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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마음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화는 사실 90초짜리 화학 반응입니다

by summaries 2026.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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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중에 누가 던진 말 한마디에 화가 치밀어 오른 날이 있었습니다. 자리로 돌아와서도 분이 안 풀려서 몇 시간째 그 장면만 곱씹었습니다. 그런데 신경해부학자 질 볼트 테일러가 쓴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를 읽다가 그 분노라는 감정이 화학적으로는 90초면 끝난다는 대목을 보고 뜨끔했습니다. 제가 그 뒤로 붙잡고 있던 몇 시간은 순전히 제 선택이었다는 뜻이니까요. 이 책은 저자가 서른여섯 살에 겪은 뇌졸중을 과학자의 눈으로, 동시에 환자의 눈으로 기록한 책입니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화는 사실 90초짜리 화학 반응입니다 표지

뇌출혈이 시작된 어느 아침

1996년 12월 10일 아침,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뇌를 연구하던 저자는 러닝머신 위에서 몸이 분리되는 듯한 이상한 감각을 느낍니다. 왼쪽 뇌혈관이 터지고 있었던 겁니다.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되어가는 와중에도 그는 신경해부학자의 눈으로 자신의 뇌를 관찰합니다.

우아, 나란 존재는 얼마나 신비하고 놀라운지 몰라. 참으로 독특한 생명체야. 생명체! 나는 살아 있어!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두려움보다 경이로움을 느꼈다는 대목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몸이 아플 때 저는 짜증과 불안부터 앞섰을 텐데, 저자는 그 순간에도 호기심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세상과의 끈이 끊기자 찾아온 평화

좌뇌의 언어 중추가 멈추자 저자는 자신을 둘러싼 것들을 설명하고 분류하던 '뇌의 재잘거림'이 잦아드는 걸 느낍니다. 그러자 뜻밖에도 평온함이 밀려왔다고 합니다.

나는 생각하는 마음 자체이고, 이 몸은 내가 살아가는 수단이지!

자신을 '회사원인 나', '화난 나', '바쁜 나'로 정의하던 온갖 꼬리표가 떨어져 나가고 그냥 살아 있다는 사실만 남았다는 겁니다. 저도 평소에 제 머릿속을 채우는 말들, 그러니까 할 일 목록이나 걱정거리를 잠깐이라도 꺼버리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게 됐습니다.

내 머릿속에 사는 두 가지 성격

회복 과정에서 저자는 좌뇌와 우뇌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발견합니다. 좌뇌는 과거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계획을 짜는 쪽이고 우뇌는 지금 이 순간에만 머무릅니다.

우뇌에서는 '지금 이 순간The Moment of Now'만이 끝없이 계속 이어진다.

저자는 이 두 성격이 번갈아 가며 우리 머릿속의 주도권을 쥔다고 설명합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미래를 걱정하느라 지금 눈앞의 밥 한 끼, 햇빛 한 줌을 놓치고 지나가는 날이 많았습니다. 좌뇌가 너무 오래 운전대를 잡고 있었던 셈이죠.

화는 90초짜리 화학 반응이다

이 책에서 가장 실용적인 통찰은 감정의 수명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나는 책임감이란 '특정 순간 감각계로 들어오는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분노 같은 감정이 자동으로 유발되는 화학 반응이며 그 성분이 혈류에서 빠져나가는 데는 9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90초가 지나도 여전히 화가 나 있다면, 그건 그 회로를 계속 돌리기로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회의 중 그 말 한마디에 몇 시간을 붙잡혀 있던 제 모습이 바로 그 경우였습니다.

머릿속 이야기꾼을 길들이는 법

저자는 좌뇌에게 '이야기꾼'이라는 별명을 붙입니다. 실제 정보가 부족하면 빈틈을 메워서라도 그럴듯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버릇이 있다는 겁니다. 그 이야기가 대개 부정적인 쪽으로 흘러간다는 게 문제입니다.

나는 뇌에서 부정적인 이야기꾼의 비중이 고작 땅콩 크기밖에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엄청난 힘을 얻었다!

저자는 이 작은 부분이 떠드는 걸 관찰하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고 합니다. 저도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걱정이나 뒷담화 같은 생각이 사실은 뇌 전체가 아니라 아주 일부의 목소리였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뇌졸중을 극복한 기적 같은 이야기로만 읽기에는 아까운 책입니다. 평소 제 감정과 생각을 어떻게 다룰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화가 나면 그 감정에 오래 붙잡혀 있는 편인 분
  • 걱정이나 불안한 생각이 자동으로 재생되는 걸 멈추고 싶은 분
  • 뇌과학을 어렵지 않게, 실제 경험담으로 접하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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