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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지금까지 없던 세상』,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사실 100년짜리 발명품이었다

by summaries 2026.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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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을 보면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저도 회사 선배들이 "우리 때는 한 회사에서 뼈를 묻는 게 당연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속으로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게 그렇게 당연한 거였나 싶어서요. 그런데 『지금까지 없던 세상』을 읽다 보니, 사실 그 당연함은 인류 역사에서 아주 짧은 한 시절에만 통했던 이야기였습니다. 저자는 버핏연구소를 세우기 전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로 17년을 일했는데, 이 책에서 특유의 꼼꼼한 취재력으로 고용 사회의 탄생과 종말을 추적합니다. 읽을수록 제 직장관이 흔들렸습니다.

『지금까지 없던 세상』 표지

"평생직장"은 겨우 100년 전에 발명됐다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회사에 다닌다"는 삶의 방식이 사실 헨리 포드가 만든 발명품이라고 말합니다. 포드 이전까지는 전 세계 어디서도 남에게 고용돼 고정급을 받는 삶이 흔치 않았다고 합니다.

자본주의는 원래 극단적으로 불안정하며, 그것의 본질은 변화다. 그리고 변화의 이면에는 기회가 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안정"이라는 말을 너무 당연하게 써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그 안정은 자본주의 전체 역사에서 보면 아주 예외적인 100년짜리 특수 상황이었던 셈입니다.

한국의 '평생직장'도 사실 50년짜리였다

한국은 더 극적입니다. 1961년까지만 해도 성인 10명 중 7명이 농사를 지었고 공채라는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계획을 거치며 겨우 몇십 년 만에 회사원이라는 정체성이 자리 잡았습니다.

품질이 낮은 국산 제품, 독재와 비민주적 절차는 한국의 고용 사회를 관통했다. 그렇지만 고용 사회가 가져다주는 안정감을 고려하면 이는 견딜 만하다고 여겨졌다.

저희 부모님 세대가 품질 나쁜 국산품을 쓰면서도 참았던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라는 보상이 있었기에 다른 불편은 눈감아줄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그 교환이 더는 성립하지 않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모바일이 바꾼 건 생활이 아니라 질서 자체다

책은 증기기관, 포디즘보다 모바일의 파급력이 더 크다고 봅니다. 확장성이 핵심입니다. 안경은 시력을 좋게 해줬지만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는데, 모바일은 적용되지 않는 영역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라는 겁니다.

이 정도라면 인간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바일이 제2의 분신이라는 것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저도 지하철에서 책 대신 폰을 보는 제 모습을 떠올리면 이 말이 과장이 아니란 걸 느낍니다. 이 변화가 "어느 시점부터는 안정된다"는 전제 없이 계속 이어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저자는 앞으로는 영원히 "정해진 질서가 없는" 세상이 계속될 거라고 못박습니다.

직장을 '안락지대'로 여기는 순간 위험해진다

세스 고딘의 구분을 인용한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안전지대는 객관적으로 안정적인 곳이고 안락지대는 그냥 익숙해서 편하게 느끼는 곳입니다. 둘이 같았던 시절은 지났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직장을 안락지대로만 여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고용 사회는 지금 우리가 빠져 없는 덫을 만들었다. 이 덫은 단번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완성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렸다. 고용 사회는 그 세월 동안 우리를 유혹했다. 풍족한 급여와 보너스, 부자가 될 가능성이라는 미끼로…. 그리고 결국 우리 등 뒤에서 문을 닫아 걸었다.

백과사전 회사 브리태니커 직원들 이야기도 나옵니다. 위키피디아가 뜨는 걸 보면서도 대부분이 그냥 하던 대로 출퇴근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제가 "별일 없겠지"라고 넘기고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구글도 페이스북도 1등으로 시작한 적이 없다

그나마 희망적인 대목은 여기였습니다.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먼저 뛰어든 사람보다 뒤늦게 한계를 보완한 사람에게 기회가 더 크게 열린다는 겁니다.

오늘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닷컴, 네이버, 샤오미는 모두가 해당 분야에서 선점자first mover가 아니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야후보다 늦은 구글, 마이스페이스보다 늦은 페이스북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미 늦었다"는 핑계가 생각보다 자주 틀린 핑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점자의 빈틈을 눈여겨보는 쪽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거죠.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분, 혹은 "이 나이에 뭘 새로 시작하냐"는 생각에 머뭇거리는 분이라면 이 책이 생각의 틀을 흔들어줄 것 같습니다. 100년 전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금의 불안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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