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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청소년을 위한 경제학 에세이』, 다 먹지도 못할 '대' 자 팝콘을 자꾸 고르는 이유

by summaries 2026.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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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헬스장 3개월 회원권을 결제했습니다. 두 번 가고 발길을 끊었는데, 환불하자니 "이미 낸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 몇 달째 카드값만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주변에 물어보니 다들 비슷한 경험이 하나씩 있더군요. 입에 안 맞는 학원을 끝까지 다 채우거나, 맛없는 음식을 "돈 주고 샀으니까"라며 억지로 다 비우는 식입니다. 한진수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경제학 에세이』를 읽다가, 제가 매일 저지르던 이 선택들에 전부 이름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경제학은 어려운 그래프와 공식의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내리는 작은 선택들을 설명하는 도구였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경제학 에세이』, 다 먹지도 못할 '대' 자 팝콘을 자꾸 고르는 이유 표지

이미 쓴 돈은 쿨하게 잊어야 하는 이유

책은 시험을 보지 않기로 한 과목을 계속 공부하는 학생의 예로 매몰비용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틀 동안 들인 시간과 땀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데도, 사람들은 그 투자를 놓지 못해 비합리적인 선택을 이어간다는 겁니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등장인물이 “포기하기에는(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어”라며 독백을 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매우 의미심장하고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은 지극히 비경제적인 말이다.

저도 헬스장 회원권을 환불하지 못했던 이유를 돌이켜보면, 딱 이 대사와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이미 낸 돈은 어떤 선택을 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 쓸 시간과 돈을 어디에 쓰는 게 나은가 하는 질문뿐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서야 제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것도 공짜가 아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용은 지갑에서 나가는 돈만이 아닙니다.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던 시간까지 포함해서 '기회비용'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은 지금 이 시간에 다른 무엇인가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기회를 포기하고 이 책을 읽고 있다.

퇴근하고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한 시간에도 기회비용이 붙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달라집니다. 그 시간에 할 수 있었던 다른 일, 다른 휴식, 다른 대화를 함께 포기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무엇에 시간을 쓰든 공짜인 선택은 없습니다.

'대' 자 팝콘이 500원밖에 차이 안 나는 이유

영화관 팝콘은 '중'과 '대'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책은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 손님의 지갑을 정확히 읽은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처음에는 엄청난 크기에 놀라 구매를 주저하지만 정작 가격 차이가 500원밖에 나지 않음을 알고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대’ 자를 주문한다. 그리고 영화관을 나설 무렵에는 다 먹지 못하고 남긴 팝콘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생각해보면 저도 영화관뿐 아니라 카페에서 사이즈업을 할 때마다 늘 '조금만 더 내면 되는데'라는 계산에 넘어갑니다. 그 계산이 틀린 건 아니지만 결국 못 먹고 버리는 팝콘까지 생각하면 누구의 이득인지는 따져볼 일입니다.

조별과제에는 늘 그 사람이 있다

책은 학교 방송에 나온 친구 덕에 반 전체가 덩달아 어깨를 펴는 상황을 예로 들며 돈을 내지 않아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무임승차 문제를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골든벨을 울리는 데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지만 똑똑한 친구가 쌓아올린 업적에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학생이 무임승차를 할 수 있는 것은 골든벨을 울린 당사자에게만 혜택을 한정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똑같은 장면을 자주 봅니다. 팀 성과는 함께 나누는데, 거기 들어간 땀은 몇 사람의 몫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누구도 선뜻 말하지 않지요. 혜택만 떼어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책의 설명을 보고 그 답답함이 비난받을 성격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구조의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

해마다 반복되는 의대 정원 논쟁을 책은 '지대추구'라는 개념으로 풀어냅니다. 공급이 적을수록 몸값이 올라가니, 이미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새로운 공급을 막으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의사들이 벌고 있는 고소득 가운데 상당 부분이 경제적 지대에 해당한다. 의사 공급이 제한적일수록 경제적 지대 또한 증가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은 대학교의 의예과 정원이 늘어나지 않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한다.

뉴스를 볼 때마다 '그래서 결국 누구 좋자고 이러는 걸까' 하는 질문이 남았는데, 이 한 문단으로 꽤 많은 것이 정리됐습니다. 교사의 경우는 월급이 정원과 상관없이 정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정원 확대를 반긴다는 비교까지 읽고 나니, 같은 '선생님' 자리라도 소득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이해관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천 원짜리 하나 팔아서 10원 남기는 장사

다이소 같은 균일가 매장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책은 숫자로 보여줍니다.

이곳의 이익률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 천 원짜리 한 개를 팔면 10원이 남는 구조다.

10원을 남기기 위해 포장을 줄이고, 광고를 안 하고, 재고를 쌓지 않는다는 뒷이야기를 읽으니 매장을 둘러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싸다고 해서 대충 만든 게 아니었습니다. 아주 정교하게 깎아낸 결과물이라는 걸 알게 된 겁니다.

경제학과 조금 멀어진 채로 살아온 분들, 뉴스에 나오는 금리나 정원 논쟁을 볼 때마다 '그래서 이게 나한테 왜 중요한데'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 그리고 저처럼 아까워서 못 끊은 회원권이나 학원이 하나쯤 있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어려운 용어 없이도, 우리가 매일 내리는 선택을 다시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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