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면 "초고령사회", "인구절벽" 같은 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옵니다. 저도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회사에서는 정년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한편에서는 신입사원 뽑을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런데 최근에 『넥스트 소사이어티』를 읽다가 조금 놀랐습니다. 이 책이 쓰인 게 2002년인데, 피터 드러커는 그때 벌써 지금 우리가 호들갑을 떨고 있는 이야기를 거의 다 적어놓았습니다.

노인은 늘고 청년은 준다, 드러커는 숫자로 말했다
드러커는 추상적인 경고를 늘어놓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독일을 예로 들어 아주 구체적인 숫자를 들이댑니다.
2030년이 되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인 독일은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성인 인구의 거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이다. 지금은 5분의 1 수준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저는 한국 뉴스를 떠올렸습니다. 독일이 겪을 일로 적힌 숫자가 지금 우리가 매달 보는 통계와 거의 비슷합니다. 드러커는 이걸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선진국 전체가 함께 겪을 구조적 변화로 봤습니다.
지식근로자는 "부하"가 아니라 "동업자"
책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대목은 다음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될 것인지를 세 줄로 정리한 부분이었습니다.
첫째, 국경이 없다. 지식은 돈보다 더 쉽게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둘째, 상승 이동이 쉬워진다. 누구나 손쉽게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성공뿐 아니라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누구나 ‘생산수단’, 즉 어떤 직무의 수행에 필요한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승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사람이 자산"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정작 인사 제도나 평가 방식은 여전히 예전 방식 그대로인 곳이 많습니다. 드러커의 말대로라면, 지식근로자는 월급 받는 부하가 아니라 자기 전문성을 가지고 조직과 거래하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저도 제 업무를 떠올려 보면,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사실은 제 것이지 회사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손으로 일하면서도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
드러커는 앞으로 가장 많이 늘어날 집단을 '지식기술자'라고 불렀습니다.
지식기술자들은 지식근로자인 동시에 육체노동자이기도 하다. 사실 그들은 대체로 두뇌보다는 손으로 하는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하지만 그들의 육체 작업은 도제徒弟 방식이 아니라 오직 정규 교육을 통해서만 획득될 수 있는 이론적 지식에 실질적으로 기초하고 있다.
컴퓨터 기술자, 제조 기술자, 실험실 분석가 같은 사람들을 떠올리면 금방 이해가 됩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지 않아도, 몸으로 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 역시 지식근로자라는 겁니다. 저는 이 구분을 보면서 '화이트칼라냐 블루칼라냐'로 사람을 나누는 낡은 틀이 얼마나 쉽게 현실을 놓치는지 다시 생각했습니다.
제조업이 흔들리면 반드시 따라오는 것
드러커는 농업의 역사를 거울삼아 제조업의 미래를 예측합니다.
부의 창출자로서 그리고 생계의 해결 수단으로써 농업의 쇠퇴는 농업 보호주의를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수준으로까지 확산되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제조업의 쇠퇴는 제조업 보호주의를 폭발시킬 것이다-물론 입으로는 자유무역을 외치겠지만 말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외치며 관세와 보조금을 쏟아붓습니다. 이 문장이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입으로는 자유무역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자기 산업을 지키려는 모습, 20여 년 전 드러커가 이미 짚어낸 패턴이라는 게 신기했습니다.
드러커가 한국에 남긴 특별한 경고
이 책에는 드러커가 한국 독자들을 위해 따로 쓴 서문이 실려 있습니다. 거기서 그는 지식근로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할 위치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지식근로자들은 한국 경제의 핵심 자원이자 부의 창출자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종업원’들이 아니라 새로운 ‘자본가’들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식 작업의 생산성productivity of knowledge work과 지식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이 한국의 중심적인 경영 과제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저는 요즘 이야기되는 '인재 전쟁'이라는 말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드러커는 한국의 재벌식 기업 구조가 전문 경영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도 같은 서문에서 짚었습니다. 20년도 더 지난 지금, 그 변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는 각자 다니는 회사를 떠올려보면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회사 자체가 되어버리는 최고경영자
마지막으로 눈에 걸린 문장은 최고경영자의 역할에 대한 대목입니다.
내일의 최고경영자는 독특하고도 전문적인 그리고 회사와는 분리된 기관이 될 것이며, 그 자체로서 회사를 대변하게 될 것이다.
CEO 개인의 말 한마디가 주가를 움직이고 회사의 이미지 자체가 되는 요즘 모습을 보면 이 예측 역시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영자가 내부 관리자에 머물지 않고 회사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이 된다는 이야기는 뉴스에 등장하는 유명 기업 대표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됩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요즘 뉴스에 나오는 인구절벽, 제조업 위기, 인재 전쟁 같은 말이 왜 반복되는지 궁금한 분이라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경영자나 조직 관리자가 아니어도,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내 위치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궁금한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합니다. 20년도 더 된 책인데 지금 신문 1면과 겹쳐 읽히는 경험, 흔치 않습니다.
'경제·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장사는 컨셉이다 (0) | 2026.10.29 |
|---|---|
| 무조건 심플 (0) | 2026.10.27 |
| 『청소년을 위한 경제학 에세이』, 다 먹지도 못할 '대' 자 팝콘을 자꾸 고르는 이유 (0) | 2026.10.26 |
| 『돈이 모이는 생활의 법칙』, 통장에 이름을 붙이면 생기는 일 (0) | 2026.10.25 |
| 기차 사고 하나가 경영학을 만들었다 — 《경영학 두뇌》가 들려주는 회사 이야기 (0) | 2026.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