는 연구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정확도는 평균 48퍼센트였습니다. 동전을 던지는 것과 다르지 않은 수준입니다. 경찰이나 판사, 세관원도 일반인보다 나을 게 없었습니다.
지름길로 이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다목적 누설 행동은 없다. 피노키오의 코는 동화에나 있는 것이다.
사람을 보면 거짓말인지 어느 정도 안다고 믿으며 살아왔는데, 그 감각이 상당 부분 착각이었을 수 있다고 인정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직감보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의 앞뒤 맥락을 더 들여다보려 합니다.
정직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책의 끝에서 레슬리는 서양과 동양이 정직을 다르게 가르친다는 캉 리 교수의 연구를 소개합니다. 캐나다 아이들은 솔직히 말하는 아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중국·대만 아이들은 오히려 숨기는 아이를 더 도덕적이라 평가했습니다. 『논어』의 한 구절이 그 뿌리를 보여줍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숨겨주니 곧은 것이 그 가운데 있습니다.
정직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레슬리는 정직을 타고난 성품이 아니라, 진실을 말해도 손해 보지 않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 과정으로 그립니다.
정직은 우리가 함께 해내는 그런 것이다.
이 문장은 적어두고 자주 들여다봅니다. 거짓말을 끊겠다는 결심보다, 주변 사람들이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은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오늘 제가 한 거짓말이 누구를 보호했는지, 한 번 더 돌아보게 됐습니다. 이런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 아이가 거짓말을 시작해서 걱정이신 부모님
- 사람을 잘 읽는다고 스스로 자신해 온 분
- 조직에서 솔직한 보고를 받고 싶은 관리자
- 자신을 속이지 않고는 버티기 힘든 시기를 지나는 분
오늘 하루, 당신은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셨나요? 그 거짓말들은 누구를, 혹은 무엇을 지키고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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