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하나 사려고 쿠팡이나 마트 진열대 앞에 서면,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아무것도 못 고르고 돌아선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회사에서도 비슷합니다. 전략 회의마다 변수와 예외가 자꾸 늘어나고 보고서는 길어질수록 더 안전해 보입니다. 그런데 『무조건 심플』을 쓴 리처드 코치와 그레그 록우드는 지난 100여 년간 가장 크게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이 다름 아닌 '단순함'이었다고 말합니다. 포드, 맥도날드, 애플, 이케아, 아마존까지, 업종과 시대를 가리지 않고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법칙은 수백만 가지 방법보다 낫다
저자 리처드 코치는 서문에서 에머슨의 말을 빌려 이렇게 씁니다.
방법은 수백만 가지가 있지만 법칙은 극소수다. 법칙을 터득한 사람은 자신만의 방법을 성공적으로 골라낼 수 있다. 법칙을 도외시한 채 방법에만 의존하려는 사람은 분명 곤란을 겪는다.
저도 일하면서 '이번엔 이 방법, 다음엔 저 방법' 하며 매번 새로 머리를 싸맨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화라는 법칙 하나만 제대로 이해하면, 수많은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스스로 골라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단순화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책은 성공한 단순화 기업들을 조사한 끝에, 모든 사례가 두 가지 전략 중 하나로 수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가격 단순화입니다.
가격 단순화의 요건은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절반이나 그 이하로 인하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상품 단순화입니다.
유용하고 매력적이며 사용하기 쉬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아이패드나 우버 앱처럼, 가격을 낮추는 대신 쓰기 편하고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여는 방식입니다. 둘은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전략이라 저자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타협 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포드가 가격을 내리자 벌어진 일
헨리 포드의 사례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포드는 자동차를 '부자들의 취미용품'이 아니라 생필품으로 만들겠다는 고집으로, 모델을 단 하나로 줄이고 값을 계속 낮췄습니다. 그 결과는 이렇습니다.
가격 인하를 단행하자 자동차는 8423대가 팔려 나갔다. 자동차를 가장 많이 팔았던 그 전 시기의 약 5배에 달하는 판매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면 수요가 두 배로 늘어나는 게 아니라, 수요 자체가 전혀 다른 차원으로 폭발한다는 게 이 책이 거듭 강조하는 지점입니다. 포드가 설계 철학으로 남긴 말도 단순함 그 자체였습니다.
나는 운전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심플한 자동차를 만들 책임이 설계자인 내게 있다고 생각했다.
스티브 잡스와 조너선 아이브가 말하는 '극도의 심플'
상품 단순화 쪽에서는 애플의 사례가 자주 인용됩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접근법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회사 경영 방식과 제품 설계와 광고 등 모든 것은 진정한 '심플'로 집약된다
그런데 이 단순함을 만드는 과정은 전혀 단순하지 않습니다. 애플 디자인을 총괄했던 조너선 아이브는 이렇게 말합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되, 그 해결책이 불가피하면서도 매우 간단해 보이도록 만듦으로써 해결책을 고안해 내는 일이 얼마나 지난했는지 다른 사람들은 감조차 잡을 수 없게 만드는 것
결과물이 단순해 보일수록, 그 뒤에 숨겨진 고민의 양은 오히려 더 많았다는 뜻입니다. 단순함은 복잡함을 끝까지 걸러낸 다음에야 남는 결과물인 셈입니다. 처음부터 쉽게 나온 답이 아닙니다.
복잡함을 더하는 쪽이 아니라 덜어내는 쪽으로
책을 읽으면서 제 일상도 떠올려봤습니다. 뭔가 안 풀리면 저는 보통 변수를 더 추가하는 쪽으로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선택지를 늘리고 예외 조항을 붙이고 설명을 덧대는 식으로요. 하지만 이 책에 나온 성공 사례들은 전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가격이든 상품이든, 덜어낼 수 있는 걸 찾아서 끝까지 덜어낸 쪽이 큰 시장을 만들어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나 사업에서 뭔가가 자꾸 복잡해지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 책이 좋은 거울이 될 겁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사업이나 서비스 기획에서 "무엇을 더할까"보다 "무엇을 뺄까"를 고민하는 분
- 가격 경쟁과 차별화 전략 사이에서 방향을 못 잡고 있는 분
-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로 큰 시장을 만든 기업들의 실제 데이터를 궁금해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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