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밥 먹는 사이”란, 생각보다 많은 걸 내포하고 있다.
요즘엔 레스토랑에 가는 이유가 단지 배를 채우는 데 있지 않다.
분위기 좋은 곳, 인스타 감성, 브런치 인증샷…
그러나 그 이면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계급의 향기’가 숨어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바로 이 ‘음식의 사회학’을 날카롭고도 부드럽게 풀어낸 책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레스토랑이라는 공간.
그 안에서 벌어지는 관계, 감정, 서열, 무례함, 그리고 ‘보이지 않는 룰’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자각하고 있을까?
식탁 위의 계급감각
한 끼 식사가 누군가에게는 일상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이벤트라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같은 메뉴를 먹는다고 해서 같은 위치에 서 있는 건 아니다.
책은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레스토랑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가요?"
누가 먼저 주문을 하고,
누가 추천을 하며,
누가 계산을 하는가에 따라
‘누가 더 위인지’가 자연스럽게 암시되곤 한다.
“밥을 먹는 자리가 곧 인간관계의 위계를 드러내는 장이 된다.”
이건 단순히 누가 메뉴를 고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미묘한 계급감각,
그걸 인지하고 있는가, 아닌가의 차이는 꽤 크다.
MZ세대의 미식은 ‘맛’보다 ‘인증’이다?
요즘 MZ세대의 레스토랑 선택 기준은 다르다.
"맛집"보다 "사진 잘 나오는 집",
"줄 서서 먹어야 할 집"보다 "내 피드에 어울리는 집"이 우선이다.
『레스토랑에서』는 그 이면에 숨은 인증 욕망과 위신 경쟁을 가볍게 꼬집는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조명부터 맞추는 우리들.
그 모습을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식사는 더 이상 사적인 행위가 아니라, 공개된 소비 행위다.”
이제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디서 먹고 누구와 공유하느냐가 중요해진 시대.
이런 트렌드 속에서 MZ세대는 자연스럽게 미식의 소비자이자 연출자가 된다.
하지만 그 연출은 때로 자기만족이 아닌 타인의 시선을 위한 배려에 가까울 수도 있다.
외식의 정치학: 밥 한 끼에도 메시지가 있다
이 책의 백미는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먹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의 장이라는 점을 말해준다는 데 있다.
“같이 밥을 먹자”는 건,
‘당신과 나는 같은 편’이라는 암묵적 메시지일 수 있다.
반대로 ‘같이 밥 안 먹는 사이’는 감정적 거리감이자 경계선이 된다.
회식 자리에서의 자리 배치,
소개팅에서의 메뉴 선택,
가족 식사 중 발생하는 권력관계…
모두 밥상 위에 놓인 ‘작은 정치’다.
특히 이런 외식의 정치학은 권력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계산서를 누가 집느냐,
직원에게 누가 말을 거느냐,
와인 한 병을 고르는 데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곧 그 자리의 힘의 구조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질문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질문이 남는다.
- “나는 감정노동자에게 무심하지 않았나?”
- “맛집 탐방이 내 자존감을 위한 일종의 과시가 아니었나?”
-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요즘처럼 외식이 잦은 시대,
우리는 밥 한 끼에 담긴 의미를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건 아닐까?
당신은 어떤 식사 경험을 만들고 있나요?
다음에 누군가와 밥을 먹게 된다면,
그 식탁 위에 얹힌 관계, 감정, 무게를 한번쯤 돌아보면 어떨까?
- 당신은 메뉴를 제안하는 사람인가, 맞추는 사람인가?
- 계산을 누가 하느냐가 늘 정해져 있진 않은가?
- 감정노동자에게 ‘기계처럼’ 대하고 있진 않은가?
이 책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속 식사에 인문학의 렌즈를 들이댄다.
덕분에 밥 한 끼가 더 의미 있어지고,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이 다시 보이게 된다.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은 이유
『레스토랑에서』는 단지 음식 이야기가 아니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태도, 타인을 대하는 방식, 사회적 감수성을
레스토랑이라는 일상의 공간을 통해 들춰보는 책이에요.
어려운 말 없이도 뭔가 ‘뜨끔’하거나 ‘내 얘기 같아서 찔리는’ 순간들이 많아요.
소비자이자 손님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이에요.
'도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처럼』을 통해 배우는 슬로우 라이프: 고양이처럼 천천히, 나답게 살아가는 법 (33) | 2025.04.29 |
---|---|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통해 보는 AGI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37) | 2025.04.28 |
『디저트의 모험』 - 예쁜 디저트, 그냥 예쁜 게 아니다 (22) | 2025.04.25 |
『뒤통수의 심리학』: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깊게 상처준다 (31) | 2025.04.25 |
자기소개가 두려운 당신에게… 『누구를 만나도 당당한 사람의 비밀』 (18) | 2025.04.24 |