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라인 쇼핑몰에서 "반값 할인", "1+1" 문구를 보면 저도 모르게 장바구니부터 채웁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저렇게 깎아서 많이 팔면 정작 회사는 남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출은 분명 올랐을 텐데 말이죠. 공인회계사가 신입 영업사원의 눈높이에서 회계를 풀어낸 『세상에서 가장 쉬운 회계학』을 읽으면서 "많이 파는 것"과 "이익을 남기는 것"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매출만 보고 좋아했다가 혼나는 이유
책 속 주인공 하지메는 단골 거래처에 10% 할인을 해주고 100개를 팔아 매출을 목표보다 10만 엔 더 올렸습니다. 당연히 칭찬받을 줄 알았는데 상사에게 매출총이익을 계산해봤냐는 질문만 돌아옵니다. 할인 전에는 매출총이익이 16만 엔이었는데, 할인 후에는 10만 엔으로 오히려 6만 엔이 줄어 있었습니다.
회사는 이익을 최대화하는 게 경영의 목적이다. 따라서 매출액보다 매출총이익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저도 "많이 팔렸다"는 숫자만 보고 뿌듯해한 적이 많습니다. 정작 그 물건을 들여오는 데 얼마가 들었는지는 따져본 적이 없었던 거죠. 매출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지만 매출총이익은 그 성과에 원가를 빼고 남은 진짜 몫입니다.
할인 10%가 왜 두 배로 더 팔아야 하는 숙제가 될까
책에는 간단한 계산 문제가 나옵니다. 매입가 1,200엔짜리 물건을 2,000엔에 팔다가 20% 할인해 1,600엔에 팔기로 했다면, 원래 계획했던 매출총이익을 지키려면 몇 개를 더 팔아야 할까요. 답은 처음 수량의 두 배입니다. 20% 할인했을 뿐인데 물건을 두 배로 팔아야 간신히 본전인 셈입니다. 숫자로 보면 "조금 깎아주는 것"이 결코 작은 결정이 아니라는 게 드러납니다. 세일 기간에 물건을 살 때 저 할인이 판매자 쪽에서는 얼마나 부담스러운 숫자일지 떠올리게 됐습니다.
지금 받는 돈과 반년 뒤에 받는 돈은 같지 않다
주인공은 거래처가 "지금 당장 납품하고 대금은 반년 뒤에 달라"는 조건을 선뜻 수락했다가 이 역시 상사에게 지적을 받습니다. 매출도 매출총이익도 줄어들지 않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이에 금리라는 변수가 숨어 있었던 겁니다.
금리는 일정 기간 동안 그 돈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시간의 값'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1,000만 엔을 반년 늦게 받으면, 그 돈을 은행에 맡겨 놓았을 때 받을 수 있었던 이자만큼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책의 계산대로라면 금리 4%를 기준으로 20만 엔, 거기에 거래처가 그 사이 도산할 가능성까지 더하면 실질적으로는 훨씬 더 큰 금액을 할인해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고 "언제 갚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갚겠지"라고 안심했던 적이 있는데, 그 "언젠가"에 숨어 있는 비용을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익이 났는데도 현금이 없는 회사가 있는 이유
책은 이렇게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 전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돈이 돌고 있다면’이라는 말을 반복했는데 이것이 바로 ‘현금흐름’이라는 개념이다.
장부상으로는 이익이 나고 있어도, 받을 돈이 늦게 들어오고 줘야 할 돈은 제때 나가야 한다면 회사는 당장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개인의 살림도 비슷합니다.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는 날과 카드값이 빠져나가는 날 사이에 간격이 생기면, 분명 이번 달에 번 돈이 쓴 돈보다 많은데도 마음은 늘 쪼들리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요. 예전에 다른 글에서 다룬 『빚, 정리의 기술』도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빚이 무서운 건 액수 자체가 아니라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타이밍이 어긋나는 순간이라는 것 말이죠.
회계라는 말만 들어도 숫자와 용어에 질려버리는 분이라면, 이 책은 차변과 대변 같은 용어 없이도 회사가 돈을 버는 원리를 이야기 형식으로 짚어줍니다. 이런 분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할인이나 세일을 볼 때마다 "저게 정말 이득일까" 궁금한 분
- 매출과 이익의 차이를 한 번도 제대로 구분해본 적 없는 분
- 회사의 통장 사정과 실적 발표가 왜 다르게 느껴지는지 알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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