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면 관세 이야기, 환율 이야기, 금값 이야기가 하루도 안 빠지고 나옵니다. 저는 경제 기사를 읽을 때마다 숫자는 눈에 들어오는데 그 흐름이 왜 지금 이런 모양으로 벌어지는지는 자꾸 흐릿해집니다. 쓰카구치 다다시의 『최고의 투자자는 역사에서 돈을 번다』는 이 흐릿함을 역사 쪽에서 풀어내는 책입니다. 20년 넘게 글로벌 자산을 운용해온 저자는, 시장을 읽는 힘은 오늘 뜨는 뉴스가 아니라 돈이 반복해온 역사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지폐는 누군가의 발명품이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쓰는 지폐가, 300년 전에는 한 도박사의 아이디어였다는 사실부터 저는 흥미로웠습니다. 프랑스에서 활동한 스코틀랜드 출신 존 로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금화와 같은 금속 화폐는 무겁고 부피가 커서 소지하기 불편하다. 지폐로 거래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지폐는 그 자체로는 종이 한 장일 뿐인데, 사람들이 서로 믿고 주고받으면서 비로소 가치가 생깁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제 월급 통장의 숫자도 결국 같은 믿음 위에 서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믿음이 전제라는 건, 그 믿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믿음이 무너지면 벌어지는 일
실제로 존 로가 만든 지폐 체제는 프랑스를 한동안 들었다 놓았습니다. 미시시피회사라는 식민지 개발 회사의 주가가 치솟고, 사람들이 지폐로 그 주식을 사들이면서 거품은 끝없이 부풀었습니다. 그러다 균열이 시작됩니다.
존 로는 지폐의 가치를 주화 대비로 높여 민중의 불안감을 없애려 노력했지만, 반대로 많은 사람이 이를 이용하여 지폐를 주화로 교환했다.
믿음을 지키려는 조치가 오히려 불신을 확인시켜 준 셈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최근 어떤 자산이든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 떠올랐습니다. 안심시키려는 발표가 나올수록 더 불안해지는 그 패턴이요.
세계화, 국가주의, 민주주의는 셋 다 가질 수 없다
저자는 터키 출신 정치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의 개념을 빌려 지금의 보호무역 흐름을 설명합니다.
‘세계화’, ‘국가주의’, ‘민주주의’라는 세 가지 사상을 동시에 추구하기란 불가능하므로, 이 중에서 두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관세를 올리고 수입품을 막는 흐름을 저는 그동안 그냥 '그 나라 정치인 성향' 정도로 봤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흐름을 세 가지 가치 중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의 문제로 바꿔 보여줍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여러 나라에서 반복되는 관세 분쟁도 같은 삼중고 안에서 벌어지는 선택이더군요.
17세기 네덜란드가 패권을 쥔 방식
저자가 미래를 예측할 실마리로 꺼내는 사례는 17세기 네덜란드입니다. 세계 최강 해군을 가졌지만 쇄국 중인 일본과는 무력이 아니라 협상으로 교역을 열었습니다.
네덜란드는 무력은 물론, 앞에서 설명한 대로 끈질긴 협상과 필사적인 노력을 계속한 덕분에 번영을 맞이했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지금 세계 각국이 벌이는 관세 협상, 공급망 재편 뉴스가 다르게 읽혔습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쪽보다, 상대의 사정을 끈질기게 헤아리는 쪽이 더 오래 자리를 지켰다는 걸 역사가 이미 보여준 셈이니까요.
세계화를 희생시킨 대가는 꼭 돌아온다
그렇다고 세계화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쪽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못 박습니다.
세계화를 우선하려 민주주의를 희생해도 그 반동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효율만 좇은 자유무역은 언젠가 민심의 반작용을 맞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투자를 고를 때도 기준을 하나 덧붙입니다.
따라서 가격 파괴를 초래할 뿐인 산업에는 절대로 투자하면 안 된다.
싼 값만 앞세우는 산업은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 반작용이 다시 시장을 흔든다는 뜻이겠지요. 저는 이 대목에서 장바구니를 채울 때마다 '제일 싼 것'만 고르던 습관을 떠올렸습니다. 투자든 소비든, 당장의 가격표 너머를 한 번 더 보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이 책은 암호화폐나 특정 종목을 짚어주는 책은 아닙니다. 대신 지금 벌어지는 관세 분쟁과 환율 뉴스를, 역사가 몇 번이나 반복해온 패턴 위에 올려놓고 보게 해 줍니다. 경제 기사를 읽을 때마다 숫자만 남고 흐름은 흩어지는 분, 지금의 보호무역 흐름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한 분이라면 한 번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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