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사진 찍기 좋은 카페가 생기면 어김없이 줄이 섭니다. 다들 그 가게 이름을 해시태그로 걸고 피드가 비슷한 사진으로 한동안 도배되죠. 그런데 1년, 2년 지나고 보면 그 자리에 전혀 다른 가게가 들어서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반대로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는데도 몇 년째 똑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가는 가게도 있습니다. 둘 사이에는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끌리는 브랜드의 법칙』은 이 차이를 '아이코닉 어드밴티지(상징적 우위)'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화제성만으로는 브랜드가 오래가지 못합니다
책은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어패럴의 몰락을 첫 사례로 듭니다. 파격적인 광고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사람들은 정작 옷의 품질이나 생산 과정이 아니라 자극적인 사진만 입에 올렸습니다. 결국 2015년에 파산 신청을 했죠. 저자들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은 상징성을 지닌 브랜드가 아니라 하나의 유행으로 끝났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함정에 빠진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SNS에서 핫하다는 말만 믿고 찾아간 가게가 생각보다 평범해서 실망했던 적이요. 화제가 되는 것과 오래 기억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걸, 그 가게들이 사라지는 걸 보면서 조금씩 체감하게 됩니다.
환경에 끌려다니는 기업은 결국 손해를 봅니다
저자들은 요즘 기업들이 미래를 계획하기보다 당장 생기는 문제를 막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시장이 기업보다 더 빠르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대응한다. 기업들은 통제력을 잃고 비전을 잃고 궁극적으로 손해를 본다.
이 흐름에서 예외로 남은 기업들의 공통점을 저자들은 세 가지로 압축합니다. 경쟁자와 다르게 보이는 '주목성', 소비자와의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지속성', 그 특징을 널리 알리는 '확장성'입니다. 셋 중 하나만 있어서는 상징적인 브랜드가 될 수 없다고 책은 거듭 강조합니다.
다르게 보이는 것, 주목성의 시작
시장은 어디나 비슷비슷한 상품들로 가득합니다. 그 안에서 눈에 띄려면 달라야 합니다.
경쟁자와 똑같으면 눈길을 끌기 힘들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장들은 비슷한 특징을 가진 일반적인 상품들로 가득하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회사 생활이나 자기소개 자리를 떠올렸습니다. 다들 비슷한 스펙과 비슷한 말로 자신을 소개할 때, 기억에 남는 사람은 뭔가 다른 한 가지를 보여준 사람이었거든요. 브랜드든 사람이든 원리는 비슷해 보입니다.
낡은 상징을 다시 살려낸 미니 쿠퍼
1960년대를 상징하던 자동차 미니 쿠퍼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런 변화 없이 똑같은 모델만 538만 대 넘게 찍어냈습니다. 그러다 BMW가 인수한 뒤, 둥근 헤드라이트나 육각형 그릴처럼 미니를 미니답게 만들던 요소들을 찾아내 다시 정의했습니다. 그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미니는 역사상 두 번째로 다시 히트 상품이 됐다.
지속성이라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 갖고 있던 의미를 시대에 맞게 다시 알아보는 일이요. 오래된 가게가 리모델링 한 번으로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비슷한 이치일 겁니다.
브랜드는 회사가 아니라 당신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책에서 가장 곱씹게 된 문장은 브랜드의 정의 그 자체였습니다. 기업은 로고나 색상, 슬로건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브랜드를 쥐고 있는 건 소비자라는 겁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기업,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개인의 경험과 믿음을 합친 것이다.
같은 가게를 두고도 누군가는 좋은 기억 때문에 단골이 되고 누군가는 별것 아닌 일로 발을 끊습니다. 회사가 아무리 애써도 사람들 머릿속에 든 생각까지는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광고 한 번보다 실제 경험 하나가 더 오래 남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도 결국 상징을 갖고 싶어합니다
책은 가톨릭교회를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브랜드'로 들며 사람들이 상징에 끌리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상징은 또한 사람들에게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준다.
특정 브랜드의 물건을 쓰는 사람들끼리 괜히 더 반갑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속해 있다는 감각 때문일 겁니다. 우리가 어떤 브랜드에 마음을 주는 이유도, 상품 자체보다는 그 상품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여주는가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책은 마지막에 이렇게 못박습니다.
상징적 제품을 만드는 것은 의도적인 사업 결정이지 행운이 아니다.
화제가 되는 건 운이 좋으면 누구에게나 한 번쯤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기억되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서야 조금 더 선명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작은 가게나 사업을 운영하면서 '우리만의 것'이 뭔지 고민인 분
- 마케팅이나 브랜딩 업무를 하는 분
- 왜 어떤 브랜드는 오래가고 어떤 브랜드는 금방 잊히는지 궁금했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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