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글로 빛나는 오늘
경제·경영

『백년기업 성장의 비결』, 100년 가는 빵집은 무엇이 다를까

by summaries 2026. 10. 19.
반응형

며칠 전 동네에서 15년 넘게 다니던 빵집이 문을 닫았습니다. 사장님이 은퇴하시면서 가게를 정리한다고 하셨는데, 괜히 서운한 마음이 오래 갔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이런 일이 드문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창업한 기업 10곳 중 8곳은 5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습니다. 반면 창업 100년이 넘은 기업은 우리나라에 겨우 9곳뿐입니다. 일본에는 그런 기업이 2만 개가 넘는다고 하니 비교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백년기업 성장의 비결』은 이 격차가 왜 생기는지, 그리고 그 드문 9곳과 이성당·성심당·태극당 같은 오래된 빵집들이 어떻게 100년을 버텼는지를 추적한 책입니다. KB국민은행 본부장을 지낸 문승렬 저자와 장제훈 저자가 국내외 장수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쓴 내용이라 사례가 구체적입니다.

『백년기업 성장의 비결』, 100년 가는 빵집은 무엇이 다를까 표지

왜 우리나라에는 100년 가는 기업이 적을까

책은 그 이유를 전쟁이나 경제 상황만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한국전쟁으로 많은 가게가 사라진 것도 있지만 저자들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장사와 기술을 낮게 봤다는 점을 짚습니다.

내 자식만큼은 블루칼라 직업보다는 의사나 판사 같은 전문직이나 화이트칼라 직업을 가지게 하자는 것이 부모들의 의지였다.

저도 어릴 때 집안 어른들이 "장사는 힘들어도 자식은 공부시켜야 한다"고 하시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가업을 물려받기보다 다른 길을 찾는 게 당연했던 분위기에서는 대를 이어갈 사람 자체가 드물었을 겁니다. 100년을 가려면 그 일을 계속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전제가 흔들렸던 셈입니다.

빵이 아니라 이야기를 사게 만든다

이성당李姓堂이라는 이름부터 스토리입니다. 일제강점기 과자점을 인수한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운영하는 집이라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런 가게들이 가격이 아니라 이야기로 손님을 붙잡는다고 설명합니다.

스토리에는 진정성이 필수다.

저는 이 대목에서 제가 자주 가는 카페를 떠올렸습니다. 커피 맛은 비슷해도 그 집만의 사연을 알고 나면 괜히 한 번 더 가게 됩니다. 장수기업들이 광고 없이도 손님을 끄는 힘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듯합니다.

오늘 구운 빵도 아니면 그냥 버린다

이성당이 롯데백화점 특별전을 앞두고 벌인 일이 인상적입니다. 새벽에 구운 단팥빵을 맛본 사장이 평소 맛이 안 나온다며 500개를 전량 폐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런 빵을 손님에게 내놓을 수 없다

그냥 팔아도 아무도 몰랐을 텐데, 손해를 감수하고 버린 선택입니다. 저는 일을 하면서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적당히 넘긴 순간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100년을 버틴 가게들은 바로 그 '이 정도면' 하는 순간을 쌓아두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케팅 교과서를 거스르는 가게

경영학 책에 나오는 시장 세분화나 타겟팅 전략은 보통 누구에게 팔지를 먼저 정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성당은 그 반대입니다.

아무리 오래 줄을 서도 이성당에서는 1인당 살 수 있는 빵이 단팥빵 10개, 야채빵 10개로 제한되어 있다.

팔 수 있는 만큼 더 만들어서 팔면 매출은 늘겠지만, 그러면 맛이 흐트러진다는 게 이유라고 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 대목을 읽으며 "손님 입장에서는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불편함이 오히려 "줄 서서 산 보람"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장 더 팔 수 있는데도 안 파는 결정,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남는 빵을 파는 게 아니라 새로 만들어 나눈다

대전 성심당은 1956년 창업 때부터 팔다 남은 빵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전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창업주가 전쟁통에 피란 와서 겪은 일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성당 역시 보육시설과 지역사회에 꾸준히 빵을 기부합니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빵을 만드는 것이니 그런 기부라도 할 수 있어 다행

남는 걸 주는 게 아니라 새로 만들어 주는 거라는 설명을 읽으면서 나눔도 그 가게가 가장 잘하는 일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억지로 하는 봉사가 아니라 자기 일의 연장선이라는 점이 달랐습니다.

대를 이을 사람을 고르는 일이 전부다

책은 다보스포럼 자료를 인용하며 기업의 장기 생존을 가르는 핵심이 기술이나 자본보다 후계자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대를 이어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 중 상당수가 사업 자체의 문제보다 다음 경영자를 잘못 고른 탓이라는 겁니다.

위대한 경영자의 마지막 과제는 승계

피터 드러커의 이 말을 책에서 다시 만나니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잘 키운 회사나 가게를 누구에게, 어떻게 넘기느냐가 결국 100년을 가르는 분기점이라는 거니까요. 당장의 실적보다 다음 사람을 준비시키는 일이 더 어려운 숙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월급보다 자부심을 받는 직원들

이성당에 막 입사한 한 직원이 했다는 말을 책에서 보고 멈춰 섰습니다.

친구들이 이성당에 취업하는 것을 부러워해요. 저는 대기업 취업한 친구들이 부럽지 않아요.

대기업 연봉보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말하는 직원이 많다는 게 이 책이 꾸준히 강조하는 지점입니다. 저도 회사를 다니면서 '이 일이 자랑스럽다'고 느낀 순간이 얼마나 있었는지 돌이켜보게 됐습니다. 100년을 간 가게들에는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소모품이 아니라 그 가게의 일부로 여겼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100년이라는 숫자보다 그 사이사이 쌓인 작은 선택들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가게나 사업을 자식 세대까지 물려주고 싶은 분
  • 매출을 늘릴 기회를 일부러 포기해본 적이 있는 분
  • 직원이나 동료가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