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2026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명대 초반까지 내려갈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출생아 수는 18년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인지, 잠깐의 반등인지 지금으로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이 애매한 시점에 홍춘욱의 『인구와 투자의 미래』를 다시 펼쳤습니다. 2017년에 나온 책인데도 지금 벌어지는 논쟁의 뿌리를 그대로 짚고 있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혼인율에 있다
저자는 한국의 저출산 원인을 추적하다가 뜻밖의 사실과 마주합니다. 이미 결혼한 여성들의 출산율 자체는 오랫동안 오르는 추세였습니다.
"젊은 유배우 여성들의 출산율은 상당한 정도의 단기적인 변동성을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보아 유배우 출산율의 하락 추세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결혼한 여성은 예전보다 아이를 더 낳는데도 전체 출산율은 2015년 기준 1.24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철희 교수의 연구를 인용하며 저자는 결혼 자체를 하는 사람이 줄어든 데서 원인을 찾습니다. 정작 줄어든 것은 결혼이었던 셈입니다.
30대 후반, 열 명 중 세 명이 혼자다
이 흐름은 통계로도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특히 35~39세 인구의 26.2%가 미혼 상태, 3.3%가 이혼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뉴스다."
30대 후반 인구 중 미혼 비중이 5년 사이 6.5퍼센트포인트나 늘었다는 대목을 읽으며 제 주변을 떠올려봤습니다. 결혼을 미루다 못해 계획 자체를 접은 친구들도 여럿이었습니다. 통계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결혼을 가장 많이 포기하는 쪽은 고학력 여성
누가 결혼을 미루는지도 책은 구체적으로 짚습니다.
"대학원 졸업 이상 학력의 30세 이상 여성의 미혼율은 2010년 21.7%에서 2015년 23.4%, 4년제 대학 졸업 학력의 30세 이상 여성의 미혼율은 2010년 15.6%에서 2015년 18.9%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이 높을수록 결혼 이후 감당해야 할 경력 단절의 비용이 커진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대학원까지 들인 시간과 돈을 결혼과 맞바꾸라는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겁니다. 미혼율은 게으름의 결과라기보다 계산의 결과에 가까워 보입니다.
스웨덴은 어떻게 아빠를 바꿔놓았나
책은 반대 사례로 스웨덴을 소개합니다.
"2013년 스웨덴에서는 새로 아이가 태어난 가정 아버지의 90%(약 34만 명)가 육아 휴직을 떠난다."
이 수치는 원래부터 높지 않았습니다. 아빠 몫의 육아휴직을 따로 떼어놓는 제도를 도입한 첫해, 실제로 휴직을 쓴 아빠는 0.5%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제도를 조금씩 다듬어가자 이 숫자는 2013년 25%로 50배 증가했고, 결국 90%까지 올라섰습니다. 제도가 먼저 움직이자 문화가 뒤따라 바뀐 사례입니다.
한국 아빠의 가사노동 45분
같은 시기 한국 남성의 사정은 정반대입니다.
"한국 성인 남성이 하루 중 가사노동으로 보내는 시간은 45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짧다."
OECD 평균은 2시간 18분으로 대다수 국가의 남성이 한국 남성보다 3배 이상 가사노동에 시간을 씁니다. 육아와 살림이 여전히 한쪽에게만 몰려 있는 구조에서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에 가까워 보입니다.
150조를 쏟아붓고도 바뀌지 않은 것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낮은 출산율을 끌어올리려고 2000년대 들어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회복되지 않았다."
저자가 인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 규모가 150조 원에 이릅니다. 예산의 크기와 정책의 효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 대목은 2026년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남깁니다.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쓰느냐가 문제였던 건 아닐까요.
노동시간만 줄이면 다 풀릴까
그렇다면 스웨덴처럼 노동시간을 줄이고 제도를 손보면 답이 나올까요. 저자는 여기서 성급한 낙관을 경계합니다.
"주40시간 근무제가 도입돼 1인당 1주간 실제 노동시간은 43분 정도 단축됐지만 신규 고용률은 오히려 2.28%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의도로 만든 제도가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저출산 대책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노동시간 단축이든 현금 지원이든,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반응할지 따져보지 않은 채 규모만 키우면 150조 원의 전철을 되풀이할 위험이 있습니다.
2026년, 우리는 무엇을 다르게 물어야 할까
책장을 덮고 나니 질문이 하나 남았습니다. 출생아 수가 반등했다는 최근 소식에 우리는 안도해도 되는 걸까요, 아니면 여전히 결혼을 미루는 사람들의 계산법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걸까요. 저출산 정책을 예산 규모로만 평가해온 분, 인구 문제를 투자와 연결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 그리고 결혼과 육아를 둘러싼 통계 뒤에 숨은 이유가 궁금한 분이라면 이 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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