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나 책 제목에 "부자의 습관"이라는 말이 참 자주 보입니다. 저도 그런 제목에 몇 번이나 홀려서 책을 사본 적이 있는데, 대부분 "아끼고 저축하라"는 뻔한 이야기로 끝나더군요. 그런데 오시로 다이의 『화교 부자수업』은 조금 결이 달랐습니다. 저자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평범한 영업사원이었습니다. 2년을 매달린 끝에 화교 사업가를 스승으로 모시고 1년간 배운 뒤 창업해 아르바이트 직원 한 명과 연매출 10억 원을 찍었다고 합니다. 그가 배운 건 비법이라기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을 뒤집는 사고방식이었습니다.

장사의 기본은 사막에서 물을 파는 것
저자의 스승은 아오모리산 사과 여섯 개를 고급 오동나무 상자에 담아 중국에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2천 원짜리 사과가 6만 원에 팔렸답니다. 사과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장소를 바꾸니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달라진 것뿐이었습니다.
화교는 오직 이익 창출이라는 단순한 목표에만 집중한다. 이들은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지체 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아직 아무도 시장의 뛰어들지 않은 상황, 어떤 경쟁상대도 없는 상황에서 손쉽게 시장을 선점한다!
저도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제안할 때 "이게 될까?"부터 재는 편인데,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제가 얼마나 자주 고민만 하다 타이밍을 놓쳤는지 떠올랐습니다. 중국의 수질오염 뉴스를 듣고 "생수 시장이 커지겠구나"까지는 누구나 생각합니다.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은 드뭅니다.
치명상만은 입지 말라
저자가 중국산 양말과 신발을 리어카에 싣고 길거리에서 팔았던 일화가 나옵니다. 영업이라면 자신 있었던 그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완패했다는군요. 그런데 스승은 이 실패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치명상만은 입지 말라.
대신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아니면 실수도, 손해도 그냥 내버려뒀다고 합니다. 실패에서 배우라고 말하면서 정작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조직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면, 이 단순한 원칙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작은 실패를 여러 번 겪어봐야 큰 도전 앞에서 얼어붙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지갑에 먼저 돈을 넣어라
저자가 스승 밑에서 심부름을 했을 때, 우표값 2만 원짜리 일을 하고 10만 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특정 자극에 반사적인 반응을 보이는 ‘파블로프의 개’가 된다!
화교는 상대에게 먼저 이득을 주고 그것을 여러 번 반복해서 각인시킨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큰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자는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 10만 원짜리 저녁 회식비 대신 5만 원짜리 점심을 사주는 편이 훨씬 효과가 크다고 말합니다. 돈의 액수보다 "이 사람과 함께하면 득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핵심이라는 거죠.
일단 빚을 만든다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전략은 여기서 더 나아갑니다. 상대가 자신보다 지위가 높으면 반대로 빚을 지라는 겁니다.
상대에게 빚을 지울 수 없다면 내가 상대에게 빚을 지면 된다! 일단 빚을 지면 되갚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자 사회생활의 법칙이다.
동전을 빌려서 식사로 갚거나, 거물에게는 아예 "힘을 빌려달라"고 정면으로 부탁하는 방식까지 단계별로 소개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부탁을 어려워하는 제 성격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빚을 지는 걸 부담스러워하다 보니 오히려 사람과 관계를 만들 기회 자체를 스스로 줄이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더군요.
부모 자식 간에도 돈을 공짜로 주지 않는다
화교 가정에서는 자녀 교육비도 투자로 취급합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얼마를 썼는지 정확히 알려주고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너를 위해서 투자한 돈이니 사회인이 되어서 스스로 돈을 벌 수 있게 되면 우리에게 갚아야 한다.
그래서 화교 자녀들은 대부분 일찌감치 창업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부모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목표가 사업 성공의 동기가 되는 셈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가 대학 학비를 대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자녀도 그걸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돈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르다는 점은 곱씹어볼 만했습니다.
이 책은 이런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창업이나 부업을 준비하며 실패가 두려운 분
- 사람을 사귀는 데 서툴러서 인맥이 좁다고 느끼는 분
- 자녀에게 돈과 노동의 의미를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인 분
- 익숙한 조직 문화 밖에서 다른 사고방식을 보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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