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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마음

『가짜감정』, "럭키비키"를 외칠수록 헛헛해지는 이유

by summaries 2026.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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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인스타그램 어딘가엔 "럭키비키!"가 넘쳐난다. 지하철을 놓쳐도, 상사에게 혼나도, 심지어 계획이 다 어긋나도 "이것도 결국 나를 위한 일"이라며 웃는 문장들. 원영적사고라 불리는 이 태도는 얼핏 건강한 자기긍정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긍정을 외치고 돌아선 자리에서 마음이 더 헛헛해진다는 사람들이 있다. 30여 년간 부부와 개인을 상담해온 김용태 저자의 『가짜감정』을 읽다 보면, 이 헛헛함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은 SNS 트렌드를 다루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자기 감정을 어떻게 속이고 그 속임이 어떻게 되돌아오는지를 정밀하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요즘의 "보여주기식 긍정" 문화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안전한 감정으로 위장하는 마음

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 중 상당수가 사실 진짜 감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불안하거나 두렵거나 외로운 순간, 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면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좀 더 받아들여질 만한 다른 감정으로 바꿔 표현한다는 것이다.

불안한데 화를 내고, 우울한데 즐거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진짜감정을 숨기고 가짜감정으로 위장한다.

이 구절을 읽으며 떠오른 건 SNS에서 흔히 보는 밝은 문장들이었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도 "그래도 럭키비키"로 마무리하는 게시물. 그 안의 긍정을 전부 가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부는 이런 위장의 연장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 아래에는 외로움이, 외로움 아래에는 수치심이

책은 감정을 세 겹으로 나눈다.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감정, 그 아래 두려움이나 외로움 같은 이면감정, 그리고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심층감정인 수치심. 짜증이나 화를 표면에서 내고 있어도 정작 문제는 훨씬 깊은 곳에 있다는 뜻이다.

겉으로 드러난 화나 외로움, 쓸쓸함은 어쩌면 마음 깊이 감춰진 진짜감정의 위장된 모습일 수 있다.

"괜찮아, 럭키비키야"라는 말도 어쩌면 표면일 뿐이다. 그 말을 굳이 하게 만든 진짜 감정은 따로 있을지 모른다.

과장된 긍정이라는 도피처

저자는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들만큼이나, 감정을 과장되게 쏟아내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현실의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다른 감정으로 바꿔치기한다. 환상 속에서 살려는 사람들이라, 원하는 감정이라면 얼마든지 끌어다 쓸 수 있다고 여긴다.

이들은 현실을 바라보며 슬픔을 느끼지만 현실의 슬픔을 환상 속의 다양한 감정들로 바꿔버린다. 자신 속에 있는 진정한 감정을 만나지 않으려고 과장된 감정의 홍수 속으로 피하는 것이다.

이 대목이 흥미롭다. 저자가 말하는 가짜감정의 과장된 표현은 분노나 눈물에 그치지 않는다. 남들에게 용납될 만한 감정이라면, 지나치게 밝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안 좋은 일을 무조건 좋게 해석하는 습관이 반복될수록, 그 뒤에 있던 실망이나 서운함은 점점 더 표현될 기회를 잃는다.

"외롭다고 하면 찌질해 보이잖아요"

책 속 상담 사례 하나가 이 지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진영 씨는 남편에게 늘 화를 내는 사람이었다. 상담 중 저자가 묻는다.

“당당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면 그냥 당당해지면 되는데 왜 화를 내는 건가요?”
“외롭다고 말하면 찌질해 보이잖아요.”

당당함을 연출하려고 화를 냈다는 고백이다. 남에게 보이고 싶은 이미지, 요즘 말로 하면 추구미에 가까운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정작 자신을 괴롭히던 외로움은 한참을 더 숨겨야 했다. 진영 씨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렇게 인정한다.

나는 그런 느낌을 없애버리고 당당하게 살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감정을 피해 도망갈 곳은 없다

저자는 사람들이 억압된 감정을 일로 해소하려 든다고도 지적한다. 불쾌한 감정을 마주하는 건 고통스러우니, 일에 파묻히면 그 고통을 잠시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도피를 사회 전체가 은근히 권장한다.

사회도 이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감정은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이고, 통제돼야 할 대상이다.

일로 도망가든, 밝은 이미지로 도망가든, 저자가 말하는 결론은 같다. 감정은 억누르거나 회피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억압은 결국 몸으로 돌아온다

책에는 감정을 오래 억눌러온 사람들이 실제로 신체 증상을 겪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외로움을 인정하기 힘들어했던 진영 씨도 가슴이 아프고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증상을 겪었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은 감정이 너무 밀려오면 견디기 힘들어 다시 통제하려고 하다가 몸에서 신호가 온다.

마음이 거부한 감정을 몸이 대신 말해주는 셈이다. 밝은 얼굴을 유지하는 데도 이만큼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을지 모른다.

마무리하며

이 책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 긍정이 정말 지금 내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초라해 보이기 싫어서 급하게 꺼내 든 안전한 표정인지 구분해보라고 권한다. 오늘 SNS에 "럭키비키"라고 쓰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볼 만한 질문들이 있다.

  • 지금 이 상황에서 정말 다행이라고 느끼는가, 아니면 그렇게 느껴야 할 것 같아서 그런가
  • 이 긍정적인 말 뒤에 아직 표현하지 못한 서운함이나 실망은 없는가
  • 누군가에게 이 감정을 그대로 털어놓는다면 뭐라고 말하고 싶은가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자주 던지게 되는 사람, 그리고 최근 부쩍 밝은 척하는 자신이 버겁게 느껴졌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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