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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생 김 팀장과 90년생 이 대리가 웃으며 일하는 법』, 오래된 대화 습관이 만드는 조직 갈등

by summaries 2026.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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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신입사원 열 명 중 세 명 가까이가 입사 첫해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27퍼센트입니다. 최근 한 칼럼은 이런 이탈을 세대 차이로 설명하는 관행에 의문을 던졌습니다. 나이 차이가 아니라 조직이 쓰는 대화의 문법이 문제라고 봤습니다. 김범준의 『80년생 김 팀장과 90년생 이 대리가 웃으며 일하는 법』을 다시 펼치면서 그 칼럼이 짚은 지점과 이 책이 오래전부터 말해온 내용이 겹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칼퇴"라는 말 한마디가 갈라놓는 것

저자는 김 팀장과 이 대리의 짧은 퇴근 장면을 보여줍니다. "칼퇴하실 분들은 책상 정리하고 얼른 가세요"라는 팀장의 말에 이 대리는 기뻐하기는커녕 말을 잃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걸 왜 굳이 칼로 자르듯 퇴근한다고 표현하느냐는 겁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긴다’가 아니라 ‘피할 수 없으면 나간다’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90년대생들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대졸 신입사원의 27퍼센트가 입사 첫해에 퇴사한다는 통계를 저자는 이 문장 바로 뒤에 붙입니다. 연봉도 복지도 아닌 퇴근 하나를 두고도 눈치를 봐야 하는 공기를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단어 하나에 그렇게까지 예민할 일인가 싶다가도, 그 단어를 매일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수긍이 갑니다.

메일 한 통이 파워포인트로 둔갑하는 과정

이 대리는 이미 보고 자료를 메일로 보냈습니다. 목표 매출과 근거, 위험 요소까지 정리한 텍스트였습니다. 그런데 김 팀장은 이사님이 보기 편하게 파워포인트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합니다. 이 대리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형식을 정해주지 않은 채 뒤늦게 다시 만들라는 지시가 당혹스럽습니다.

"90년대생들은 ‘프로 효율러’다. 이전 세대가 ‘무작정 빨리빨리’를 원했다면 그들은 ‘효율적으로 빨리빨리’를 선호한다."

저자는 속도보다 낭비에 대한 감각을 강조합니다. 같은 내용을 두 번 만드는 일, 여백을 15밀리미터로 맞추고 폰트를 다시 지정하는 일처럼 성과와 무관한 절차에 이 대리는 유독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형식을 갖추는 게 곧 정성이라고 믿어온 사람과, 형식은 낭비일 뿐이라고 믿는 사람이 같은 회의실에 앉아 있으니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말한 사원

책에는 사장과 직원 간담회에서 벌어진 일화가 나옵니다. 프로모션 비용이 없다는 사장의 답변에 목소리가 커지자, 신입사원은 "그렇게 큰소리를 내시면 제가 엄청 잘못한 거 같잖아요. 목소리 좀 낮춰주세요"라고 되받았고 그날로 퇴사했습니다. 저자는 이 장면에서 사장의 편을 들지 않습니다.

"90년대생의 ‘탈권위주의 의식’을 받아주지 못하는 한 조직 문화의 개선, 특히 기업에서 소통의 발전은 불가능할 것이다."

직급이 목소리 크기를 정당화해주던 시절이 끝났다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저자도 참으라고 훈계하는 대신 목소리를 낼 때 오히려 반가워할 준비를 하라고 제안합니다. 실천하기 쉬운 조언은 아니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합니다.

문제를 숨기라고 가르치는 조직

한 90년대생 직원이 일이 유독 자신에게만 몰린다고 선배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돌아온 답은 이랬습니다.

"문제를 입 밖에 내는 순간 그게 문제가 되는 거야. 그리고 그게 일이 되는 거야. 그러니 앞으로 문제가 생겨도 그냥 대충 숨겨둬."

저자는 이런 조언을 직장생활의 지혜로 여기며 살아온 스스로를 함께 돌아봅니다. 말한 사람이 그 문제의 책임까지 떠안는 구조에서는 누구도 입을 열지 않게 됩니다. 문제를 발견한 사람과 그걸 해결할 담당자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단순한 원칙 하나가 조직 안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반말 한마디, 실력 한 스푼

92년생 직장인의 목소리를 저자는 그대로 옮겨둡니다. 초면에 직급을 앞세워 반말하는 선배, 실력 없이 권위만 내세우는 선배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실력이 인간성을 커버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말투나 태도까지 면죄부를 받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신뢰라는 게 결국 실력과 태도가 함께 쌓여야 만들어지는 건데, 조직에서는 종종 실력 하나만으로 나머지를 덮으려 듭니다.

휴가 얘기를 세 번 끊는 팀장

휴가를 보고하러 온 이 대리에게 김 팀장은 지시했던 업무부터 다시 묻고 사무실 온도까지 언급하다가 마지막에야 휴가 얘기로 돌아옵니다. 저자는 이 장면을 두고 단호합니다.

"김 팀장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성과가 좋다고 해도 그는 결국 무능하다. 사람을 키우지 못하는 리더의 리더십 점수는 ‘빵점’이다."

성과와 리더십을 분리해서 보는 시선이 인상적입니다. 숫자를 잘 만드는 것과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회의실 밖에서는 되는 것이 왜 회의실 안에서는 안 될까

저자는 구독자 10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커플의 성공 비결을 언급합니다. 콘텐츠의 분량은 10분을 넘기지 않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만 다룬다는 세 가지 원칙이었습니다. 퇴근하고 유튜브를 보는 그 사람이 다음 날 회의실에 들어서면 정반대의 경험을 합니다. 발언은 길어지고 소통은 일방적이고, 공감할 여지는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에게 물어볼 질문은 하나로 좁혀집니다. 내가 이끄는 회의는, 내가 보내는 메시지는, 10분 안에 핵심이 전달되고 있을까요. 세대 차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던 정체는 결국 오래된 대화 습관이었습니다. 이제 그 습관을 바꿀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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