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에는 "한 달 만에 억대 매출", "스물다섯 살에 엑시트" 같은 제목들이 넘쳐납니다. 그런 영상을 보다 보면 사업이란 게 원래 그렇게 빨리 되는 일인가 싶어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생존의 기술』을 쓴 표철민은 중학교 3학년 때 회사를 세웠습니다. 서른한 살에 군대를 갈 때까지 무려 15년 동안 사업 아이템을 여섯 번이나 바꿔가며 겨우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았다고 말합니다.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오래 버틴 사람의 기록이어서 이 책은 다르게 읽힙니다. 저도 뭔가 시작할 때마다 결과가 빨리 안 나오면 금방 지쳤던 기억이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제 성급함을 자꾸 되돌아봤습니다.

좋은 문제를 찾는 데 시간을 아끼지 마라
표철민은 15년 동안 밤새워 일했지만 크게 남긴 게 없었던 이유를 돌아보며 나쁜 문제를 너무 열심히 풀었던 것 아니었나 싶다고 말합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뜻밖에도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6개월, 1년이 늦어지더라도 더 훌륭한 문제를 찾는 게 중요하지, 지금 당장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눈앞에 발견한 문제를 맹신하는 것은 오히려 시간만 축낸다는 것을 배웠다.
이 대목에서 제 스스로를 좀 찔러봤습니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에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시작한 일이 얼마나 많았나 하고요. 사업이 아니어도 이직이나 이사,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때도 비슷합니다. 당장 뭐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서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습관, 저만 있는 건 아닐 겁니다.
겉만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지 않으려면
저자가 아는 한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공들여 앱을 만들었지만 처음 달린 댓글에는 예쁜 쓰레기라는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다운로드나 사용자 수가 아무리 많아도 정작 돈을 내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필요 없는 물건을 하나 더 만든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 다시 말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이다. 그런 제품은 못생겨도 상관없다.
겉보기에 그럴듯한 것과 실제로 쓸모 있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회사 일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서를 예쁘게 꾸미는 데 공들이다 정작 내용은 부실했던 적, 저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자꾸 되물어야 한다는 걸 이 책에서 다시 배웁니다.
반드시 이익을 내야 하는 이유
솜노트 사용자가 300만 명에 이르렀을 때도 회사는 매달 3천만 원씩 적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투자 유치 심사에서는 "솜노트로 앞으로 대체 몇 년이나 더 뜬구름 잡는 계획만 팔 거예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자는 그제야 회사가 이익을 내야 하는 이유를 절실히 깨달았다고 합니다.
사업은 창업하는 순간이 아니라 이익을 내기 시작하는 시점이 사실상 출발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전까지는 그저 고행이고 자위다.
냉정하게 들리지만 맞는 말이라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문장이었습니다. 사회적 가치나 좋은 뜻도 스스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오래 지킬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회사든 개인이든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인생에도 필요한 15% 룰
경리 직원의 횡령 사건을 겪은 뒤, 저자는 회사에 크고 작은 돌발 변수가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자금과 시간의 15퍼센트를 미리 여유로 남겨두는 원칙이었습니다.
회사 자금과 시간의 15%까지는 버퍼buffer(여유)를 두고 계획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원칙은 회사 밖에서도 꽤 쓸모가 있어 보입니다. 이번 달 생활비나 이번 주 일정을 하나도 여유 없이 빡빡하게 짜두면 예상 못한 일이 하나만 생겨도 전체가 흔들리곤 하니까요. 처음부터 15퍼센트쯤 비워두면 어지간한 돌발 상황에는 덜 휘청거리게 됩니다.
부메랑을 멀리 던지는 마음
오랫동안 함께 일한 직원이 다른 회사로 옮기겠다고 했을 때, 저자는 붙잡는 대신 응원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언젠가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돌아올 수도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부메랑 멀리 던지기'라 부른다. 진정으로 같이 더 오래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내가 아무리 아끼고 사랑해도 그가 다른 회사로, 다른 분야로, 다른 꿈을 가지고 떠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서운한 마음이 앞서기 쉽습니다. 저도 가까운 사람이 멀어질 때마다 붙잡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지금 붙잡아 봐야 관계만 나빠질 뿐, 오히려 웃으며 보내야 나중에 다시 만날 여지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사랑하니까 걱정하는 것 - 엄마의 편지
스물다섯 살에 8억 원에 이르는 회사 채무의 연대보증을 선 아들에게 어머니는 걱정을 담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고름이 시간 지난다고 살이 되지는 않는다. 정말 해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면 허례허식과 남의 이목 등의 따위로 작은 책임을 지기 위해 더 큰 책임을 떠안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가족의 걱정을 그저 잔소리로 흘려듣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고 나서야 그 걱정이 사랑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이 오래 머문 문장이 사업 노하우가 아니라 이 편지였던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이 책은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뭔가 시작할 때마다 조바심부터 나는 분, 완벽하게 만드는 데 공들이다 정작 쓰이지 않는 결과물을 만들어본 분, 돈 관리에 여유가 없어 작은 변수에도 자주 휘청이는 분. 그리고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 유독 힘든 분이라면 이 책에서 자기 이야기를 발견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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