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 보면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이 먼저 나와요.
피해자가 울부짖고, 가해자는 버젓이 살고, 책임져야 할 사람은 도리어 큰소리치는 세상.
그런데도 이상하게, 더 이상 충격도 받지 않죠.
그건 우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자주 보고 들어서예요.
너무 많은 억울한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어느새 학습해버렸어요.
“이 사회에서 약자는 늘 당하는 쪽”이라는 걸요.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는 바로 그 무뎌진 감각을 강제로 일깨우는 책이에요.
법, 제도, 미디어, 권력…
그 모든 것들이 ‘정의’를 말하지만, 실제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외면하는지
하나하나의 사례로, 또박또박 짚어줍니다.
피해자는 외롭고, 가해자는 유창하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전부 억울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어요.
말이 잘 안 통했다는 것.
피해를 입었고, 증거도 있는데
경찰서, 검찰, 법원, 그리고 언론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끝내 “잘 전달되지 않았어요.”
가해자는 유창했고, 피해자는 버벅였고,
그래서 기록과 판결은 가해자의 시선으로 남았죠.
우리는 종종 “왜 피해자가 침착하게 설명하지 못했느냐”고 묻지만,
당신이라면, 인생이 무너진 그 순간을 차분히 설명할 수 있나요?
이 책은 그 '말할 수 없었던 순간들'을 통째로 복원해요.
그리고 묻죠.
말을 못 한다고, 진실까지 사라져도 되는 거냐고요.
‘법대로’는 누구를 위한 말일까
법은 공정하다고 배웠어요.
하지만 현실에서 법은 종종 너무 기계적이거나,
혹은 너무 느슨하게 사람을 봅니다.
어떤 이는 단톡방에서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공유했는데도
“초범이고 반성한다”며 집에 가고,
어떤 이는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고
모욕죄로 벌금형을 받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기준이 다르고, 결과가 달라요.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아요.
왜 그렇게 되었는지, 누가 그 기준을 정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특히 ‘법의 언어’가 어떻게 권력의 방패가 되는지 보여주는 부분은
읽는 내내 분노와 무력감이 동시에 밀려와요.
우리는 왜 ‘피해자다움’을 강요할까
피해자는 항상 순수하고, 나약하고, 침착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으면 의심부터 받는 현실.
가해자의 거짓말은 ‘합리적 의심’으로 보호받지만,
피해자의 혼란은 ‘신빙성 없음’으로 몰아갑니다.
이 책은 말해요.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가해자가 된다고.
그리고 이렇게 묻습니다.
“그 기준은 누가 만든 건가요? 우리가 동의한 적 있나요?”
이 질문 앞에서, 독자는 책을 덮고 한참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나는 언제부터 피해자에게 더 많은 설명을 요구하게 되었을까.
정의는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싸워야 할 전장이다
이 책이 가장 힘 있는 순간은,
피해자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줄 때예요.
도움이 없었다면, 관심이 없었다면,
그들은 지금 여기 없었을지도 몰라요.
어떤 이는 수년간 탄원서를 보내고,
어떤 이는 기자를 찾아다니고,
어떤 이는 다시 일어나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싸워요.
그리고 저자는 말해요.
“정의는 누가 시켜주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피해자의 싸움은 사회의 싸움이고,
내 일이 아니더라도 ‘그 편에 서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연대라고요.
책을 덮고 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읽는 내내 불편했고,
읽고 나서는 마음이 오래도록 아팠어요.
하지만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들이에요.
이 책은 단순한 사회 고발서가 아니에요.
우리가 외면해온 구조적 부조리와,
거기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존기이자,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기록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절대 가볍게 소비되어선 안 돼요.
누군가의 삶을 지켜보고,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아주 절실한 글이니까요.
진심으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는
“세상이 왜 이래?”라는 질문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로 바꾸게 해줍니다.
법과 제도, 언론과 여론이
늘 강한 자를 돕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그 해답을 정확히 알려주지는 않지만,
분명히 말해줘요.
“억울함을 외면하지 마세요.
그건 곧,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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